사죄의 의미로 드리는 외전(오메가편)

- 오메가 편 3, 하연이를 가지게 된 하랑. -
사죄의 마음으로 독자님들께 바치는 외전.



한가로운 주말, 제하는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누워서 뒹굴거리고 있었다. 하랑이 문을 벌컥 열고 미친거 아니냐며 제하를 흔들어 깨우기 전까지는 그는 꿈나라에 있었고, 꿈나라에서 하랑의 가슴팍을 쪽쪽댔다. 그는 하랑의 사자후와 함께 날라온 손에 멍하니 눈을 떠서 바로 보이는 그의 가슴에 손을 댔다가 그대로 뺨을 한 대 맞고는 쓰러져서 지금까지 뒹굴거리고 있다. 하랑은 얼른 몸을 돌려서 주방으로 나갔고, 널부러진 제하는 멍하니 뺨만 만지작 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결혼한 사이인데... 뺨이라니.. 충격을 받았는 지, 침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뺨만 만지작 거렸다.

둘이 결혼한 지 벌써 2주. 풋풋한 신혼이었지만 제하는 신혼 여행 이후로 밀려오는 잔업들 때문에 지난 일주일간 바쁘게 일만 했다. 제하는 새벽이 다 되어서야 녹초가 되어 돌아왔다. 그 때마다 하랑은 자다가도 일어나서 제하에게 꿀물이나 차들을 가져다 주었고, 피곤하다며 달라붙는 제하를 다독이며 재우기까지 했다.

이 일이 일주일간 반복되다 보니, 관계는 커녕 재대로 된 키스조차 하지 못했다. 그게 분했는지, 제하는 지난 일주일간 두 번이나 하랑과 관계를 가지는 꿈을 꿨고, 일어나면 옆에서 자고 있는 하랑을 보며 항상 참아야만 했다.


" 얼른 와서 밥 먹어요! 뭐해! "

" ..아파... 너무 세게 때렸어.. "

" 일어나자마자 성희롱이라니! "

" 성희롱 아냐! 우리 결혼 했잖아! "


하랑은 그래도!라며 제하의 손을 잡고 끌었다. 제하는 자연스럽게 끌리면서도 한 쪽 손으로 하랑의 엉덩이를 잡고 조물조물거렸다. 하랑은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돌려서 그를 노려보자, 그가 웃으면서 하랑의 어깨에 자신의 얼굴을 걸쳤다.


" ...아~ 좋다. "

" 오래간만에 휴일인데 뭐 할래요? "

" 음,... 애기 만들기? "


하랑이 손을 들어서 제하의 등을 퍽퍽 치자 그는 아프다는 듯이 웃으면서 그 손을 가볍게 잡았다. 그리고 하랑의 입술을 머금었다. 처음에는 살짝 빼는가 싶더니, 그는 곧 제하의 목에 손을 두르며 그 키스에 응했고, 제하는 얼른 하랑을 안아들고 방으로 향했다.


" 밥은요? "

" 너 먼저. "

" 정말... "


제하는 헤헤, 웃으며 하랑의 옷가지를 벗겼다. 한 동안 침대에서 뒹굴거리던(?) 둘은 정사를 다 끝내고 지쳐서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제하는 피로가 풀린다는 듯이 기지개를 키며 하랑을 안아서 자신의 위에 올렸다. 반면에 하랑은 지친다는 표정을 하며 제하의 가슴팍으로 쓰러졌다.


" 오빠 솜씨가 어때? "

" ...아파요. "

" 뭐어?! 너 나 30살이라고 무시하는 거야? "

" 헤헤. 노련해~ "


하랑이 웃으며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비비적댔다. 그렇게 쉬던 둘은 꼬르륵거리는 제하의 배에 못 이겨 밥을 먹으러 나갔다. 차갑게 식은 밥을 데우고 있는 하랑을 보자니, 제하는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 아아. 예뻐... 어쩌지, 예뻐 죽겠다. "

" 그 예쁜 게 형 껀데? "

" ..말하는 것 좀 봐. 사랑스워 죽겠네 진짜. "

" 헤헤. "

" 아.. 웃으니까 기절할 것 같애. 머리가 어찔해. "


제하가 머리를 잡으며 말하자, 하랑이 빙그레 웃으면서 그의 이마에 손을 댔다. 제하는 그 손을 잡고 입 쪽으로 내리면서 살짝 살짝 핥았다. 양파, 고기, 당근.. 버섯.. 이상하게, 손을 핥으니 그 날의 식자료를 알 것만 같았다. 제하는 하랑을 가볍게 안으면서 불고기? 하고 물었고 하랑을 고개를 끄덕였다.


" 내가 불고기 좋아하는 건 또 알아가지고~ "

" 형 좋아하는 거야 다 알지. "

" 아유, 예쁜 입에서 예쁜 말만 나오네. "


제하는 하랑을 끌어다가 자신의 무릎에 앉히며 쪽쪽대고 입을 맞췄다. 하랑이 베시시 웃으며 얼른 먹으라고 수저를 건네자, 제하는 먹여달라고 입을 아~ 하고 벌렸다. 알콩달콩하게 밥을 먹은 두 사람은 쇼파로 향했다. 제하는 하랑을 쇼파에 앉히고 설거지를 하러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고, 하랑은 커플로 산 병아리 쿠션을 품에 안으며 텔레비전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고보니, 요즘 이상하게 나른했다. 하랑이 눈을 비비며 쇼파 한 쪽으로 몸을 눕혔다.


" 어라? 여보, 자? "

" 으응, "

" 잠꼬대 해? "

" 으으응. "


아이고, 귀여워라. 제하는 설거지를 다 끝내고 돌아와서 하랑의 머리를 살짝 들고 앉은 후에, 그 머리를 자신의 허벅지 위에다가 올렸다. 자연스럽게 보이는 이빨자국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리고, 하랑이 임신 사실을 알았던 날은 그로부터 일주일 후였다. 몸도 너무 안 좋고 계속 나른해지고 입맛이 사라져서, 혹시 너 임신 아냐? 하고 물어본 다현과 함께 산부인과로 향했다.

결과는 임신. 그것도 8주 차. 8주면 둘이 아직 결혼하기도 전이었다. 물론 그 전부터 동거를 해왔기 때문에 임신하는 사실이 어색하지는 않았지만, 조금 당황하기는 했다.


" 축하한다, 친구야. "

" ...현우, 친구 생기겠네. "

" 그래, 임마... 이야~ 현우야 신나니? "


다현에 품에 있던 작은 아이가 몸을 움직였다. 하랑은 살짝 고민이 되었다. 임신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하지? 요즘 바빠서 다크서클을 축 늘리고 다니는 제하에게, 어떻게 알려야지... 그러다가 문득 의사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몸이 약한 편이라서 임신 기간 동안 남편분과의 관계를 자제해달라고.

...졸지에 박제하 인생의 대 위기가 온 것이다. 임신 초기이기도 하고, 오메가가 임신을 하면 몸이 굉장히 약해지니 5개월을 넘길 때 까지는 조심해달라는 당부도 했다. 그 말을 되새기고 나니 새삼 신기했다. 자신의 뱃 속에 생명체가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간질간질 거리는 기분이었다.


" 어떻게 말할거야? "

" ..너는, 어떻게 말했어? "

" 나? ..울고불고 난리 났었지. 나 그때 24살이었으니까. "


아 그랬지, 참. 그러나 26의 임신도 빠른 편에 속했다. 물론 더 빨리 임신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오메가 중에서 26에 임신이면 (제대로 된 결혼 후) 빠른 편이었다. 특히, 오메가들은 임신이 힘들거나 유산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조심하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제하와의 연애 기간 2년, 그리고 결혼 3주만에 첫 아이라니...


" 대단해. "


하랑의 입이 아닌, 다현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마치, 하랑의 마음을 대변하듯, 다현이 말했다. 둘은 새삼 제하가 왜 정력왕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나저나 2개월이면 언제지? 하랑은 기억을 더듬었다. 약 2개월 전...이면... 아.. 기억났다.

그 날은 제하의 생일이었고, 같이 놀이공원 데이트를 즐긴 후, 고급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그 위에 있는 호텔에서 잠을 잤었다. 그 전 일주일, 그 후 며칠이 넘게 관계를 맺지 않았으니, 그 날이 틀림없었다. 그 날, 제하를 위해서 힘쓴다고... 제하 스타일(?)의 속옷까지 입었었지.. 하랑은 갑자기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후아후아, 숨을 내쉬고는 집으로 돌아와서 침대에 누웠다.


" ...그 날...기분 진짜 좋았지... 형도 좋아했었고. 아... 귤 먹고 싶어. "


그렇게 말하고 나니 왠지 귤이 먹고 싶었다. 하랑은 오늘도 야근할 것 같다는 제하의 문자에 시무룩해져서 귤 먹고 싶다고 징징대듯 문자를 적었다가 이내 지웠다. 안 그래도 힘들어하는 제하인데,... 갑자기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 응~. 하랑이 왜? ]

" 형아. 오늘 늦어? "

[ 조금? 거래처가 속을 썩여서.. 왜? ]

" 귤 먹고 싶어.. "


아... 실수다. 실수로 터져나온 말에 얼른 하랑이 입을 닫고 그래도 괜찮아. 형아 기다릴래 하며 얼른 말을 돌렸다. 제하는 한 동안 말이 없더니, 집이냐며 물어왔다. 하랑이 전화기 너머로 보이지도 않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고 하자, 곧 제하가 알았어, 사랑해.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끊고나니 허무해져서 제하의 베개를 끌어다가 품에 안았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 애기, 자? "

" 우웅..형아? "

" 응. 나왔어. "


어라? 내가 그렇게 많이 잤었나? 하랑이 놀라서 얼른 일어나 시계를 확인했지만 한 시간 밖에흐르지 않았다. 놀라서 제하를 바라보자, 제하는 하랑의 볼을 잡고 쪽쪽대며 웃었다. 뛰어왔는지,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 ㅎ..형아.. 오늘 늦는다며! "

" 너 보고싶었어 빨리 왔지. 귤 먹고 싶다며? "


제하가 바닥에 내려놨던 귤 봉지를 하랑의 품에 안겨줬다. 겨울도 아닌 지금 귤을 찾으려면 대형마트로 가야했고, 대형마트는 회사와 집의 중간이 아닌, 회사에서 집의 반대 방향에 있었다. 지금이 퇴근길이니까.. 시간을 계산해보면 그는 하랑과의 전화가 끝난 후 바로 대형마트로 가서 귤을 사고 집으로 온 것이었다. 고마움과 미안함에 하랑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고였다.


" 흐잉.. "

" 왜..왜 울어? 괜찮아? "

" 형아 바쁜데.. "

" 야.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당연히 말을 해야지. 이그, 그걸로 울어? 우리 예쁜이. "


제하가 눈물을 닦아주면서 입술에 입을 맞추자, 하랑이 입꼬리를 베시시하게 올렸다.


" 내가 먹고싶은 거 아니야. "

" 응? 무슨 소리야? 너 귤 먹고 싶다며. "

" 먹고싶긴 한데.. 내가 먹고 싶은 게 아니었어. "


제하는 그럼 누가? 하고 하랑을 쳐다보자, 그가 자신의 아랫배 위로 손을 올리며 여기! 하고 웃었다. 잠시, 머리를 굴리던 제하는 멍해져서 하랑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곂치고 여기..?하고 되물었다.


" 응. 애기가 먹고싶대. "

" ...진짜? "

" 응. 진짜. "


한 동안 말이 없는 제하에, 하랑이 고개를 들어서 그를 보자, 그의 눈에서 눈물이 마구 떨어졌다. 놀라서 얼른 그를 달래듯이 손을 뻗었고, 그는 침대에 털썩 앉아서 하랑을 안고 울었다.


" 혀..형아! 왜 울어? "

" 크흡.. 아..진짜.. 진짜... "

" ..응? "

" 좋아서 죽을 것 같아..흐읍.. "


천하의 박제하도 아버지가 됨에 울 수 밖에 없었다. 여리고 여린 하랑이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도 기분이 좋았고, 자신이 아버지가 된다는 사실도 기분이 좋았다. 귤 같은 거는 백만개도 사줄 수 있었다. 제하가 눈물을 닦을 새도 없이 하랑과 함께 침대 위로 누웠다.


" 울지마, 뚝. "

" 응.응. 울지 말아야지. "

" 2개월 됐대. 그래서 당분간은 조심하래. "

" 그래그래. 당연하지. 나도 당분간 일찍 들어올게. "

" ...2개월이래 형. 2개월.. 기억나는 거 없어? "


제하가 머리를 굴렸다. 하랑과 결혼 전 후로는 일이 밀려서 바빴었다. 2개월... 2..개월... 어라? 제하가 얼른 전화기의 달력을 확인했다. 정확하게 2개월은 아니었지만 대충 어림잡아 2개월 전에 자신의 생일이 있었다.


" ...내.. 생일... "

" 응. 맞어. "


하랑을 꼭 껴안았다. 너무 좋아서 그냥 이대로 숨이 멎는다고 해도 상관이... 아니지, 숨은 멎으면 안 된다. 어찌 됐든 애기는 보고 숨이 멎어야지. 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하랑의 볼을 잡고 입을 맞췄다. 그리고 그 배 위를 살살 어루만지며 웃었다.

애기, 나랑 하랑이의.. 애기...

제하는 절대적으로 잘 해줘야겠다는 맹세를 하고, 하랑을 여왕님처럼 모셨다. 뭐가 먹고 싶다고 하면 곧장 사와서 입에다가 넣어주기까지 했고, 밥은 부모님 댁에 가서 반찬을 받아오면서까지 좋은 것을 먹였다. 하랑이 조금이라도 아파서 몸을 움추리거나, 입덧을 하면 자신이 발을 동동 굴리며 울었다. 미안해, 많이 아퍼? 미안해. 이 말을 입에 달고 살았으니...

과거를 회상한 하랑이 하연과 즐겁게 놀아주는 제하를 바라봤다. 애기 두 번 가지면 제하는 정말 그대로 기절할 사람이었다. 하랑은 웃으면서 둘에게로 걸어갔고, 그로부터 4년 후, 둘 째를 가지게 되었다.

( 물론, 그 때는 기절하지는 않았다. )




둘이 하연을 가지게 된 스토리.


끝 :)

2
이번 화 신고 2016-10-23 15:38 | 조회 : 5,686 목록
작가의 말
MIRIBYEOL

어제 잘못해서 약물중독의 업이 떴고, 갑자기 순위권으로 올라가는 바람에 저도 확인해보니 오류였습니다.. 그래서 사죄의 의미로 여러분께 아부자고자(?) 드리는 선물입니다..ㅋㅋㅋ사랑합니다 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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