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하늘같은 애인님 아닌가?

-10.-




하랑은 제하에게 손을 잡혀 나가면서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제하가 내뿜고 있는 마법같은 힘에 제압당했다. 제하의 주위로 검붉은 불꽃이 일렁이는 것만 같았다. 확실히, 아무 생각 없이 간거라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뻔 했으니..

하랑은 제하의 눈치를 살살보면서 조심스레 잡힌 제하의 손에 깍지를 꼈다.


" ...야. "

" 응? 네? "


제하가 갑작스레 발을 멈추고 차의 문을 열어 그를 구겨 넣었다. 하랑은 조수석에 구겨 타면서 그 와중에 안전벨트를 착용했다.


" ...형. 화났어요? "

" 어. "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제하가 대답하자 하랑이 어쩌지..하며 눈을 굴렸다. 제하는 집으로 가는 길까지 말 한 마디도 없었다. 그런 제하의 반응이 불길하기는 했지만 하랑은 흐음... 하고는 내리라는 제하의 말에 안전벨트를 풀고 내리려고 손잡이를 잡았다.

덥석.


" ...형...? "

" ...아무 짓도 안 당했어? "

" 아. 네. 괜찮아요. "

" 휴... 오늘 일은 너가 가고싶어서 간 게 아니라는 점을 봐서 일단 너는 용서하는데. "


제하가 눈을 가늘게 뜨고 하랑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눈을 찌뿌리고는 하랑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하랑이 움찔하자, 제하는 씨익 웃고는 하랑의 머리 위에 있던 가발을 벗겼다.


" 누가 이렇게 예쁘게 하고 가래? 응? "

" 아... 이게.. 다현이 소원이라고... 예뻐요? "

" 어. 그러니까 앞으로 이런 짓 하지마라. "


제하가 생글 웃으며 위협적으로 말을 했다. 하랑은 안도한다는 듯이 작게 한숨을 내쉬고 문을 열려고 하자 제하가 하랑을 끌어 안고는 살짝 열린 문을 다시 닫았다. 하랑이 제하의 품에 갇혀 응? 하고 얼굴을 올려 제하를 바라보자, 제하가 하랑의 입을 머금었다.


" 읍! 혀..형? "


하랑의 말은 금세 제하의 입에 의해 사라졌고, 길게 입을 맞추던 둘은 하랑의 숨이 가빠지고 얼굴이 벌게지자 입을 땠다.


" 하아.. 형..? "

" ... 벌 받자. 그 새끼가 또 어디 만졌어? "

" 어? 응? 아... "

" 배 말고, 엉덩이 말고. 또. 어디? "


제하가 하랑의 대답을 기다리는 듯이 빤히 쳐다봤다. 하랑은 뻘뻘대며 제하를 살짝 밀어내자 제하가 차에서 내려서 하랑의 문을 열고 그를 안아 들었다.


" 내일 땅을 밟기 싫으면 그대로 말하지마. "

" ...목이랑 허벅지요. "

" ... 망할 놈. 아주 그냥 다 만져놨구만? "

" 하하하. 용서해주세요. "


하랑이 불길하다는 듯이 제하를 향해 웃으며 말하자 제하는 뭘 그런걸 가지고. 하며 어느 새 현관을 지나 거실에 들어오면서 그를 벽으로 밀치고 가볍게 키스를 했다.


" 너는 용서한다니까? "


제하의 웃음이 순간적으로 사라지고 하랑의 티셔츠와 나시크롭탑을 벗겨냈다. 한순간에 상체가 다 드러난 하랑은 당황해서 뒤로 도망치려고 했지만 뒤에 바로 벽이 닿자 으익!하고는 뻐끔뻐끔 제하를 쳐다봤다.


" 자자. 씻고 자자? "


제하가 다시 웃으며 하랑을 어깨에 들쳐매고는 샤워실로 들어갔다. 그 다음날 하랑은 몇 시간간 땅을 밟지 못하고 누워만 있었다고 한다. 제하는 그런 하랑을 기분 좋은 듯 바라보며 하랑의 입에서 기어코 두 번 다시는 가지 않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





" 그러니까 다음주 월화수! 알겠어? "

" ...왜 월화수냐고요! "

" 사람 많은 거 싫어! 싫어어! "


애냐!? 하랑이 눈을 가늘게 뜨고 미쳐 말하지 못한 말을 삼켰다. 제하는 빼애액!하며 월화수!!라고 소리를 질렀고, 하랑은 시끄럽다는 듯이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무실의 모든 사람들이 불쌍하다는 듯이 하랑을 쳐다봤다.


" 아, 그리고 이거 다현이가 주라던데요. "

" 뭐? 그 망할 년이 뭘! "


아직도 삐졌습니까? ...역시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말을 삼켰다. 하랑은 잘 포장된 비닐 봉지에 담긴 물건을 꺼냈다. 그 순간 하랑의 표정에 조금의 환희가 맴돌았다.


" 이게 뭐야? "

" 우와..! 커플 래쉬가드! 완전 예쁘다! "

" ...이런거 좋아했어? "

" 예쁘잖아요! "


하랑이 웃으며 말하자 제하가 기분 좋다는 듯이 피식거렸다. 그리고는 아직 뭔가가 더 있는 듯한 봉투를 책상 위에 탈탈 털자, 뭔가가 툭하고 떨어졌고 그걸 본 순간 하랑의 얼굴이 새하얘졌고 제하는 빤히 보다가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 이..이게! 이게 뭡니까! 이게!? "

" ... 이걸로는 모자래. "


탈탈 털린 봉지에서 나온 콘X 작은 한 박스에 하랑은 새하얗게 질려서 얼른 쓰레기 통에 버렸고 제하는 왜 버리냐며 성의를 무시하냐며 갈갈 날뛰었다. 하랑은 평소와 달리 같이 꽥꽥댔고, 둘은 사무실이 시끄럽게 싸우고 있었다.


" 후후. 아깝게! "


결국 제하가 버려진 '그것'을 들며 입으로 바람을 불어 먼지를 닦아냈고, 하랑은 졌다는 듯이 터벅터벅 쇼파가 있는 자신의 작은방으로 들어가려고 발걸음을 옮겼다.


" 부산 갈꺼니까, 알아서 잘 준비해. "

" 어?! 부산갈거예요? "

" 그래. 펜션 빌려놨어. "

" 우와! 그럼, 같이 장보러 가요!! "


하랑의 말에 제하는 응? 하며 하랑을 쳐다봤다. 하랑은 뭔가 기쁘다는 듯이 제하를 바라봤고, 그 표정에 녹은 제하가 그래. 오늘 가자.라며 손을 휘휘 저었다.


" 물리기 없기! "


하랑은 헤헤 웃으며 쾅하고 문을 닫고 들어갔다. 제하는 못말려~하고는 책상 위에 있던 서류를 손으로 만지작 거렸다.


" 하여간... 누가 애인지 정말. "


그럼에도 제하는 기분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





" 흐음! 이 과자도! "

" 야. 이 맛으로 사! 이게 더 맛있어. "

" 싫어요! 이거 싫어! "

" 죽을래? 이걸로 사라고! "


제하가 표정을 험악하게 하고 자신이 들고 있는 과자를 내밀자 하랑이 풀이 죽은 표정으로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는 자신이 든 과자를 놓으면서 울먹이자 제하가 머리를 거칠게 쓸고는 얼른 가서 하랑이 집었던 과자들을 모조리 다 담았다.


" 다 사줄게! 에라이! 돈 많은 애인 있어서 남는 게 뭐냐?! 다 돈이지!! 야! 다 써!!! 다 담아! "

" 우와. 대인배네, 우리 남편은. "

" ..남편? "



제하가 남편이라는 단어네 움찔해서 되물었다. 하랑은 혹여 자신이 실수를 했는지 움찔했다가 제하의 표정이 살짝 붉게 물들어 가는 것을 천천히 살폈다.

제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역시 기분 좋다는 듯이 웃었다.


" 그게 뭐야! "


제하가 웃으며 말하자, 하랑도 덩달아 웃으며 먹고 싶었던 초콜릿 종류를 쓸어 담고 이제는 멍하게 하랑은 쳐다보는 제하의 앞으로 갔다.


" 형? "

" ...남편. "

" ㅎ..형? "

" 남편이라고, ..아니다. 그냥 애인님이라고 불러라. "


제하가 생각이 끝난 듯 말하자 하랑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제하를 쳐다봤다. 제하는 우쭐해서 하랑을 내려다봤다.


" 하늘같은 애인님 아닌가? "

" ...아.. 불러주기 싫어라. "

" 뭐라고?! 방금은 낯 간지러운 말 잘도 하더니!!! "

"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 "


하랑이 버럭 말하자 제하는 다시 빼애액! 거리며 바둥거렸다. 하랑은 이게 무슨 어른이야! 라며 같이 빼애액거렸고, 결국 마트의 점장이 와서 둘을 진정시키는 데까지 이르렀다. 양 손 가득 음식(대부분 과자)을 들고 차에 올라탔다.


" 하여간, 진짜 애라니까. "

" 흥. 지는 "

" ...애인님. "

" 안 들린다. "


제하의 말에 하랑이 밉다는 듯이 제하를 노려보고는 체념해서 한숨을 살짝 내쉬고는 한 글자, 한 글자에 힘을 주었다.


" 애.인.님. 계속 삐져있을 거예요? "

" 아니! 이제 품! 풀었어! "


제하가 해맑게 말하며 화를 내려는 하랑의 손을 잡고는 실실 웃었다.


" 뭘 잘했다고 웃어요? 앞에 보고 운전해요! "

" 응! "


그렇게 말한 제하는 재빨리 뽀료퉁해서 창 밖으로 고개를 돌린 하랑의 손등에 키스를 하고는 속력을 높혔다. 하랑은 손등에 닿은 촉촉한 느낌에 입꼬리가 올라가며 열심히 운전을 하는 제하를 쳐다봤다.


' 내... 내, 애인님. 내가 사랑하는 우리 애인님. ...뭐라고든 부를테니까... 이대로만 있어줘요. 꿈에서 깨어나서 현실을 보기 전까지... 그냥 이대로만. '

.....

' 고마워요, 애인님... 잠깐이라도 사랑을 줘서. 고마워요... '


제하를 쳐다보는 하랑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깊고, 애틋했으며 사랑에 잠긴 아이의 표정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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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8-05 17:34 | 조회 : 5,079 목록
작가의 말
MIRIBYEOL

...이제 슬슬... 사랑스럽고 달달한 분위기를 ...후회공으로 ㅂ바꿔볼까요..? (밀당즁) 오늘도 좋은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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