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이 호로새끼가?

-08.-







하랑이 보조석에 축 늘어져 앉아있자 제하가 혀를 차고는 몸을 움직여 하랑의 안전벨트를 메줬다. 여전히 붉게 물든 하랑의 볼이 보기 좋다는 듯 헤롱헤롱거리는 하랑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만졌다.


" 오늘 수업 없어? "

" ... 오후에 하나 있어요. "

" 그럼 아점먹으러 갈까? 배 안고파? "

" ..우웅.. 고파요. "


하랑이 고양이처럼 제하의 손에 볼을 부비적거리며 말하자 제하가 상냥하게 웃고는 하랑의 몸을 당겨 가볍게 키스를 했다. 하랑은 여전히 욱신거리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침보다 더 욱신거리는) 몸을 시트에 길게 늘려트리고 고개만 돌려 운전하는 제하의 모습을 바라봤다.

...내 남자. 얼마가 됐든... 내 남자. 내게 사랑을 줄.. 내 남자.

하랑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욱신거리는 몸과 지끈거리는 허리의 고통따위 날라가버렸다.


" ...하랑아. "

" 네? "


갑작스럽게 말을 건네는 제하 때문에 놀란 하랑의 입에서 경어가 툭 튀어나왔다.


" ..그렇게 볼 예쁘게 물들이고 빤히 보면 형 운전할 때 사고낼지도 몰라. "

" ... 더 이상은 무리. 진짜 형.. 나 죽어요. "

" 응? 무슨소리를 하는거야? ...교통사고 난다고. "


하랑이 울먹이며 죽을상을 하고 말하자 순간적으로 제하의 얼굴에 의문감이 들었고 제하의 말을 오해했다는 것을 인지한 하랑이 낮게 아.. 하고는 귀와 목 뒤를 뻘겋게 물들였다. 힐끔. 그 모습을 본 제하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 푸하하!!!! 야. 이하랑! 너 뭔 생각했어! "

" 아... 아씨.. 아.. "


하랑이 망했다. 싶어서 양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뻘뻘대자 마침 신호에 걸린 제하가 차를 세우고 꺽꺽대며 웃고는 알싸하게 달아오른 하랑의 귀 끝을 만졌다.


" 아우. 이 응큼한 것. "

" 아.. 진짜 그런거 아니예요. "

" 왜? 바로 호텔갈까? 또 할래? "

" 혀엉!!! "


제하의 능글맞는 말에 하랑이 큰 소리를 내며 제하를 불렀고 제하는 생글생글 웃으며 뜨끈뜨끈해진 하랑의 귀를 만졌다.


" 나는 상관없는데, 너가 수업있다며. "

" 우웅.. 그니까, 그런게 아니라니까요... "


차가운 제하의 손이 열이 오른 하랑의 귀에 닿자 서늘한 느낌에 하랑이 한 쪽 눈을 찌뿌리며 낮게 신음을 뱉었다.


" 어유. 이제는 막 유혹하고 그러네. "

" 형!! 진짜!! "


하랑이 눈을 가늘게 뜨며 제하를 노려보자 제하는 사랑스럽다는 듯이 웃으며 하랑의 머리를 헝크렸다.

어디서 이런 애교를 배웠을까? 정말 선천적인 재능이라는 건가? ...누가 이 아이를 또 안았을까? 이 아이에게 내가 필요한 걸까? ...

...나는 이 아이가 필요한걸까?


머릿속을 뒤흔드는 의문들에 제하는 가볍게 머리를 젓고는 하랑이 자고 있을 때 몰래 예약해논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여담으로 하랑이 자고 있는 사이 스마트폰으로 동성과의 관계를 맺을 때를 찾아봤다.) 하랑은 부드러운 속도감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옆에 제하가 있어서 그런가? 좋은 냄새가 자신을 다독이는 것 같았다.


" ..하랑아. 일어나. "

" 으음.. 형..? "

" 많이 피곤했어? 다왔어. "

" 아! 미안해요! "

" 아냐아냐. 잘잤어? "


제하의 손이 부드럽게 하랑의 볼을 감싸자. 여전히 상기된 하랑의 볼이 예쁘게 올라가며 하랑이 미소를 짓게 도와줬다.


" 내리자. 걸을 수 있겠어? "

" 당연! 내가 애도 아니고. "

" 크큭. 알았어. "


제하가 짓궂게 웃으며 말하자 하랑이 오기가 생긴 듯 문을 열고 힘차게 일어나서 발을 땅에 디뎠다.


" 으악! "


하랑의 입에서 큰 소리가 나오면서 하랑의 무릎이 꺽여서 털썩 하고 땅을 향해 넘어졌다. 제하는 하랑을 도울 생각도 하지 않고 재미있다는 듯이 큰 소리를 내며 웃고있었고, 하랑은 짜증난다는 듯이 몸을 거칠게 일으켰다.

뚜둑.

그 순간 뭔가 이상한 고통과 함께 자신에게만 들리는 소리가 여명처럼 귓가를 때렸다.


설마..설마... 에이... 충분히 괜찮게 했을텐데... 설마


하랑이 설마..하는 느낌에 천천히 고개를 돌려 바지 사이로 손을 넣었다. 그 모습을 본 제하의 표정이 놀람으로 물들었고 얼른 차에서 뛰어나와 하랑을 자신의 뒤로 숨겼다.


" 뭐하는거야! "

" .... "

" 왜 그래? 괜찮아? "

" ...아. 네. 옷 정리가 안 된 줄 알고... "


하랑은 얼른 손을 빼고 주먹을 말아 쥐었다. 제하는 어휴.. 하고는 하랑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걸었다. 하랑은 당황감에 눈을 꼭 감았다.

피다. 아... 무리를 해서 움직여서 그런가? 상처가 났었던가? 아무래도 처음인 제하가 이걸 봤다면 분명 제 탓인줄 알고 안절부절할 모습이 눈에 선했기에. 하랑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 형. 저 화장실 좀 갔다 올게요. "

" 그래. 같이 가줄까? "


제하가 짓궂게 말하자 하랑의 얼굴이 붉어져 됐어요! 하고는 도도하게 화장실로 걸어갔다. 제하는 그런 하랑의 뒷모습을 보며 고양이를 키우는 느낌에 기분좋게 웃었다.




-





하랑은 바지를 내리고 피를 닦았다. 다행히 심한 상처는 아니었고 피도 금방 멈추는 정도였다. 손에 묻어있던 피를 닦아내며 오래간만에 보는 하혈에 머리가 아찔해졌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장면이 머릿속을 강타했다.

길게 한숨을 내쉰 하랑이 절뚝거리며 화장실을 나섰다. 제하가 벽에 등을 대고 하랑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하랑의 눈에 박혔다.


" 업어줄까? "

" 괜찮아요. "


제하가 피식 웃으며 하랑의 어깨에 손을 둘렀고 냉큼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세 번 연속 닫힘버튼을 누르고는 재빠르게 닫히는 문을 보자마자 하랑에게 달려들어 입술을 물었다.


" 으읍! 혀..읍! "


하랑이 밀어내려고 했지만 견고한 성처럼 제하가 하랑의 허리를 감싸며 손에 힘을 줬다. 하랑은 못 말린다는 듯이 그의 목에 손을 감싸서 응했다. 자신의 머릿속을 강타했던 싫은 기억들이 모조리 날아갔다. 기분이 좋아졌다. 하랑이 가슴을 더 밀착시키자 제하가 가볍게 하랑을 들어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자그마한 난간에 그를 걸쳐놓고 입을 살짹 땠다.


" 어? 상처났다. "

" 형이 계속 깨무니까 그렇잖아요. "

" 흐흥. 섹시해서 좋은데 뭐. "





-






" 런치세트 3번으로 두개 주세요. "

" 와인하시겠습니까? "

" 아니요. 그냥 물로 주세요. "


제하는 자신의 말에 대답하는 종업원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종업원은 제하의 말에 응답하면서 눈으로는 하랑을 쫒고있었다. 하랑은 이런 곳은 처음이라는 듯이 신기해서 여기저기 보고 있었고, 엘리베이터의 키스 때문에 살짝 상기된 볼을 가진체 냅킨을 만지작거렸다. 그런 하랑을 종업원이 얼굴을 붉히며 쳐다보고 있었다.


' 이 호로새끼가? '


기분이 언짢아진 제하가 물잔을 쾅! 하고 내렸다. 그 소리에 하랑과 종업원 둘 다 놀라서 제하를 쳐다봤다. 제하는 사나운 표정을 하고 으르렁대며 종업원에게 말했다.


" 얼른 물이나 가져다 주쇼. 그리고 사라져. 훠이훠이! 음식은 다른 사람이 가지고 오쇼! "


으르렁.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사자의 모습에 종업원은 금세 꼬리를 내리고는 재빨리 카운터로 사라졌다.


" 형. 왜 그래요? 괜찮아요? "

" 어?! 아니 안 괜찮아. 몹시 얹짢다. 여기 두 번 다시는 안와. "

" 엥? 왜요? 아직 음식도 안 나왔는데. "

" 맛없어!! 안 봐도 뻔해!! 에라이! "


하랑은 딱봐도 화난 티가 나는 제하를 이상하다는 듯이 한 번 보고는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손가락을 꼼지락댔다.


" 나는 좋은데... 형이랑 첫 데이트니까... 나는 완전 좋은데... "

" .... 여우. 여시. "

" 뭐가요! ..진짜로 좋아서 그러는 건데.. 형은 싫나봐요? "


하랑이 상처받았다는 듯이 살짝 울먹이며 말하자 제하의 표정이 난감함에 부딪혔다. 제하는 얼른 손을 들어 아니라는 듯이 여러번 흔들고는 쭈욱 뻗어 하랑의 볼을 감싸쥐었다.


" 아니야. 그런거 아니야. "

" ...그럼 밥 다먹고 아이스크림 사줘요. 나x루 녹차로. "

" ....이야. 진짜 여시가 따로 없네. "


금방 생글 웃으며 하랑이 말하자 제하가 기겁하며 혀를 찼다.


" 누구한테서 배웠어. 어? "

" 헤헤. 선천적인거라니까요? "

" 새끼.. 얼굴 잘 못쓴다는 말 취소! 캔슬! 아주 그냥 잘 쓰고 다니는구만? "


제하의 말에 해맑게 웃던 하랑은 음식이 나오자 배고프다는 듯이 얼른 수저를 들었고 제하는 못 말리겠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





" 야!! 이하랑 일로와!! "


쾅! 소리를 내며 기분이 안 좋아보이는 제하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걸레로 책상과 사물함, 골동품들을 닦던 하랑이 놀라서 걸레를 잡았던 손을 뒤로 감싸고 제하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둘이 사귄지 벌써 이주일. 사무실의 모든 사람들이 둘의 관계를 알게되었다. 다들 축하해주자 제하도 하랑도 기분이 좋아졌었다. 물론 다현에게 죽도록 맞을 뻔 했지만. 제하는 그 뒤로 숨기지 않고 애정표현을 했고, 슬슬 사무실 사람들은 또 저런다.. 하며 둘의 애정표현에 질려 했다.


" 얼른 안 뛰어오냐?! 내일 땅바닥 딛기 싫어?!?! "


제하의 말에 모두가 질겁했다. 하랑은 얼굴이 하얘져서 얼른 제하에게 달려갔고, 제하는 자신의 자리에 짜증난다는 듯이 앉아서 달려와서 가픈 숨을 내쉬는 하랑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 우왁! ...형! "

" 시끄러. 이대로 있어. "

" ...다들 보잖아요. "


하랑이 부끄럽다는 듯이 말하자 제하가 고개를 들어 둘을 바라보는 수많은 눈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 뭘 봐! 눈 돌려! 연애하는 거 처음보냐?! 일해!! "


그 말에 모두가 일제히 시선을 옮겼고, 하랑은 못 말리겠다는 듯이 웃고는 제하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만졌다.


" 왜 그래요? "

" ...원기회복중. 짜증나는 일이 있었어. "

" 흐음. 그렇구나. "


지난 이주일동안 사실 제하는 하랑을 거의 안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매일매일 괴롭혀주겠다는 말과는 다르게 항상 그냥 안고만 잤고 실제로 관계를 맺은 건 한 번 뿐이었다. 왜일까? 죄책감? 하랑은 불안해졌다. 차라리 자신에게 익숙해져서. 안달이 났으면 좋겠다.

하랑이 생각을 하며 제하를 바라보자 하랑의 허리를 안고 배에 고개를 묻고 있던 제하가 하랑의 배를 조물딱거렸다.


" 어찌된게 많이 먹이고 있는데 살이 안 찌냐? "

" 그러게요. 아, 오늘 저녁 뭐 먹고 싶어요? "


하랑은 일주일 전부터 제하와 같이 살고 있었다. 제하의 텅빈 냉장고에 마음이 갔던 하랑은 같이 살자며 졸랐고. 제하는 마음대로 서제에 들어오지 않는 조건으로 허락했다. 그리고 그날 밤을 달렸다고 한다. 머릿 속이 새하얘지고 목소리가 갈라지고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하랑은 그 다음 이틀 연속으로 병가를 냈고 침대에서 낑낑댔다.






-







" 형. 그만 놔줘요.. "

" 흐음~.. 전부터 느낀건데. 너 우유 냄새나. "

" ....예? "

" ... 먹고싶다. "


제하가 슬쩍 이빨로 하랑의 티셔츠를 올리고 혀로 할짝거리며 배를 햝았다.


" 으아악!! 뭐하는 거예요! "

" 아 먹을래! "

" 악! 씹지마요!! 으악!! 아파요! 아파!! 깨물지마! "


하랑이 아픈듯 소리치지만 제하는 여전히 손을 풀지 않고 잘근잘근 하랑의 배와 옆구리를 씹었다. 어느새 침범벅이 되고 군데군데 피가 보이는 지경이 되자 제하는 정신을 차렸다.


" 으윽.. 흐읍.. 아파..아프다고.. "


하랑이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말하자 제하가 당황해서 얼른 티셔츠를 내리고 하랑을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아아.. 이럴생각은 없었는데...

스트레스를 하랑에게 푼 것 같은 기분에 죄책감을 느끼며 울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훌쩍대는 하랑의 등을 토닥였다.


" 아... 미안! 하랑아. 뚝해봐. 응? 미안해. 미안. "

" ...아프다고 몇 번을 말했어요.. 흐윽.. 아파.. 흑.. "


아프다고 말하니까 더 아파졌는지 하랑이 점점 더 울먹이는 소리로 말하자 사무실에 있던 모두가 수근거렸다.


' 부사장님이 너무했네. 아유. 안 그래도 약한 애를. '


제하가 짜증난다는 듯이 사무실의 모두를 쳐다보고는 자신의 품에서 울고있는 하랑을 업고는 퇴근한다. 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


" 아! 그거 빼줘야 하는거구나!! (깨달음) "

ㅋㅋㅋㅋㅋㅋ7.19금 편에 나왔던 씬 여담입니다만.
하랑이가 자고 있을 때 몰래 검색해 본 제하ㅋㅋㅋ끌끌끌
(제하 등에 난 상처는 도대체 뭘까요? /므흣)

1
이번 화 신고 2016-08-03 19:43 | 조회 : 5,867 목록
작가의 말
MIRIBYEOL

19금 게시물이 앞으로 많이, 자주 올라올 것 같아서. 티ㅅㅌ리 블로그를 만들까 생각중입니다. 만들면 공지 넣을게요~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