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만남,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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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릴적 기억은 작은 지하 단칸방에서 만원짜리 한 장을 손에 쥐고 멍하니 앉아 있는 데서 시작한다. 나의 어머니는 소위 말하는 몸을 파는 일을 했으며, 어떤 남자와의 관계로 나를 가졌다. 물론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모른다. 대충 날짜로 누구겠구나- 하지만 그 것도 정확한 건 아니었다.

어머니는 돈 아니면 술을 들고 집에 들어오셨다. 돈을 들고 온 날이면 항상 내 손에 만원 짜리 한 장을 쥐어주셨고, 그 것이 며칠 혹은 몇 주간 내 생활비였다. 그 생활비마저 떨어지면 나는 어머니가 일하는 가게로 가서 술 안주 남은 것 등을 얻어먹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돈에 대한 개념이 생겼을 때, 폐지를 줍는다거나 빈병을 모으며 생활비 벌이를 했다.


" 어머니. 그게 뭐예요? "

" ...내 생명줄. "

" 생명줄? "

" 그래, 아들. 쓸모없는 우리 아들아. 돈 벌어와. 그리고 엄마 생명줄 좀 사줘. "


어머니는 어느 순간부터 흔히 말하는 마약을 들고 오셨다. 가게에서 어머니를 찾는 사람이 뜸해짐과 함께 술에서 약으로 갈아타셨다. 어릴 적 나는 차라리 술보다는 약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약을 하고 오신 날에는 나를 향해 웃어주셨으니까.

그러나 어머니는 약이 더 필요했으며, 돈이 없었고. 가진 건 나 뿐이라서. 나를 파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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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하랑! "

" 아... "


하랑은 자신을 부른 사람을 확인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성큼성큼 다가온 다현은 하랑의 어깨에 손을 둘렀다. 그리고는 빙그레 웃으며 말을 걸었다.

신다현.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대기업의 둘째 딸로 엄청난 자신감과 열정, 외모, 몸매를 가진 제벌 3세이며 '법대 여왕님'이라고 불린다. 그녀의 배경에 처음 학교를 입학 했을 때에는 모두 다 그녀가 돈을 찔러 넣어서 학교에 입학했다고 뒤로 입을 놀렸지만 그녀가 꾸준히 차석을 차지하고 있기에 더 이상 아무도 뒤로 입을 놀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그녀를 만년 차석으로 만든 법대 수석, 이하랑.

다현은 눈을 살짝 내려서 휴대폰을 보고 있는 하랑을 쳐다봤다. 왠만한 여자보다, 어쩌면 자신보다, 예쁜 얼굴과 여자치고 꽤나 큰 편인 자신과 비슷한 키, 예상 외로 잔근육이 조금 있어서 옷을 입으면 오히려 더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몸매를 가진 하랑.

아, 새끼... 예뻐. 화장해주고 싶어.

다현은 고등학교 입학식 때 하랑을 처음 본 순간부터 그에게 바라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여장!! 여.장! 화장을 해주고 가발을 씌우고 치마를 입히고 싶어서 몇 년전부터 노력해왔지만 이 하랑놈은 용케도 잘 빠져나갔다.


" 신다현, 너 나 화장시킬 생각이면 꿈깨. 그리고 침 닦아. "


쓰읍.

다현은 손으로 입가를 문지르며 침을 닦았다. 새끼, 눈치한 번 빠르기는...


" 아! 이하랑! 너 알바 지금 몇개 하고 있어? "

" ... 세 개? "

" 다 합치면 시급 얼마냐 "

" ... 만 팔천원 정도? "

" 그럼 이하랑아. 그거 다 떼려치워. "

" 뭐? "


다현은 피식 웃으며 하랑을 쳐다봤고 그는 무슨 소리냐는 듯이 그녀를 쳐다봤다. 다현은 이내 생글생글 웃으며 하랑의 손을 꽉 붙잡고는 말했다.


" 시급 3만원!! 어때!? 안전성은 내가 보장하마! "

" ...3...3만원!?!? "


하랑은 놀라서 다현의 손은 맞붙잡았다. 다현은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면서 그렇지! 하고 눈을 반짝거리는 하랑을 쳐다봤다.

물론 국립대여서 다른 일반대학보다는 훨씬 싸긴 했지만 학비를 대줄 부모님도, 후원자도 없는 그에게 생활비는 벅차긴 했다. 물론 학비야 수석이기에 전액장학금이 나와서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항상 모두가 한 번 씩은 참석하는 술모임에 한 번도 참석하지도 못하고 일과 공부에 매달렸다.

대학을 입학과 동시에 자신을 키워주시던 할머니의 집에서 나와서 혼자 자립하고 있는 그에게 생활비는 큰 과제 중 하나였다. 물론 등록금까지는 어떻게든 내주셨지만 하랑의 성격상 생활비까지 받으며 대학을 다니지는 못했다.


" 어때 어때? "

" 할래! 하겠습니다! 시켜주세요! 누님! "


왠만해선 감정표현을 하지 않는 하랑이 웃으며 격하게 반응하자 다현은 희열감과 만족감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휴대폰을 들어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 응! 제하오빠! 알바생 구한댔지? 어어. 구했어 구했어. 그러니까 지금 여기로 올래? ...아 완전 일도 잘하고! 착하고! 성실하고! 예쁘고! "


다현의 마지막 말이 거슬렸는지 하랑은 손가락 하나를 펴서 그녀의 옆구리를 꾸욱 눌렀다. 다현이 히히 웃으며 미안. 하고는 전화를 껐다.


" 지금 온데! "

" 응. 그런데... 무슨 일이야? "

" 응? 아. 그냥 사무실 보조 업무! "

" 보조? "

" 응. 커피타고 청소하고 업무 봐주고? "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교문 쪽에서 검은색 에쿠스 한 대가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들어왔다. 하랑은 에쿠스의 우아한 자테를 보며 설마... 하고는 손가락으로 우아한 에쿠스를 가리키며 물었다.


" ...설마. 저 차는 아니겠지? "

" 응? 어! 맞어! 제하오빠 새 차 뽑았다더니 저거구나. "

" ... 저...저거. 조..조폭.. "

" 어? 아. 제하오빠 조폭은 아니고, 뭐 비슷한거? "


하랑은 다현의 말에 벌렁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았다. 물론 다현의 주선이니까 안전한 건 확실했지만, 설마 자신이 없으면 수석을 잡게 되기 때문인가!?

같은 고등학교 입학식때부터 옆자리에 앉으며 친해진 둘은 3년 내내 같은 반을 하며 남여 사이의 진정한 우정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견본 같은 사이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성적을 1,2위를 다투며 같은 학교에 지원하고 같은 학과에 지원하게 된 말 그대로 진정한 친구였다.


' 그런데 왜! '


하랑은 아..! 아..! 하며 뻘뻘댔다. 검은색 에쿠스는 부드럽게 자신들 앞쪽에 멈춰섰고, 그 차의 뒷자석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내렸다.

다현을 쳐다보던 하랑이 그 남자에게로 눈을 돌린 순간 하랑의 눈이 점점 커졌다.

190은 넘을려나? ...운동을 오래하셨나..? 저런 사람을 정말 미남이라고 하는구나! 왠만한 연예인보다 더 해!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느릿하게 걸어 오는 남자에게서 하랑은 눈을 떼지 못했다.


" 제하오빠! 여기! "

" 아, "



하랑은 점점 다가오는 그를 따라 시선이 올라갔다.

간질간질..

이거, 뭐라고 하지? 이 느낌. 이거! ...그래, 이거!.... 반했다!


" 인사해, 여기는 한세기업의 부사장이자 행동대장 박제하 오빠. "

" 행동대장? 죽는다? "

" 여기는 우리 학과 최고의 두뇌! 이하랑. "

" 바..반갑습니다. "


제하는 눈을 내려 하랑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갸웃하고 고개를 살짝 기울이더니 미간에 주름을 잡고는 다현을 향해서 물었다.


" 나는 남자 직원을 구하고 있었는데? "

" 응. 근데? "

" ...이건 어딜봐도 여잔데? "


라며 하랑을 검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말에 다현은 크케 웃으며 하랑의 머리위로 손을 올렸다. 하랑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는 어...? 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얘 이래뵈도 온갖 힘든일은 다 해 온 사지멀쩡한 남자애야. "

" 흐음... "

" 예쁘면 좋잖아! 거기 사무실 남자들 밖에 없어서 안그래도 칙칙해죽겠구만. "


다현의 말에 칙칙?!이라며 열을 내는 제하. 하랑은 예쁘다는 말에 인상을 찌뿌리고는 제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 뭣하면 악력 보여드릴까요? "

" ...풋. 아서라. "


제하는 피식 웃으며 가볍게 하랑의 내민 손을 잡고 위 아래로 흔들었다.

두근.

아, 사람 체온이란게 이렇게 따뜻했나....

하랑은 오래간만에 느끼는 두근거림에 살짝 들떠서 제하를 향해 해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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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7-26 00:38 | 조회 : 10,378 목록
작가의 말
MIRIBYEOL

처음뵙겠습니다!! 후회공!! 짝사랑수 모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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