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공,수의 전환




아마 지금 눈을 뜨면 길고도 긴 밤의 일이 모두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게
분명했고, 그 현실은 내게 너무나도 크게 느껴질거 같아 눈을 뜨지 않고
오히려 더 꽉 감을수록 도망가는 잠이었다.


“후우…”


길고 긴 여러 가지의 감정이 담긴 한숨을 시작으로 눈을 떴다.
역시 축축하게 느껴지는 그와의 하룻밤이 이렇게 절망적으로 다가오며
꿈이 아닌 현실이라고 말해주듯 옷가지들은 아무렇게나 헤져있었고
테이블위에 올려져있는 수표와 대충 휘갈겨 쓴 메모.


‘이정도 값이야 넌 고귀한척 하더니 결국엔 내 밑에서 애원하는 꼴이네.’


종이와 수표를 움켜쥐었다. 고작 내가 이것을 바래서 그 쾌락을 위해 고작
이런 말과 이런 대우를 받아야 했나?
게이가 그렇게 큰 잘못이고 병균이고 더러운 건가.
온갖 의문에 내가 더러워져 보였다.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던 내가 말이다.


몇 번을 씻었는지 모르겠다. 그가 내 몸에 새기듯 남긴 키스마크와
그의 향을 지우려 애를 썼지만 돌아오는건 어젯밤의 기억이었다.
내 표정 그리고 그의 표정이 서로 즐겼고, 원했고, 사랑했었다. 라고 말해주 듯
지워지지 않는 유일한 흔적이었다.


“아마도… 내가 더 위험한 거 같네…….”


물기를 머금은 머리칼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비친 거울속의 자신의 모습을
보며 빨갛고 작은 입술을 살짝 열어 작게 읊조리곤,
누군가 준비해준 와이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선글라스와 모자를 쓰곤
택시를 타려 했다.


“한…가현씨 되십니까?”


호텔 앞 택시 정류장에서 택시에 타려 하는 내 뒤에서 들려오는 내 이름과
한 번도 들어본적 없는 목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한가현임을 알려주곤 그 상대의 눈을 바라봤다.


“박지호 사장님께서 할 이야기가 있다고 모셔오라고 차를 보냈습니다.
거절하시면 안…됩니다. 제가 힘들어…져요…제발 타주세요…”
“…”


선글라스를 벗고선 그의 눈을 보고 살짝 웃었다.
이 남자는 대체 그 미친놈에게 무슨 약점을 잡혔을까,
나처럼 들키지 말아야 할 약점을 잡힌 걸까.


헤어 나올 수 없는 온갖 의문들로 가득한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았고
그와의 어젯밤 황홀했던 기억을 곱씹으며 그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지
내 감정을 숨길 수 있을까, 아니 지금 드는 감정은 무엇일까.



“도착했어요. 라운지에서 기다리신다고 하셨어요.”
“네”


고급스런 호텔이었다. 어제 그와 내가 있던 아무나 갈수 있는 호텔이 아닌
정말 VIP중에서도 VVIP도 아닌 VVVIP만 갈 수 있는 호텔 같아 보였고,
마치 그와 나의 차이를 알려주듯 날 바닥으로 보낼 생각인가 보다.



“성함을 말씀해주세요.”
“…한가현입니다.”
“확인 되셨습니다. 5년 동안 멤버십 활동이 없으셨네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개인 사생활입니다. 나중에 우편 보내주시면 그때 답변해 드릴게요.”
“네 죄송합니다. 결례를 용서해주세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곤 그 여자가 내게 알려준 대로 행동을 했다.
절 때 고개를 숙이지 말고 꼿꼿하게 시선은 정면으로 아래로 내려선 안 된다.
그 누구도 나를 아랫사람으로 보지 못하게 거만하고 위엄 있게 행동해라.

잊고 싶었던 기억은 돌아온다. 늘, 최악의 상황 최상의 상황에서도 말이다.



“20층 라운지입니다. Find your happiness"


어렸을 때부터 들었던 말이었다. 너의 행복을 찾아라.
대체 이 곳에서 왜 보자고 했고, 왜 나의 잊어뒀던 기억을 꺼내려 하는 걸가.



“돈도 많으면서 왜 김지용이랑 내 주위를 배회하면서 꼬시는 거지?”
“난 꼬신 적 없어. 그리고 넌 하룻밤을 보낸 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나봐?
고작 이 푼돈으로 날 샀다고 생각하는 거야?”
“영양가 없는 질문이네, 널 사려고 했던 적은 딱히 없는데.”
“그럼 질문을 바꾸자. 널 사면 내가 니 머리위에서 널 밟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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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7-14 16:58 | 조회 : 2,435 목록
작가의 말
모근님

어머어머어머머어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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