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이루어지다(2)

“내가 지금 얼마나 기쁜지 알아?”


민운은 연우를 꼭 껴안았다.
혹시라도 마음이 바뀌어 도망갈까봐 놓아주지 않았다.


“도, 도련님……숨 막…….”
“앗.”


연우가 꾹 눌린 목소리를 내며 손을 들어 탭을 치자, 민운이 당황하여 금방 그를 놔주었다.
무거운 것이 몸을 누르던 느낌이 사라지자, 연우는 후, 하고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살짝 민운을 올려다 봤다.





“도련님…….”


연우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도련님만큼은…….’




“저……떠나버리면 안돼요.”



그는 무서웠다. 원치 않는 신체적 접촉보다도.

항상 그 무서움 속에서 마음을 억지로 닫고 살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부모님처럼 갑작스레 사라질 까봐, 이준처럼 함께 할 수 없을 까봐 슬퍼했다. 친구들처럼 자신을 떠날 까봐, 아저씨처럼 자신을 배신할 까봐 두려웠다.




“절대로.”


민운은 연우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췄다.


“네 곁을 떠나지 않아.”





연우는 한번 더 용기를 내어 그에게 먼저 키스를 했다.
그리고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랑해요.”

“나도 사랑해.”




아직도 조금은 두렵다.

하지만 아무리 억눌러도, 내 마음이라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그리고 이대로 그를 놓치는 것이 더 후회가 될 것 같아서.

이제는 내 마음이 향하는 대로, 그대로 가고 싶다.








-----








춥디 추운 계절이 지나고, 다시 봄이 돌아왔다.

색색 꽃들이 하나 둘 봉우리를 피웠고, 푸른 잎이 무성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옷차림은 가벼워졌고,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아이들도,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마냥 즐거워했고, 막 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들은 학창시절 늘 상상으로만 누렸던 대학 생활에 열중했다.
바깥 공기를 마시며 함께 이 계절을 즐기는 연인들도 많았고, 또 새롭게 생기기도 했다.



해가 지고 저녁이 되어도 날이 춥지 않으니, 아직 밖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사람들 사이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보였다.
그는 갓 세차한 느낌의 번쩍번쩍하고 광이 나는 차를 타고 자신과 같이 퇴근하는 차로 가득한 도로를 달렸다.



집에 도착하고 대문을 여니 커다란 개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그를 반겼다. 남자는 자신을 졸졸 쫓아와 계속 꼬리를 흔드는 개의 머리를 조금 쓰다듬고 현관문을 열었다.








“다녀왔습니다.”


남자는 구두를 벗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넥타이를 살짝 풀었다.
그가 들어오니 거실 소파에 앉아 드라마를 보던 여자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오셨어요?”


아줌마는 현관문 쪽을 보며 남자에게 인사를 하다가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소리를 지르고 누군가가 얻어터지는 소리가 들리자, 에구머니, 하면서 다시 드라마에 집중했다.

이어서 그를 반기는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조금 늦었네요.”



그 목소리에, 남자의 입가에 미소가 띠었다.

1
이번 화 신고 2017-02-18 23:56 | 조회 : 3,111 목록
작가의 말
로렐라이

내일 마지막화 들고 오겠습니다.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