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상담

“그래서 지금은 사귀어?”

“프흡!”


며칠이 지나 주말이 되자, 이연이 놀러 왔다.
집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만나, 이연은 연우에게 이것저것 캐물었다. 그녀는 대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늘어놓기 보다, 연우의 일에 관심이 있었다.


“안 사귄다고 했잖아…….”


연우는 음료를 마시다가 기도로 잘못 넘겼다. 왠지 또 데자뷰가 느껴졌다.


“그럼 그때 그 날은 술래잡기 왜 한 거야?”


이연은 아주 끈질기게 물었다. 물론 연우가 순순히 그걸 말해줄 리는 없었다.


“사정이 있어……."
“다음날 사이 완전 서먹했잖아. 싸웠어?”
“……그건 아니고…….”


연우는 머릿속에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 때문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럼 뭔데? 뽀뽀라도 했어?”
“악!”


눈치 빠른 이연의 물음에 연우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버렸다. 얼굴은 시뻘게지고, 크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말에 부정하지도 못하고 말을 더듬었다.

이연은 귀엽다며 소리 내어 웃었다.




“와, 했구나? 뽀뽀는 했는데 사귀진 못했다……. 뻔하네, 너 찼지?”
“…….”


연우는 묵묵부답이었다. 이연은 두 사람의 이야기에 호기심을 품으며 턱을 괴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를 봤다.


“무슨 일인지 말 안해줄 거야?”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절대 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연우는 어쩔 수 없이 아주 조금, 이야기를 해줬다.








“세상에……왜 그랬어!”


이연은 이야기를 듣고 연우에게 잔소리를 했다.


“돈 많고, 잘 생겼고, 성격 좋고, 집도 있고 차도 있는데 왜 찼어~!”


이연은 자신에게 그런 성격과 재력을 가진 남자가 고백하면 당장 내일이라도 결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우는 멋쩍게 웃었다.




“……왠지 안될 것 같아서.”
“뭐가?”

“겁나고, 죄책감 들어. 또 한편으로는 ‘나중에 도련님이 날 싫어하게 되면 그땐 어떡하지?’ 이런 생각도 들고.”


연우는 이연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아니야, 절대 아니야.”


이연은 결코 그럴 리가 없다며 손을 저었다. 꽤 확신하는 표정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을 해?”
“연우야……진짜 가끔은 네가 너무 바보 같아.”


이연은 조금 언짢은 표정이 지었다. 그녀는 자신이 절대적으로 확신하는 이유를 알려주었다.


“내가 처음 캐나다 갈 때도 둘이 사귀냐고 물었지? 어떻게 눈치 챘는지 알아?”


보면 알 수 있었다.
연우가 납치될 뻔 했던 그 날부터 아마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눈치를 챘을 것이다.


“사실 처음부터 알았다 해도 무방할 정도야. 걔는 다른 사람 볼 때랑 너를 볼 때랑 느낌이 너무 달라.”


이연은 음료수를 벌컥벌컥 들이키고, 잔을 탁 내려놓았다.


“둘 다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말이야. 백민운 걔 수술하고 깨어나자 마자 너 찾았어. 당장 일어날 수준의 부상이 아니었단 말이야.”



이연은 민운과 연우가 이미 병원으로 이송되고, 강 비서가 연우의 핸드폰으로 연락을 했을때 병원으로 달려왔다.
이연은 연우가 있는 병실에서 강 비서에게 둘이 헤어지고 나서 있었던 일에 대해 들었다.
한 30분이 지났을 까,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민운이 병실 문을 벌컥 열고 연우를 찾으러 왔다.



“너 괜찮은 거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 놓고 돌아가서 침대에 눕더라. 그리고 너 호흡곤란으로 쓰러졌을 때도 얼굴 표정으로만 보면 걔가 더 죽을 상이었어.”


이연은 쉬지 않고 말했다.


“그냥 평소에도, 캐나다에 있었을 때도 민운은 너만 보고 있더라. 진짜 내 손모가지 거는데, 걘 너 밖에 없다니까?”


민운은 그가 무언 가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도, 누군가와 열심히 대화하고 있는 모습도, 새근새근 잠을 자는 모습도,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하고 기분이 좋았다. 느리게만 가는 것 같던 시간도 훌쩍 가버린다.


“이 외에도 엄청 많아. 알게 된 지 얼마 안된 내가 이렇게까지 느낄 정도면 대충 느낌이 오지 않아?”


하지만 연우는 아직 애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농담을 하면 넌 재미있다고 웃지? 걔는 그런 널 보고 웃어.”


그러다가, 이 얘기를 듣고 놀란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히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민운은 너 정말 좋아해. 금방 식을 사랑이 아니란 말이야.”


이제야 연우가 조금씩 반응을 달리 보이자, 이연은 그의 생각을 바꾸게 하는데 조금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절대 걔 마음이 변할 리 없어. 너, 막 정 떨어지는 짓 저지른 건 아니잖아. 네가 그럴 리도 없고.”

“하지만……아직 도련님은 나에 대해 잘 모르잖아…….”

“그 잘 모른다는 게 뭔데?”


연우는 말없이 음료수만 마셨다.

이연은 그가 침묵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그녀 또한 연우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 지는 다 알 수 없었지만, 법정에서 털어놓은 것 외에도 다른 일이 있었던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전부 믿을 순 없었지만, 연우가 사라지고 나서 학교에 떠돌았던 소문이 있었으니까.




“넌 아무 잘못 없어. 민운이 성격 상, 너 괴롭힌 사람 팼으면 팼지, 널 탓할 애는 아니야.”

“그래도…….”

“민운은 지금 네가 좋다잖아. 그런 거 신경 쓸 애면 고백을 왜 했겠어? 아예 안하고 말지.”


구구절절 모두 옳은 말에, 묘한 설득력까지 갖추고 있었다.
연우는 정말 그럴까, 하며 온갖 근심걱정을 보여주고 있던 표정이 하나씩 풀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혼자 삽질 그만하고, 얼른 가서 대답해줘.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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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2-18 17:02 | 조회 : 2,948 목록
작가의 말
로렐라이

이연은 나름 중요한 사이다 캐릭터였습니다. 당연히 민운에게 말을 높이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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