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묘한 신경전(2)

“아쉽다. 퀘백 정말 가보고 싶었는데.”


이연은 공항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타며 말했다.


“학교만 아니었어도 더 노는 건데.”


이연은 당장 이틀 뒤면 입학식 및 개강이니, 어쩔 수 없이 귀국해야만 했다.
다행히 이미 자취방도 구한 상태이고 입주까지 완료한 상태라, 다른 준비 할 것도 없이 3월 2일 가방 매고 학교에만 나가면 된다.


“나중에 친구들이랑 다시 오면 되지.”


연우는 많이 아쉬워하는 이연에게 말했다.


“그래, 뭐……. 애초에 여행이 목적도 아니었고, 이 지역 주변은 하나도 빠짐없이 구경했으니까. 다음번에 오면 동쪽 중심으로 둘러봐야지.”



남은 시간 동안 둘이서 이곳저곳 바쁘게 여행을 다녔기 때문에 후회되는 것은 없었다.

이연과 연우는 공항으로 가는 동안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강 비서는 버스 안에서 다시 잤고, 민운은 앞좌석에서 신나게 얘기하고 있는 연우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하지만 연우는 그와 말을 걸지 않는 것은 물론, 이젠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평생 피할 거 지금 실컷 피해라. 집에 가면 피하지도 못할 걸.’

민운도 집에 가는 동안 그에게 말을 거는 것은 포기했다.
그렇게 공항에 도착해서도, 비행기에 탑승해서도, 귀국할 때까지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걸 보는 강 비서가 오히려 어색해 죽을 지경이었다.







귀국하고 이연은 대학교 근처 자신의 자취방으로 갔고,
세 사람은 꽤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던 것 같은 집에 도착했다.

강 비서는 어색하고도 알 수 없는 무거운 기류가 흐르는 두 사람을 피하기 위해, 또 만삭인 부인을 빨리 보기 위해 부랴부랴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민운과 연우도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아줌마는 강 비서가 없는 동안 그의 아내를 보살펴 주기 위해 아예 그 집에 머무르기로 했기 때문에, 지금 민운의 집에는 없었다.
아마 내일 다시 이 집으로 들어올 것 같다.

두 사람은 끝까지 말이 없었다.
연우는 방으로 들어가 나오지도 않았다.
민운도 피곤했는지, 짐을 다 정리하고 바로 침대 위에 누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두 사람의 들이대고, 피하는 일이 다시 연장되었다.







“도련님, 일어나세요.”


민운은 아침에 일찍 눈이 떠져도 연우가 깨우러 올때까지는 절대 침대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출근시간이 늦어질 것 같으면 어쩔 수 없이 일어나야 했지만.


“……안아주면.”


연우도 민운의 방만큼은 가기 싫어했지만, 그가 정말 일어난 것인지 아직도 자고 있는 것인지 알 방법이 없어 일단 깨우러 갈 수 밖에 없었다.


“네, 실례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일어난 것을 확인하면 바로 방을 나갔다.


“저게 진짜…….”


그러면 민운은 벌떡 일어나서, 연우가 나간 방 문을 째려본다.
그리고 머리를 털고 일어나 출근할 준비를 하고 투덜거리며 아침밥을 먹으러 내려간다.








“오늘도 회사 일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함께 아침을 먹는 시간은 제 2라운드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알바 쓰세요.”


연우는 밥을 깨작거리며 말했다.


“싫어. 옆에 한가한 사람 있는데 굳이 왜?”


그리고 이 상황을 지켜보는 아줌마는 결코 예사스러운 일이 아님을 눈치챘다.
그렇다고 심각한 일도 아니니,
아줌마는 열심히 구경하는 쪽을 선택했다.


“한가하다뇨. 저도 할 일 있는데.”
“그 할 일에 나 돕는 것도 포함되거든? 잔말 말고 따라와.”


아침식사 라운드는 항상 민운이 이긴다.
연우는 어쩔 수 없다.
고용주와 고용자 관계이기도 하니, 계약 상 그의 말을 들을 수 밖에.



회사에서도 이런 이상한 신경전은 계속 되었다.
점심 같이 먹기에 성공하면 민운의 승, 실패하면 연우의 승이다.
함께 티타임을 즐기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민운은 연우를 사장실에만 두려고 애썼고, 연우는 어떻게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가끔 윤 대리를 만나면 구원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강 비서님, 저 두 사람 왜 저래요?”
“내가 사표를 내던가 해야지…….”
“엥?”


강 비서는 무척이나 피곤해 보였다.
그는 입을 크게 벌려 하품을 하며 비서실로 들어갔다.

강 비서는 둘 사이에 껴서 피곤했고, 연우가 알려줄 리가 없었다.
민운은 또 심기가 매우 불편한 상태여서, 윤 대리는 그들이 자리를 비운 몇 주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냥 어림짐작으로 예측을 해볼 뿐이었다.



‘설마 연우가 테오에 대해 알게 되었나……?’

수많은 가설 중 하나는 연우가 질투를 하여 삐친 것이었다.
그래서 민운이 계속 쫓아다니는 것이고, 연우는 피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야, 설령 진짜 알았다고 해도 연우는 그럴 애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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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2-18 16:45 | 조회 : 3,054 목록
작가의 말
로렐라이

윤 대리는 프로필에도 민운과 같은 대학을 다녔었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민운의 과거편에 나온 윤 송이 2년 뒤에 지원한 회사가 친구 회사였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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