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묘한 신경전

새벽이 지나고, 아침 8시가 되자 강 비서는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그는 일어나자 마자 머리를 감쌌다.
그리고 관자놀이를 꾹 누르고 전체적으로 두피 마사지를 했다.
그래도 깨질 듯한 두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백민운 이 망할 놈 때문에…….”


그는 천천히 일어났다.
일어나니 어지러움까지 더해졌다.
민운과 함께 술을 마셔주느라 과음을 해버렸더니,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는 냉장고에서 숙취에 도움이 되는 약을 꺼내 먹었다.
그리고 안경을 쓰고 민운과 연우가 자고 있는 방 문을 열었다.








“얘들아, 일어나라~ 오늘 집에 간다고 내가 말 안했냐.”


강 비서의 말에 연우는 눈이 딱 떠졌다.
그리고 침대에서 일어나 길게 하품을 했다.
그는 눈을 꿈벅이며 작은 서랍 위에 올려진 시계를 봤다.


“부지런한 새나라의 어린이네. 저 놈은 왜 안 일어나는 거야.”


강 비서는 옆 침대에서 술냄새를 폴폴 풍기며 자고 있는 민운을 보며 말했다.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푹 자고 있었다.






“술 냄새…….”


연우는 킁, 하고 방 안의 냄새를 맡아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민운은 옷이고 뭐고 다 술 냄새가 밴 상태였다.


“연우야, 쟤 깨우고 이거 먹여.”


강 비서는 연우에게 자신이 마셨던 거와 똑 같은 약을 줬다.
연우는 아침 몰골이 말이 아닌 강 비서를 보며 물었다.


“대체 뭘 하고 들어온 거에요…….”

“쟤랑 술 먹지마. 넌 덤으로 죽을 거야.”


강 비서는 방 문을 닫고 나갔다.

연우는 가만히 침대 위에 앉아, 민운을 봤다.
그는 얼굴까지 이불을 다 뒤집어쓰고서 조용히 죽은 것처럼 자고 있었다.






‘하……깨우기 싫은데…….’

연우는 고개를 앞으로 푹 숙여 이불 속에 파묻었다.
그리고 한숨을 푹 쉬더니, 침대 위에서 내려와 민운에게 가까이 갔다.








“도련님.”


연우는 아직도 침대에 누워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민운을 깨우기 위해 그의 어깨를 흔들었다.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도련님, 일어나요. 오늘 일찍 출발하기로 했잖아요.”


그래도 미동도 않는다.
연우는 그를 더 세게 흔들었다.


“그러게 술은 왜 마셔서, 아침에 일어나지도 못하는 거에요?”


연우가 세번째로 말을 걸자, 그는 조금 뒤척였다.
그리고 얼굴에 뒤집어썼던 이불을 내렸다.






“……조금 더 잘래.”


그리고 다시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렸다.
연우는 황당해서 그가 올린 이불을 내렸다.


“도련님!”

“…….”


하지만 그는 꿋꿋하게 잠을 청하겠다는 의지였다.


“좀 일어나세요.”


연우는 슬슬 지치기 시작했다.






“……면.”

“네? 뭐라고요?”


민운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입을 열었다.
너무 작게 말해서 잘 들리지 않았다.
그는 다시 한번 목소리를 내어 말했다.






“뽀뽀해주면…….”

“……네?”


연우는 자신이 잘못 들은 건지 되물었다.



“……뽀뽀해주면 일어날 게.”


민운은 직접 와서 해달라는 듯이,
연우가 있는 방향으로 얼굴을 돌려 계속 눈을 감고 기다렸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역시 거절이었다.





“싫은데요…….”


민운은 눈을 살짝 뜨고 그를 째려보더니,
고개를 다시 홱 돌리고 이불을 덮었다.



“그럼 안 일어나.”

“헐…….”


연우는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민운도 일어날 생각을 안했다. 게다가 정말 다시 잠든 것 같았다.
연우는 침대 옆에서 고민하다가 서랍 위에 약을 올려놓고 나갔다.




“마음대로 하세요. 일어나게 되면 이거 드시던가 그것도 알아서 하시구요.”


민운은 방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다시 고개를 홱 돌려 방 문 앞을 봤다.

연우는 정말로 나가고 없었다.

그는 사실을 확인하고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었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민운은 연우가 서랍 위에 올려 놓은 약을 봤다.
그는 인상을 쓰고 약을 쥐었다.
그리고 뚜껑을 따서 한번에 들이켰다.






“그래, 누가 이기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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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2-17 01:45 | 조회 : 2,926 목록
작가의 말
로렐라이

몇 화 안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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