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마음(2)

“도련님, 저는…….”



연우는 어떤 대답을 해야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일단 몸을 일으켜 세웠다.
딱딱한 책상 위에 누워있었더니, 허리가 조금 아파왔다.

겨우 결정을 내린 그는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방금은 제가 미쳤었나 봐요…….”

“뭘?”

“……생각할 시간이 더 필요해요.”



민운은 기운이 쭉 빠졌다.



“난 네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그는 계속 연우를 보며 얘기를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연우는 그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도련님은……정말로 제가 좋은 거에요?”

“......방금 대체 뭘 들은 거야?”


민운은 갑자기 그의 상태가 이상하자,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왜, 대체 왜그래?”


연우는 그를 한참 보다가,
눈물을 한 방울 떨구며 말했다.







“……제가 더럽지 않아요?”

“뭐?”


민운은 표정을 팍 구겼다.



“더럽잖아요. 그동안 제가……몇 명이랑 몸을 섞어왔는지 알아요?”

“연우야.”


민운은 그만 말하라는 듯이 연우를 불렀지만,
그는 몸을 심하게 떨며 계속 말했다.


“사실 도련님을 좋아해도 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이 따위 몸으로 뭘 어쩌겠다는 거야. 좋아해서 뭘 어쩌게…….”


연우는 훌쩍거리며 옷소매를 눈물을 닦았다.


“내 몸이 너무 싫어서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생각도 들어요.”

“연우야, 그만해.”


민운은 고개를 푹 숙여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도련님이랑 사귀게 되면 죄책감만 들 것 같고, 도련님이 정말 저에 대한 사실을 모두 알게 되어도 절 좋아해줄 지도 모르겠어요…….”


연우는 지금 처한 자신의 상황에 허무한 웃음이 났다.
민운은 싹 굳은 표정으로 그를 봤다.





“너 진짜 사람 화나게 하는데 재주 있다.”


민운은 연우에게 목소리를 낮게 깔고 화를 냈다.


“네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죄책감을 가져. 네가 뭔 잘못을 했다고 내가 널 싫어하게 될 거라는 그런 생각을 하냐고.”


하지만 표정과 목소리와는 달리 행동은 여전히 다정했다.
그는 손으로 연우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제발 그런 생각 좀 하지 마. 예전에 있었던 일로 힘들어 하지 말고, 쓸데없는 걱정도 말고 네가 하고싶은 대로 해.”


그는 의자 위에 놓여있던 코트를 입었다.
그리고 방을 나가며 말했다.




“다시 한번 잘 생각해봐. 난 늦게 들어올 거니까 기다리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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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9일



“야, 12시 넘었다. 안 자?”

“안 자…….”


한참 바에서 술을 마시다가,
강 비서는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보고 말했다.

민운의 반응은 심드렁했다.


“그만 가서 자자. 많이 마셨다…….”


강 비서는 지갑을 꺼내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술 값을 계산했다.
가게 매상 올리는 데 톡톡히 한 몫 한 것 같았다.





“한 병만 더 마시자. 이번엔 저걸로.”


민운은 검지손가락으로 바텐더 뒤에 있는 술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미 눈이 조금 풀린 것 같았다.
술기운에 얼굴도 빨개지고, 말이고 동작이고 온 몸의 반응 속도가 느려졌다.



“야! 지금 너가 먹은 술 값만 얼마인 줄 아냐, 이 미친 놈아!!”



강 비서는 바텐더에게 준 카드를 돌려받으며 소리를 쳤다.




“나 별로 안 마셨는데.”
“얼씨구, 비싼 걸로만 4병은 쳐드셨거든요. 배 안 부르냐?”

“한잔만 더, 응?”
“퍼뜩 안 일어나?!!”



강 비서는 그의 손에서 술잔을 빼고, 강제로 의자에서 내려오게 했다.
그리고 방으로 끌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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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2-16 00:40 | 조회 : 2,749 목록
작가의 말
로렐라이

두 사람이 마신 술은 소주 따위가 아닙니다. 여기서 민운의 주량은 넘사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근데 연우가 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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