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시험

“그래서 시험해볼 거야, 말 거야?”


그는 꾹 웃음을 참고 물었다.


“네가 싫어하는 기색 보이면 바로 멈출 테니까.”


민운은 두 손으로 연우의 뺨에 살짝 대더니, 얼굴을 조금 들어올렸다.

그는 은은한 미소를 띠고 푹 빠져들게 되는 눈웃음을 지었다.
머리카락을 대충 쓸어 넘겨버리면서 조금 헝클어진 머리가 오점이라고 생각되겠지만, 오히려 그게 주 매력발산지가 되었다.






“으……난 몰라……도련님이 책임져요…….”



연우는 깊은 고민 끝에 말했다.

다시 자신을 옭아맬지도 모르는 기억에 두려웠지만,
그에게 다가가는 선택을 했다.









“으앗!!!”



민운은 연우의 허리를 잡고 그를 번쩍 들어올려 책상 위에 앉혔다.
연우는 깜짝 놀라 그의 어깨를 꽉 잡았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뜨니, 바로 눈 앞에서 민운이 웃음짓고 있었다.

눈높이가 비슷한 상태로 코 앞에 서로가 있었다.

연우는 당황해서 그의 어깨를 잡았던 손을 놓았다가
뒤로 기울어져 있던 몸이 아예 넘어가려고 하니, 무의식적으로 다시 잡아버렸다.



“으…….”

“푸흐…….”



연우는 쪽팔려서 고개를 푹 숙였고,
민운은 그의 행동이 너무 웃겨 웃음이 조금 새어 나왔다.

그는 두 손으로 자신의 어깨에 놓인 연우의 손을 잡았다.





“이왕이면.”


그리고 손을 좀 더 뒤로 빼게 해, 자신의 목을 두르게 했다.
그러자 얼굴이 더 가까워졌고 코가 닿았다.


“…….”


민운은 그대로 입을 맞췄다.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긴장한 탓인지, 몸도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연우는 살짝 눈을 떠봤다.





‘원래……이랬나?’


그리고 다시 감았다.


‘원래 키스가 이런 느낌이었나?’


고요했다.

지금 들리는 건, 크게 뛰고있는 심장 소리, 그리고 벽에 걸려있는 아날로그 시계의 초침이 가는 소리 밖에 없었다.



‘내가 기억하는 건…….’







-----







항상 어두웠다.

들리는 소리도 많았다.

무섭게 욕지거리를 퍼붓는 목소리도 들렸고, 두 사람이 몸싸움 하는 소리, 삐걱거리는 침대 소리, 그리고 그의 비명소리.





“읏-! 아저씨……!!”


울면서 거부하는 아이를 힘으로 침대든, 바닥이든 눕혀서 강제로 입을 벌리게 한다.

싫다고 하거나, 끝까지 벌리지 않으면
그 아이의 얼굴만한 손으로 무자비하게 뺨을 때린다.


“아-!! 우웁……!”


그리고 결국 원하는 대로 잔인하게 키스를 한다.

아이가 계속 발버둥치고 저항하면
움직이지 못하게 위에서 아이의 팔 다리를 짓누른다.


“하아……웁……!”


숨이 막히다고 애원해봐도 소용없는 짓이다.


“그……하으……. 제……발…….”


울다가 맞고, 저항하다가 맞고, 애원해도 맞고,
그러다가 정말로 숨이 넘어가 몸이 축 쳐지면 끝나는 게 키스였다.







-----







“콜록-!”



갑자기 머릿속에 있던 그 기억의 잔상들이 선명해지자
연우는 숨이 턱 막혀 헉, 소리를 냈다.

그에 놀란 민운이 황급히 입술을 떼자, 그는 기침을 했다.

민운의 목에 두르던 팔도 미끄러져 내려갔다.
연우는 기침을 하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에게 기대어 옷깃을 잡았다.

민운은 연우의 등을 도닥이며 그의 안색을 살폈다.







“괜찮아?”


다행히 기침도 금방 멎었고 이후 따라오는 증세 또한 없었지만,
연우는 겁에 질린 표정을 지은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미안해, 역시 무리였구나…….”


민운은 자신이 성급했다는 것을 알고, 허리를 펴 상체를 쭉 일으켰다.

그때, 연우는 두 손으로 잡고 있던 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민운은 몸이 확 당겨지자 어어, 하며 급하게 책상 위에 손을 뻗어 몸을 받쳤다.

겨우 연우와의 충돌을 면했다.







“……아니에요.”


손의 떨림이 멈췄다. 그는 조금 다급해 보였다.
민운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봤다.


“아니에요……괜찮아요. 그러니까…….”


연우는 꽉 잡고 있던 민운의 옷깃을 놓고,
다시 그의 어깨 너머로 팔을 뻗어 목을 둘렀다.







“한번만 더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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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2-11 01:11 | 조회 : 3,147 목록
작가의 말
로렐라이

여러분은 지금 적극적인 연우를 보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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