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내적갈등(2)

“그럼 한번 해보고 결정해.”

“뭐……뭘…….”



연우는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키스.”

“으아아아!!”



민운은 아주 쌈박하게 말하자,
연우는 그의 말을 자신의 목소리 뒤에 묻으려는 건지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까지 싫어할 필요는 없잖아…….”


그는 상처입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축 쳐지고 실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동정심을 유발할 생각이었으나, 통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연우는 깍지 낀 손을 빼버렸다.



“아무튼 싫어요!!!”

“왜?”



“그……저도 문제지만……!”


연우는 말하는 것을 조금 망설였다.
얼굴은 빨개지다 못해 폭발할 지경이었다.
민운은 속으로 쿡쿡 웃어 댔다.




“도련님이랑 키……키, 키스했다가 또 천식 때문에 호흡곤란 오면 어쩔 거에요. 도련님 자책할 거잖아요.”



사귄다고 한들, 지금이랑 달라질 게 뭐 있을까.

그도 민운을 좋아하고 더 가까운 사이가 되고 싶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사귀어 봤자 좋지도 않을 거라고요! 도련님도 남자인데 원할 거 아니에요!!”


연우는 눈을 꼭 감고 빽 소리를 질렀다.






“못해준다고요……하고 싶어도…….”


안 그래도 끝이 내려가 있는 눈이 더 축 쳐져서 가엾고 애처로워 보였다.

누가 이 기분을 알기나 할지,
가만히 있어도 자꾸만 생각나고 몸에 뱀이 기는 것처럼 소름이 돋는다.
의도가 어떻든 그런 행위 자체가 연우에겐 무섭고 두려운 것으로 인식되었다.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다르게 느껴질 리 없잖아…….’








민운은 가만히 듣고 있다가, 한숨을 푹 쉬었다.


“그걸 왜 너가 걱정해.”


연우는 고개를 들어 그를 봤다.

어쩌면 예상했을 답이다.
이러한 그의 생각과 성격이 연우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이니까.



“난 자기 성욕도 못 참는 짐승새끼 아니야.”


그는 머리를 한번 뒤로 쓸어 넘겼다.


“사귄다고 꼭 할 필요도 없고. 서로 원할 때나 하는 거지, 안 그래?”



그의 말을 듣자, 연우는 볼이 발그레졌다.
하지만 아직 망설였다.

민운은 그의 손을 잡고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다려줄게, 괜찮아질 때까지.”



그는 복도를 달리면서 바람에 날린 연우의 앞머리를 천천히 정리해줬다.
그리고 눈썹 밑까지 내려와 그의 눈을 조금 답답하게 하는 앞머리도 옆으로 살짝 넘겨줬다.

머리카락 정리를 다 해주고 민운이 싱긋 웃자,
연우의 볼이 다시 한번 발개졌다.









“그리고 너 키스할 때 아무렇지도 않더구만, 뭐.”


조금 진지해지려는 분위기에, 민운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제가 언제 도련님이랑…….”


연우는 잘 기억이 안 나는 지, 아리송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그 날, 골목에서.”

“아…….”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고 짧았지만,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아주 강력한 기억이었기 때문에 연우는 곧바로 기억해냈다.

민운은 그가 기억하는 것 같자, 또 다른 날의 일을 알려주었다.





“병원에서도 괜찮았지.”

“히익!”



꽤 최근의 일이다.
연우는 손으로 입을 막고 상기되는 그 날의 일을 돌이켜봤다.
다시 생각해봐도 대체 왜 그랬는지 알 수 없는 부끄러운 날이었다.



“어, 너……반응 보니…….”


민운은 그의 반응에 딱 감이 온 것 같았다.


“너 그때 기억나는 거지. 안 나는 척 했겠다.”


그리고 눈썹을 치켜세우고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연우는 그의 얼굴이 더 가까워지자, 책상에 기대 몸을 더 뒤로 눕혔다.


“아니, 저 진짜! 그……! 진짜로 꿈인줄 알았단 말이에요!”


연우가 어떻게든 변명해보려고 애쓰자,
민운은 웃음보가 터져선 배를 잡고 몸을 들썩이며 웃었다.








“그래서 시험해볼 거야, 말 거야?”



그는 웃음을 꾹 참고 물었다.

1
이번 화 신고 2017-02-10 01:21 | 조회 : 2,982 목록
작가의 말
로렐라이

연우의 선택은??!!! 두그두군두근ㄱ두구두근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