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_주인의 경우(3)

회의를 끝나고 방에 들어가자 재미있는 걸 들었다는 김도훈과 울고 있는 강아지가 보였다.

이 정도면 뭐, 양호하네.


“ 멍멍아. ”


눈치를 살피던 김도훈은 들을 건 다 들었다는 듯 밖으로 나갔다. 강아지는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내게 안겨 엉엉 울고 있었다. 처녀를 뺏길 때에도 이렇게 울지 않았던 것 같은데. 오랫동안 울자 숨 쉬는 게 힘든지 이제는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등을 쓸어줘도 멈출 기세가 보이지 않자 그에게 진한 키스를 했다. 키스가 끝나가 눈물도 딸꾹질도 모두 멈춰있었다.


“ 무슨 일인데 어젯밤부터 이러는 걸까. ”


부어있는 눈을 깜빡거리며 더듬더듬 이야기를 꺼냈다. 말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 정도만 말해도 뭔지 알 수 있었다. 결국 낙원에서 당한 것들을 아직 잊지 못하고 길고 긴 꿈을 꿨다는 것이었다. 하긴, 거기에는 김도훈 같은 미친 새끼들이 많으니까. 보나 마나 김도훈은 대충 짐작하고 있었음에도 자세하게 듣고 싶어서 살살 위로해주며 캐물었겠지.

보기만 해도 불쌍하게 떠는 강아지 등을 살살 쓸어주었다.


“ 앞으로는 그런 일 없을 거다. 괜찮아. ”


그럼. 없어야지. 넌 내 강아지니까.

우리 강아지에게 슬슬 맛있는 간식을 줄 때가 되었다. 사람을 붙이면 되고 착한 강아지는 아마 초커도 빼지 않을 것이다.

나갔다오라는 말에 당황스러운지 부어있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다시 내게 물었다. 도망갈 거냐는 물음에 저렇게까지 부정을 하는 것이 꽤나 귀여웠다. 우리 착한 강아지는 주인님 말을 잘 들으니까. 그래. 잘 돌아올 거다. 카드까지 손에 꾹 쥐여주자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강아지가 나가있는 동안 잠시 잠이라도 자야겠다.


한두 시간 정도 자도 일어나자 조금은 살 것 같았다. 핸드폰을 보니 카드 내역이 문자로 남아있었다. 삼만 원, 만 원. 만 원. 우리 소심한 강아지는 고작 오만 원을 썼다. 밥을 먹어야지 저런 피자를 먹었네. 밀가루를 너무 좋아한다. 그나마 잘 먹으니 말리지는 않는데 좀 더 영양가 있는 것을 먹는 것이 좋을 텐데.


“ 민준아. 슬슬 데려와야 하지 않아? ”


그 말에 휴대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길을 잃기라도 한 것인지 같은 자리를 몇 번이나 돌고 돌았던 것이 남아있었다. 우리 강아지를 어찌해야 하나. 이래서는 목줄을 놔 주어도 도망도 못 갈 것 같다. 물론 놔줄 생각은 없지만.

밖은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강아지가 좋아하겠네. 잠시 눈을 보다가 나는 그를 따라다니고 있을 김민재에게 문자를 남겼다. 슬슬 데려와.

코가 붉어진 강아지는 밖에서 꽤나 추웠던 모양이다.


“ 다녀왔습니다. ”
“ 왔어요? ”
“ 이리 와. ”


그는 손에 들린 종이박스를 내게 건넸다. 이런 귀여운 짓도 할 줄 아네. 강아지는 뭐가 문제인지 횡설수설하며 너무 맛있어서 같이 먹고 싶어서 사 왔다며 말을 덧붙였다.

저렇게 끔찍하게 달기만 한 음식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밖에서 얼마나 길을 잃고 돌아다닌 것인지 얼굴이 차가워져 있었다. 미지근한 손으로 어루만지자 온기가 옮겨가기 시작했다. 꽤 신났던 모양인지 밖에서 뭘 했는지 뭘 먹었는지 자신이 더 신나서 종알거리기 시작했다. 강아지가 사온 마카롱을 입에 넣어주자 표정이 또 바뀌었다.


“ 오늘은... 제 생, 생일..인가요? ”


토끼 눈을 뜨며 물어왔다.

하아. 꽤나 귀엽다.

고작 이런 거에 저런 말을 하다니. 부모란 작자들은 안 봐도 뻔했다. 예전에 대충 봤을 때에는 배운 집안이었던데.



“ ... 김도훈. 나가. ”


저 강아지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흥분되는지. 굳이 이런 모습을 다른 새끼가 볼 필요는 없었다. 방금까지 먹던 마카롱 맛이 혀를 타고 넘어왔다. 잘 어울렸다. 달달한 냄새, 맛.

마음 같아서는 당장 침대로 가서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싶었다. 나도 내 인내심이 이 정도인 줄 몰랐다.


“ 당장 내일 가야겠어. ”


우리 강아지는 가족을 좋아하니까. 걷지도 못하는 상태로 가서는 안되지. 그렇다고 더 늦게 가면 시간도 없고.

목을 살짝 깨물었다. 내 것이라는 자국이 하나씩 늘어나는 것이 꽤나 보기 좋았다.


“ 주, 주인님.. ”


아 윤시우. 너는 정말.

목이 휑하니 드러나는 티를 입고 부끄럽다는 듯 다가왔다. 그래. 확실히 붉은 키스마크는 하얀 피부와 잘 어울렸다.

그의 부모는 역시 쓰레기였다. 정상이면 빚에 아들을 파는 짓 따위 하지는 않았겠지. 그쪽 회장님은 자신이 버린 아들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 꺼내지 않았다. 그만큼 필요도 쓸모도 없다는 이야기겠지. 창녀에게는 대충 돈을 쥐여주고 정략결혼을 시켜 이득을 볼 가치도 없다는 이야기다. 하긴, 살고 있는 꼬락서니만 봐도 답이 나온다.

강아지는 이 시간에는 아무도 없다고 했는데 한참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도망치거나 잡혀있거나 일 텐데. 후자겠지.


“ 시, 싫어요... 싫어. ”


역시. 저런 쓰레기가 맞다. 병으로 눈을 찔러 실명시키려 했군. 저런 것도 부모라니.

맞아서 흐트러진 모양새다. 또 울었는지 눈가가 촉촉해 보였다. 아직 나도 이렇게까지 때린 적이 없는데. 발로 그의 등을 밀자 그는 쉽게 엎어졌다. 저걸 어떻게 죽여야 할까 싶었다. 우리 강아지는 그걸 알고 있는 것인지 내 옷을 꽉 쥐며 뭘 잘못했는지 내게 울며 말했다.


“ 죄송해요.. ”


이런 쓰레기장에서 살아왔군.

뭐가 그리 서러운지 엉엉 우는 강아지는 싸구려 반지를 찾으러 오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런 부적이나 반지가 필요하면 말을 하지. 다른 새끼가 준 것을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 저건 내 것이니까.

반지를 사러 가서도 강아지는 정신을 못 차렸다. 고작 아비한테 심한 말을 들은 게 충격인가.

왼손 소지 사이즈에 보라색 보석으로.

딱 잘 어울린다. 보라색. 우리 강아지한테 보라색보다 더 잘 어울리는 색은 없겠지.



“ 아... 그, 그러면 떡볶이... 먹고 싶어요. ”


살 좀 찌우게 해야겠다. 보니까 은근히 편식도 하고 몸에 좋은 음식보다는 피자 햄버거 떡볶이 같은 음식을 더 좋아했다. 살만 찌면 상관은 없지만. 어차피 찌지도 않는다면 차라리 건강식이 낫다.

대충 호텔로 들어갔다. 있을 건 다 있으니까.

밥도 같이 시켜야겠어. 억지로 먹이면 먹을 테니.

우물거리는 것이 햄스터 같았다.


“ 시우야. ”


꽤나 흥분됐다. 그가 싫어하는 애무를 해주었다. 평소와는 달리 진득하게 손길을 쓸어나갔다. 목, 가슴, 허리, 엉덩이를 거쳐 허벅지를 쓸어만졌다. 그는 확실히 허벅지 부근에서 잘 느꼈다. 자연스러운 행위에 그는 싫다는 듯 입을 틀어막았다. 젤을 듬뿍 부었지만 조금은 아픈 듯 보였다. 앞을 같이 쓸어주자 막고 있던 입에서 신음소리가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제대로 안 한 지 좀 됐는지 금방 사정했다. 그것을 손에 살짝 묻혀 그의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야하다. 강아지의 목소리와 눈빛에 흥분된다.


호텔에 하루 이틀 있으려 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오랫동안 쉬었다. 밀려있는 일은 깨어있는 동안 했고 밤이건 아침이건 끈적하게 서로를 탐했다.


“ 다 잤어? ”


이제는 익숙해졌는지 일어나서 자연스럽게 내게 안겼다.

좋은 징조네.

가볍게 입맞춤을 하자 몸에 힘이 없는지 내게 푹 안겼다. 하긴 밤이던 낮이던 많이 괴롭히기는 했다. 더 이상 못할 것 같기도 하고 슬슬 일정에도 무리가 오기 시작했으니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집에는 김도훈이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곧 수술한다고 했었지. 한창 바빠야 할 김도훈에게서 문자가 왔다.

[시우 씨 놀이동산 가고 싶데. 그날 수술하게 보내줘.]


윤시우가 알아차리면 더 좋아할 사람이 왜 저러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나저나 놀이동산이라. 아직 어리네. 그 정도야 쉽다. 지훈이면 불편하지 않겠지. 노는 것도 좋아하고 성격도 그나마 괜찮으니까.


“ 네. 전에 사무실에서 한 번 뵌 적이 있습니다. 불편함 없이 잘 모시겠습니다. ”


강아지는 신이 났는지 늦게까지 들어올 생각도 하지 않았다. 늦게나마 받은 전화는 가는 중이라는 말뿐이었다.

우리 발칙한 강아지는 착해서 거짓말도 못하는군.

굳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안지훈을 크게 내칠 생각은 없었다. 얼마나 좋았으면 내게 혼날 생각까지 하면서 봤을까.


“ 마지막이야. ”


귀여운 강아지를 봐주는 것은.

회사에 있는 방 하나를 싹 바꾸라 했었는데 꽤 빨리 끝냈다. 멍하니 앉아만 있던데 이 정도면 괜찮겠지. 김도훈도 이 시간이면 슬슬 다 했을 것이다. 최근에 들어서 잠잠하게 지내는 김도훈이 불안했지만 요즘 너무 바빠 직접 움직일 수가 없었다.

회의에 갔다 왔을 때 나를 반겨주는 건 김도훈뿐이었다. 어디 있냐 물으니 싱글벙글 웃으며 심부름을 시켰단다. 시간은 한참 지났다는데 아직 안 들어오는 걸 보면 무슨 일이 생긴 듯싶다. 사람을 붙어두었다고도 했고 위치추적기도 잘 돌아가니 크게 걱정은 없었지만 걱정은 됐다.

삼십분이 넘어서야 터덜터덜 들어온 강아지는 살짝 혼이 빠진 듯 보였다. 아무 말 없이 멍하게 있기에 목을 살짝 깨물었다.


“ 내가 너무 풀어줬나. ”


어미를 만났단다.


“ 키워줬다고 부모는 아니죠. ”


웃는 모양새를 보니 안 봐도 김도훈이다. 알고 있었을 터다. 어미가 무슨 일을 하는지.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미가 아이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그리고 윤시우가 가족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고 보낸 것일 터다.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별 반응이 없는 것에 실망한 듯 보였다.


“ 재미없어. ”


김도훈 눈에 들어서 좋을게 뭐가 있나. 망가질 텐데. 인생이 지루하다며 재미를 찾기만 하는 애다. 저런 미친 애는 우리 강아지한테 안 어울리는데.

생각보다 멀쩡한 강아지 반응에 꽤 놀라기는 했었다. 하지만 다음 날이 되어보니 또 그것도 아니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다 부어 눈 주위가 붉어져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아파 보이는 눈을 살짝 쓸자 꽤나 부어있었다.

하루 종일 울었나 보군. 아, 이런 모습을 김도훈에게 보여줄 수는 없다. 혼자 봐도 아쉬운 것을.


“ 그래. 밥은? ”


이유도 아는데 캐물어봤자 우리 강아지는 밤에 또 울겠지. 기껏 찌워뒀는데 다시 빠진 것 같다. 뭐 더 먹고 싶냐는 말에 볼을 붉히며 작게 치킨이라고 말했다. 횡설수설하며 덧붙였다. 요즘 들어 강아지한테 잔소리를 많이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매번 밥은 안 먹고 몸에 좋지 않은 인스턴트만 먹으려 하니 말을 덧붙이지 않을 수가 없다. 치킨을 시켜주자 기분이 조금 풀린 것인지 입에는 미소가 살짝 맴돌았다.


“ 맛있어요.. ”
“ 그래. 많이 먹어. ”


저렇게 작고 귀여운 애가 뭐가 그리 싫었을까. 부모란 것들은.

뭐, 나쁘지 않았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랐기에 내 손에 들어온 것이니까. 그렇게 쓰레기장 같은 곳에서 자랐기에 내가 주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하나씩 길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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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길들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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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3-10 00:37 | 조회 : 2,289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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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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