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_사랑으로 보살펴줘라(11)

“ 저....게... 뭐, 뭐야.. 우웁.. ”


토할 것 같았다. 나는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그는 나를 향해 기어 오며 말을 했다. 그의 말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 시, 싫어.. ”


뒷걸음질을 치던 나는 실수로 쿵 소리와 함께 넘어졌다. 나는 한 손으로 입을 막으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내 앞에 있는 남자는 차마 내 눈으로 계속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손이 덜덜 떨려왔다.

토할 것 같았다.


“ 무슨 일이에요? ”


위에서 내게 묻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고개를 돌린 채로 가만히 있었다.


“ 시우 씨? ”
“ 형.. 제, 제가... 안 열었어요.. ”
“ 이걸 어쩐담. ”
“ 저절로.. 문이 저, 저절로 열려.. 열려서.. ”


나는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인 상태로 말했다. 언제부터 흘렀던 것인지 눈물이 뚝뚝 바닥으로 떨어졌다. 피의 역한 냄새와 그의 모습에 헛구역질이 계속 올라왔다. 형은 내 바로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으며 내 턱을 잡아 자신과 눈을 마주치게 했다.

형은 웃고 있었다.


“ 죄, 죄송.. 죄송해요... 잘못.. 잘못했어요.. ㅈ, 제가.. ”
“ 진정해요. 내가 언제 죽인다고 했어요? 일단 기다려봐요. 민준이도 불러야 하고 저것도 내려놔야 하니까. ”
“ 형.. 도훈이 형... ”


나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으로 형의 옷자락을 꽉 잡았지만 형은 웃으며 내 손을 놓았다. 형은 그 남자를 데리고 다시 지하실로 들어갔다. 그가 울며 소리 지르는 것이 내 귓가에 아직도 맴돌았다. 기어 오면서 바닥에 묻은 핏자국이 역한 냄새를 불러일으켰다. 나는 화장실로 뛰어갔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구역질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 우욱.. ”


처음에는 내 눈을 의심했었다. 내가 꿈을 꾸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의 모습은 평범한 인간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양 다리는 무릎 아래로 전혀 없었고 팔 또한 마찬가지였다. 무릎과 팔꿈치까지가 그의 전부였다. 붕대를 칭칭 감고 있음에도 피가 새어 나왔다. 대체 손도 없는데 문을 어떻게 열었던 것이지. 그는 분명 살려달라고 했다. 그의 그런 괴기한 모습은 사고가 아닌 누군가에 의해 잘린 것이었다.

속을 전부 게워냈음에도 속이 울렁거렸다. 변기를 부여잡고 있을 때 언제 왔던 것인지 형이 내 등을 두드려주며 말을 꺼냈다.


“ 오늘 뭐 잘못 먹었어요? ”
“ 흑.. 형.. ”
“ 그러게. 가지 말라니까. 중간 문이 망가졌거든요. 그렇게 궁금했어요? ”
“ 아니요 아니에요... 저, 저는 저는 그냥 소리가.. 들려서.. 진짜 제가 안 열었어요.. 죄송해요 형. 잘못했어요. ”


눈물이 앞을 가렸다. 뚝뚝 흐르는 눈물을 닦는 대신 나는 두 손으로 형의 옷자락을 꽉 붙잡고 있었다. 형은 수건을 꺼내 내 얼굴을 대충 닦아주었다.


“ 궁금하면 보여줄게요. 이미 봤는데 못 볼 것도 없지. ”
“ 형.. 싫어요. 아니에요. 형.. 도훈이 형 제발.. 잘못했어요. ”


형은 내 팔을 억지로 끌어당겼다. 나는 주저앉아 잘못을 빌었지만 억지로 일으켜져 지하실 문 앞까지 스스로 걸어와야 했다.


“ 형.. 흐윽.. 죄송해요. 제발.. ”
“ 아, 넘어지지 않게 발밑 조심해요. 등이 나가서요. ”


어두운 계단을 조심히 내려가자 환한 불빛이 보였다. 문 건너편으로 들어가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뒷걸음질을 쳤지만 이 좁은 곳에서 도망칠 수는 없었다. 이내 형에게 다시 잡혔다.


“ 이 문이 갑자기 고장이 나서요. 여기가 제 작업실이에요. 들어가요. ”


형은 내가 도망칠 수도 없도록 내 어깨를 꽉 잡으며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이며 눈을 질끈 감았다. 문 안쪽으로는 독한 소독약 냄새가 풍겨왔다. 병원의 약품 냄새가 풍겨옴과 동시에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말소리는 아니었고 울음소리와 고통스러움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신음소리였다.


“ 시우 씨. 왜 안 봐요. 이게 다 제 작품이에요. ”


형은 내가 벌벌 떨며 고개를 숙이고 있자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억지로 앞을 보게 만들었다. 어두웠던 앞이 점점 환해짐과 동시에 나는 이곳의 실체는 낱낱이 볼 수 있었다.


“ 윽.. 시, 싫어.. ”


다리에서 힘이 스르르 풀렸다.


이곳은 지하의 작은 병원이었다. 하얀 배경에 병실이었다. 병원에 있는 침대들이 나열되어 있었는데 대부분 낮아서 떨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도록 되어있는 높이였다. 바닥은 넘어지지 않도록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있었는데 구석구석 지워지지 않는 핏자국이 남아있었다.


“ 이쁘죠? 어때요? ”


지금까지 본 형의 모습 중에서 가장 흥분된 모습이었다.

형에게 머리카락이 꽉 잡혀있던 탓에 나는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눈물로는 모든 것을 가릴 수 없었기에 나는 결국 형이 원하는 대로 하나하나 자세하게 볼 수밖에 없었다.


“ 형.. 잘못했어요.. 흐윽.. ”


그들의 모습은 다 같았다. 손과 발은 전부 없었고 다리는 무릎 밑으로는 전부 없었다. 조금의 차이가 있다면 한쪽은 발목까지만 잘려있고 다른 한쪽은 무릎까지만 남아있다는 것. 아니면 한 쪽은 무릎까지 남아있지만 다른 한쪽은 허벅지 위까지 잘려있었다. 팔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는 대칭으로 누군가는 비대칭으로 그렇게 잘려있었다. 모두 스스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그들은 모두 붕대로 감겨있었는데 모두 고통스러움에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무서웠다. 나도 저렇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은 공포심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 제가 밤새 고민해서 가장 잘 어울리게 만들어준 거예요. 이게 생각보다 대수술이어서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거든요. 너무 그렇게 무서워하지 말고 잘 봐요. 아름답지 않아요? ”
“ 미, 미쳤.. 미쳤....어. 미쳤어요.. 이건.. ”
“ 예술가는 미친 사람이 많다고 하죠. 전 의사지만. ”


피비린내와 그들의 모습을 계속 보고 있자니 다리에서 점점 힘이 풀렸다.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었다. 형은 나를 놔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 형.. 이건 이상해요.. 형.. ”
“ 그런가. 근데 뭐 어때. 그리고 누를 수가 없어서 추가로 무통주사는 처방 안 하지만 진통제는 넣어주고 있어요. 그래도 아프기는 하겠죠. 통째로 잘라냈으니까. ”


아 저기도 볼래요? 형은 왜 내게 이러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힘이 다 풀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로 이리저리 끌려다녔다. 넓지는 않았는데 한사람 한 사람을 다 보여주고 자신의 진료실이나 수술실까지 다 보여주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이 구석에 있는 작은방이었다. 방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랬다. 그곳은 유리창으로 안을 다 볼 수 있는 구조였는데 그 안에는 한 남자가 들어가 있었다.


“ 저게 다음.. ”
“ 적당히 해 김도훈. ”
“ 주, 주인님... ”


주인님의 목소리가 들리자 형은 내게서 손을 전부 땠다. 나를 지탱해주던 손이 떨어지자 나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런 힘이 다 풀린 다리로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 같던 눈물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닦았지만 계속해서 흘렀다. 손도 얼굴도 이미 다 눈물에 젖어있었다.


“ 무슨 일일까. 시우야? ”
“ 히끅.. ”


놀란 마음에 딸꾹질이 나왔다. 울면서 딸꾹질을 계속하자 숨이 부족해지는 느낌도 들었다. 힘들었지만 나는 제대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말을 천천히이었다.


“ 흑.. 문이.. 저절, 저절로.. 여, 열려서.. 전 아, 안 열고.. 말하려 해, 했어요..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
“ 이걸 어떻게 할까. ”


두 사람의 눈빛은 다른 의미로 무서웠다. 너무 많이 운 탓인지 이제는 기침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이 공간에는 내 울음소리밖에 들리지 않게 됐다.


“ 잘못했어요.. 흐윽.. 사, 살려.. 살려주세요. 주인님.. ”


혹시라도 나를 데려가 당장이라도 저렇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두려워 손톱이 부러지도록 주인님의 옷을 꽉 쥐고 있었다.

내가 아는 것은 없지만 주인님이 내 생산 결정권을 쥐고 있는 것은 확실했으니까.


“ 너는 아직 저 용도가 아니야. ”


결국 버려졌을 때 얻는 것은 자유가 아니었다. 나는 도저히 떨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러다 숨을 쉬지 못해 죽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인님은 자신의 옷을 잡고 있는 내 손을 조심히 풀면서 나를 안아 방 안으로 데려가셨다. 안에 있던 남자는 같이 들어온 도훈이 형이 데리고 나갔다. 형은 마지막까지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


“ 주... 주인.. 주인님.. ”
“ 그래. ”
“ 제, 제가.. 제가 안 열었어요. 진짜.. 진짜예요.. ”
“ 윤시우. 내가 뭐라고 했지? ”
“ 흑.. 가지.. 말라고.. 가까이 가지 말라고... 그, 근데 계속 소리가.. 소리가 드, 들려.. 들려서 저는 무슨 일이 있는 줄 아, 알았어요. ”



손가락 마디마디가 아파졌다. 덜덜 떨리는 손은 이제 제대로 힘도 들어가지 않았다. 나는 주인님의 소매를 꼭 잡고 있었다.


“ 왜 이렇게 떨어. ”
“ 주인님.. 흑.. 주인님. 주인님.. ”
“ 그래. ”
“ 콜록콜록. ”


주인님은 눈물로 젖어있는 내 볼을 쓸어주었다. 손가락이 서서히 올라와 눈가를 만지자 부어있는 눈이 고통스럽다 외쳤다.


“ 저렇게 안 만들 거니까 그만 울어. ”
“ 그, 그러면.. ”
“ 글쎄. 말 안 들은 벌은 받아야지. 멍멍아. ”


결국은 나의 결말도 저렇게 되는 것일까 싶었다. 나만 아니면, 그렇다면 상관없다는 생각이 내 모든 것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나는 저런 모습이 되지 않는다는 그 한 마디에 내가 이렇게 이기적이고 나쁜 아이구나 느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님은 평소처럼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그 손길이 부드러워 나는 몸을 가만히 맡겼다. 내가 어느 정도 진정했을 때 결국 이 방에 혼자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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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길들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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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23 01:20 | 조회 : 3,449 목록
작가의 말
최윤형

다음 주 마지막 화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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