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_사랑으로 보살펴줘라(10)

형이 자리에서 일어나 지하실 쪽으로 걸어가고 나는 여전히 멍하게 식탁에 앉아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는 것인지 다들 내게 지하실 근처도 가지 말라는 말을 해주셨다.


“ 무슨 일일까 하누야. ”


동그랗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게 달려온 하누는 꽤나 무거웠다. 내가 부른 것이 좋은지 나를 핥으며 꼬리를 강하게 흔들어댔다. 날씨는 벌써 이렇게 따뜻해져 곧 꽃이 필 것 같았다. 꽁꽁 싸매고 나가지 않아도 괜찮아 외투를 대충 걸친 후 하누와 마당으로 나갔다. 바람은 아직 차가웠지만 햇볕은 따사로워 기분이 좋았다. 시원한 공기를 마시니 조금은 개운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하누와 한참을 놀다가보니 몸도 피곤해졌다. 체온도 내려간 듯싶어 얼른 집 안으로 들어갔다. 소파 위에서 담요를 뒤집어쓴 상태로 텔레비전을 켰다. 하누는 한참 동안 놀았던 덕분에 조금은 지친 것인지 물을 마시고 오더니 바닥에 엎드렸다. 텔레비전 소리를 조금 줄인 상태로 누워있다 보니 따뜻하고 노곤한 기분에 점차 잠이 오기 시작했다.


“ 하암.. ”


한참을 자고 일어났다.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아 덮고 있던 담요를 뒤집어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한참을 소파에 앉아있었다. 그런 내가 자리에서 일어난 것은 주인님이 집에 오셨을 때였다.


“ 다녀오셨어요. ”
“ 잤어? ”
“ 네.. 피곤해서.. ”
“ 그래. 이리 와. ”


주인님은 넥타이를 한 손으로 푸르며 방으로 나를 데려갔다. 휴식의 끝이었다. 나는 침대 위에 올라가 앉았다. 주인님은 가방을 내려두고 내 앞으로 오셨다. 한 손에는 젤과 다른 한 손에는 작지 않은 기구가 들려있었다. 내 바로 앞에 떨어진 두 물건을 보고 나는 떨리는 눈동자로 주인님을 바라보았다.


“ 뒤로만 해서 가는 거다. ”
“ ㄴ, 네..? ”


내 목소리는 꽤 많이 떨리고 있었다. 장난을 치는 것인가도 싶었지만 단호한 말투와 표정이 그것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두려움에 덜덜 떨리는 손을 간신히 부여잡고 천천히 옷을 벗었다. 찬 공기가 내 몸을 스쳤다.


“ 으윽.. 읍.. ”


아파. 그 명령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불가능한 일을 시키는 것 같았다. 안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손을 멈추지 못했다. 살살한다고는 했지만 묵직하게 들어오는 것은 고통을 동반했다. 주인님은 내 서툰 손길에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앉아서 나를 지켜볼 뿐이었다.

내게 쾌락 같은 건 필요 없는데.

오히려 사양하고 싶다.


“ 갈 때까지 할 거다. ”


그 말은 매일 이 짓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도저히 모르겠다. 왜 이런 짓을 시키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뒤로 느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울고 싶었다. 처음에는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십분 이십분을 지나 시간 단위로 새어지기 시작했을 때부터는 고통뿐이었다. 주인님을 간절히 쳐다봤지만 내게 내려오는 다른 말은 없었다.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손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 그거 계속 끼고 있기 싫으면 움직여. ”
“ 주, 주인님... ”
“ 안 해? ”
“ 아니에요.... 할 거예요. 죄송해요.. ”


결국 나는 늦은 밤까지 나 스스로를 지옥으로 몰아붙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사정을 할 수가 없었다.


“ 그만. ”


그 말이 나오자마자 나는 기구를 빼내고 몸을 웅크렸다. 주인님이 내게 이리 오라며 손짓을 했다. 나는 욱신거리는 몸을 이끌고 쩔뚝거리며 걸어갔다. 자연스럽게 주인님의 무릎 위에 앉혀진 나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몸을 기댔다.


“ 할 때 까지다. ”
“ 주인님.. 저 아, 안될 것 같은데... ”
“ 오늘은 이만 쉬어. ”
“ ... 네. ”


나는 그렇게 며칠을 스스로 아래를 넓히고 쑤셨다. 처음에는 나를 보던 주인님도 이제는 책상 앞에서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스트립쇼를 하는 것도 아니고 쏟아지는 관심이 없는 것은 오히려 나를 더 부끄럽게 만들었다. 며칠 간의 고통 끝에 나는 가슴 부근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이렇게라도 하면 조금이라도 흥분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분명 예전에 일할 때 누군가가 말을 했었는데.

어느 부근을 누르면 이상한 느낌이 온다고 했었다. 요령 없이 쑤시기만 하니까 아프기만 한 것이었다. 이제는 너무 쓸려 가만히 있어도 고통이 몰려왔다. 이렇게 며칠 동안 더 한다면 나는 제대로 걷지도 못할 것 같았다.


“ 흐윽... 앗.. ”


몸이 찌릿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나의 어색한 신음소리에 손길을 멈추었다. 주인님도 하던 일을 멈추고 나를 잠시 바라보았다. 나는 기구를 다시 한 번 움직였다. 이번에도 역시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다리를 살짝 배배 꼬며 아래를 내려다봤다.


“ 이, 이상... 이상해요.. 주인님. ”
“ 계속해. ”
“ 읍.. 흐응.. ”


느낌이 이상해. 가슴이 찌릿하며 피가 앞으로 쏠리는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 느껴봤던 기분이지만 여전히 어색하고 무서운 느낌이었다. 주인님은 내게 다가와 나를 밀쳐 침대로 눕혔다. 자연스럽게 기구에서 손도 떨어졌다.

나는 그 손으로 내 입을 막았다. 주인님은 내 목을 물며 가슴과 허벅지 쪽을 슬금슬금 만져주시기 시작했다. 나는 살짝 발버둥을 쳤지만 금세 제압되었다. 주인님은 기구를 천천히 움직이며 내 앞을 천천히 쓸어주기 시작했다. 나는 그 느낌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고통과 함께 쾌락이 찾아왔다.


“ 잘 하면서 왜 지금까지 엄살 부렸어. ”
“ 주인님.. 주인님. 저.. 저는.. ”


나는 이제 더러워진 건가. 아니면 남자에 만족하는 몸이 된 건가. 박히는 게 좋은 몸이 된 건가.

무서웠다. 입을 가리고 있던 손이 눈을 향했다. 무서워서 눈물이 주륵 흐리기 시작했다. 이런 감정을 뭐라고 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 우리 강아지는 울기만 하네. ”
“ 이, 이런 거는.. 흐윽.. 싫어요.. 무서워요. ”
“ 기분 좋다고 하는 거야. ”
“ 주인님.. 그냥 해주세요. 무서워서.. ”
“ 쉬이.. 괜찮아. ”


정심을 못 차리고 엉엉 울었다. 목이 다 쉬도록 그렇게 한참을 울기만 했다. 내 정체성이 어떻게 된 것인지 제대로 말할 수도 없는 것이 무서웠다. 나는 점점 어둠을 향해 걸어가는 같아 무서웠다.

주인님은 내 등을 토닥여주며 나를 꼭 끌어안았다. 나도 그 품에 안겨 정신 못 차리고 울기만 했다. 더 이상 눈물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한참을 울었더니 몸에 이제는 힘이 들어가지가 않았다. 왜 이런 짓을 시켰는지 이해가 가지도 않았다. 너무 울었더니 목이 말라 왔다. 엉덩이가 저렸다. 주인님은 울어 지쳐있는 나를 담요로 둘러싸 매었다. 그리고는 나를 들어 밖으로 나갔다. 이제 슬슬 누워있고 싶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를 다정히 안아주는 손길에 따뜻한 온기에 가만히 몸을 맡기고 있었다.

따뜻한 온기에 나는 멍하게 생각에 잠겼다. 언제부터 이렇게 익숙해졌던 것일까. 예전에는 이렇게 안겨있지도 않았는데. 머리를 시작으로 허리 그리고 이제는 포옹이다. 이렇게 누군가의 품에 안겨있는 것이 포근하고 기분이 좋은 거였나. 사람이 이렇게 쉽게 적응하는 동물이었나. 많은 의문이 들었다.


“ 하아.. 죽겠다. ”


가만히 안겨있을 때쯤 뒤쪽에서 도훈이 형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을 마시러 잠깐 나온 것인지 냉장고 여는 소리가 들렸다.


“ 김도훈. 강아지 마실 것도 가져와. ”


주인님의 말에 형은 투덜대며 컵에 음료를 담아서 가져왔다. 뉴스 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나는 달달한 음료를 천천히 마셨다. 수분이 들어오니까 조금 살 것 같았다. 형은 건너편 소파 앉았다.


“ 민준아. 아버지께 말 좀 해주면 안 되냐? 나 이러다 죽어 진짜로. ”
“ 그러게 평소에 했어야지. ”
“ 아버지께 말 좀 잘해줘. 나 진짜 병원에서 4시간도 쪽잠 자면서 수술실 들어갔다. 이러다 곧 죽을 것 같다. ”
“ 생각해보고. ”


매정하다 매정해. 그렇게 말하며 형은 먹던 컵을 내려두었다. 단 음료를 마시니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피곤함에 꾸벅꾸벅 졸았다.


“ 졸려? ”
“ 우웅.. 네 졸려요.... ”


반쯤 잠을 자며 대답했다. 긴장이 풀려 졸음이 한 번에 몰려오는 듯싶었다. 주인님은 며칠간 고생했으니 푹 자라고 하며 나를 자신의 침대에 눕혀주었다.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고 이마와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쓰담아주는 손길에 바로 깊은 잠에 들 수 있었다.

눈을 떴을 때 누군가 옆에서 지켜주고 있는 것은 꽤 오랜만이었다.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일어나자 지금까지 쌓여온 고통이 점점 몰려오기 시작했다.


“ 아파.. ”


그때의 일이 진실이라는 고통이었다. 자리에서 스르륵 일어나자 주인님이 내 팔목을 잡았다.


“ 일어나셨어요? ”
“ 그래. 잘 잤어? ”
“ 네.. ”


이렇게 집에서 같이 여유롭게 아침부터 시간을 보내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어제의 일이 계속 떠올라 내 정신을 지배했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왜 그럼 일을 시킨 것일까 깊게 고민을 해 봤지만 도저히 짐작이 가지 않았다. 주인님의 잠깐의 유흥인가 아니면 그저 변덕이었을까.


“ 곧 봄이군. ”
“ 봄..... 꽃이.. 피겠네요. ”


날씨는 점점 따뜻해지고 있었다.


“ 꽃 보러 가고 싶어? ”
“ 꽃놀이를 하러 가면 하늘에서 꽃잎이 눈처럼 떨어진대요. 벚꽃이 엄청 예쁘다고 다들.. 그랬어요. ”
“ 말도 잘 듣는데. 꽃 피면 보러 가자. ”


이렇게 쉽게 허락이 떨어질 줄이야 생각도 못 했다. 조금 얼떨결 했다. 그러고 보면 최근에 주인님은 너그러워진 것 같다. 나도 편해진 것인지 질문이나 허락을 쉽게 구했다. 이런 것을 보고 가까워졌다고 해야 하는 것일까 유해졌다고 해야 하는 걸까.


“ 가, 감사.. 합니다. 좋아요.. ”


지금까지의 일이 거짓이었다는 듯 다시 평화로운 일상이 찾아왔다. 춥고 어두웠던 겨울이 끝나가고 봄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소파에 앉아 나는 밖을 구경했다. 언제쯤 꽃이 피려나. 3월이 지나야 벚꽃이 폈던 것 같았는데. 일찍 피면 좋겠다. 도훈이 형 말에 따르면 일본에서 보는 벚꽃도 참 이쁘다고 했다. 나는 서울에서 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는데.


“ 응? ”


살려주세요.

분명 그 소리를 들었다. 나는 잠시 내가 잘못 들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아주 작게 살려달라는 소리가 들렸다.


“ 뭐.. 지. ”


이 집에 있는 사람은 형뿐인데 분명 형은 2층으로 올라간 것을 분명히 봤다. 케이크와 커피를 들고 올라가며 오래 걸릴 거예요.라고 말을 분명했는데. 내가 귀신 소리를 들었나 싶었지만 다 쉬어있는 목소리로 울먹이며 들여오는 소리는 분명히 문 앞에서 들려왔다.


“ 지.. 하실..? ”


깊은 생각에 빠졌다. 여기는 들어가면 안 된다고 분명히 말씀하셨는데 그렇다고 저렇게 간절히 외치는 소리를 못 들은 척할 수도 없었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 문을 열지는 않고 앞에 쭈그려 앉았다.


“ 저기... ”
“ 앞에 있지? 제발 열여 줘. 살려줘. 너무 아파.. 제발 열어줘. 죽을 것 같아. 제발.. 그가 오기 전에 빨리 열어줘 부탁할게. ”


다시 쾅쾅거리며 그가 외쳤다. 소리를 지르며 이야기한 것 같았는데 소리는 크게 들이지 않고 조금 작게 들렸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싶었다. 그는 뭐에 쫓기는 듯 계속 내게 외쳤다. 이렇게 계속 시간이 지난다면 형이 내려오지 않을까 싶었다. 오래 걸린다고는 했지만 형이 언제 내려올지는 모르니까.


“ 죄, 죄송해요... ”
“ 제발. 그가 오면 너도 이렇게 될 거야. 지금 없는 사이에 도망 가야대. 열어줘. 살려줘. 너도 죽을 거야. ”
“ 미, 미안해요.. 여기 열면.. 안돼서.. ”


인신매매를 하는 것인가 싶기도 했다. 결국 나의 결말도 그처럼 저렇게 울부짖는 것인가 싶기도 했다. 어차피 이 집은 문도 안 열리고 도망갈 수도 없는 구조다. 그가 방법을 안다고 하더라도 형이 있는데 어찌 벗어날 수 있을까. 괜한 희망은 좋지 않아.


“ 아아아악. 살려주세요 제발.. 너무 아파. 차라리 죽여줘. 아파서 죽을 것 같아. 이렇게 살 바에는 죽는 게 나아. ”
“ 미안해요... 진짜 미안해요.. ”


나는 자리를 옮기려 했다. 그 문의 뒤 상황이 궁금했지만 그보다 두려움이 더 컸다. 문을 한 번 본 뒤에 자리를 옮겼지만 문이 덜컹거리는 소리는 멈추지가 않았다. 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돌리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렸다. 나는 자리를 벗어나려 했지만 다리가 점점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이 상황을 형에게 말해야 한다는 생각이 잠식함과 동시에.

끼이익-

문이 열렸다.

9
"개를 길들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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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09 21:02 | 조회 : 1,314 목록
작가의 말
최윤형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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