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작님의 성

깊은 밤, 한 소녀가 마물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녀의 얼굴에서는 어떠한 기색도 읽을 수 없었다. 그리고 심지어 마물들이 열세였다.

까닥.

소녀가 손가락을 접었다 펴자 마물들이 흔적 없이 사라졌다. 그제서야 소녀는 숲을 향해 몸을 돌렸다. 소녀가 조용히 말했다.

"무슨 생각이야, 린. 이런다고 내가 돌아갈 것 같아? 절대 못 해. 못 돌아가. 너도 알고 있잖아, 날 속일 수 없다는 것. 당장 나와!"

달빛이 반사되며, 소녀의 머리카락과 눈동자의 색깔이 보였다. 소녀는 은발에 청안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수풀 속에서 나온 것은 흑발에 적안을 가진 남자였다. 그걸 보는 순간 소녀는 이끌리듯 다가갔다. 소녀의 나이는, 아니 여인의 나이는 21세. 남자의 나이는 24세.

"여기는 왜 온 건가, 마녀."

남자가 차갑게 소녀, 아니 여인에게 말했다. 여인은 당장 외치고 싶었다. 그 이유가 너라는 걸, 너는 알고 있잖아.

하지만 소녀는 참아야 했다.

"돌아가, 린. 이곳은 너가 있을 곳이 아니야. 이곳에 있는 학생들까지 다치게 할 셈이야? 어서 돌아가!"

"착각이 심하군. 나는 이곳을 지배하기 위해 온 자다. 그런데 돌아갈 것 같은가?"

"제발, 린...."

"나는 돌아갈 수 없어."

그 말에 여인의 심장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윽고 여인의 얼굴에서 표정이 천천히 드러났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21년 평생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는데, 그녀는 너무나 서글프게 울고 있었다. 이번에는 남자의 심장이 나락으로 떨어져서, 그래서 남자는 이끌리듯 다가가 여인의 앞에 섰다. 또한 남자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더 이상의 접촉은 불가하여 여인이 먼저 뒤로 물러났다. 눈물은 어느새 지워진 채였다.

"이 세상에 하나 남은 마녀로서 말합니다. 물러가십시오. 그렇지 않는다면 힘으로 제압하겠습니다."

눈이 내렸다. 보름달에 어울리는 눈이.

이곳에 온지 어연 3년이다. 이제 24세가 되었는데, 지금까지 백작님을 본 횟수는 3번이었다. 1년에 한 번씩 얼굴을 비추고 돌아가는 그였기에, 나는 왜 나와 결혼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지루한 성에서의 나날은 시간을 세는 것의 의미를 부여해주지 않고 있다.

0
이번 화 신고 2016-07-30 15:34 | 조회 : 1,576 목록
작가의 말
블랙윗치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