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 22화

"왜그렇게 침울해져있어?"

천사 같은 가온이가 걱정스레 물어온다.

"요즘 지한이는 어때?"

내 질문에 가온이는 약간 쓸쓸한 표정으로 말한다.

"바쁘지 많이."

그렇지만 애써 웃으면서 말한다.

"그래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 열심히 하고 있잖아."

애쓰는 모습이 눈에 보여서 안쓰럽기까지 하다.
내 천사를 이렇게 힘들게 하다니... 당장이라도 찢어죽여야 시원하겠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벌써 일주일의 반이 지나가고 있었고 방송이 시작되고 열기를 띈 경연은 금방이라도 열릴듯 초조함이 더해지고 있었다.

"너 잠은 좀 자고 있는거야?"

걱정스럽다는 듯이 내 볼에 손을 가져가는 가온이 때문에 울컥했다.
요즘 전혀 괜찮지가 않다.
잠은 잔거 같지도 않고 미친듯이 피아노 건반을 두드려도 마음이 가라앉지를 않는다.

"응. 고마워."

한번도 이런적이 없어서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인지조차 못하고 있었다.
우울하고 서럽고 서운하고 초조하고... 이런 감정을 어떻게 한 단어로 정의내릴 수 있을까.

"너만 괜찮으면 우리집에서 자고 갈래?"

가온이의 제안에 예전 같았으면 손을 꼭 잡고 감격해서 울었겠지만...

"아냐. 괜찮아! 다음에 자고 갈게! 그땐 과자랑 음료수 잔뜩 들고 갈게!"

눈 앞에 안보이는게 더 불안했다.
유유빈은 그날 이후 나랑 한마디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가끔 멜로형이 보내주는 연습 동영상을 보면서 실력이 무서우리만큼 늘어가는걸 보는게 다였다.
지한이 역시도 그 좋아하던 가온이를 내려놓고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방해하면 안되는건 알지만."

말 한마디 걸어주지 않는 유유빈은 너무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집에 돌아와서 피아노 건반을 살짝 두드렸다.
예전에 피아노를 처음 쳤을때는 최악의 소리가 났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생각한대로 피아노의 선율이 흘러나오게 됐고 내 마음을 대변하듯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차분해지는데에는 이거만한게 없네."

엄마처럼 피아노를 치고 싶어서 매일 매일 똑같은 건반을 두드렸었다.
악보를 볼 줄 몰라서 하나 하나 입으로 외웠었고 제일 처음 마스터한 곡은 젓가락 행진곡이었다.
그 곡을 처음 완벽하게 쳤을때 나는 울었었다.

"풉... 왜그렇게 좋아했었는지."

옛날 추억을 헤집을때 인기척이 들려 고개를 돌리자 유유빈이 서있었다.

"너...!"

유유빈은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나한테 다가오더니 나를 꼭 끌어안는다.

"야! 뭐하는거야!"

유유빈은 날 꼭 끌어안고 약간 갈라진 목소리로 말한다.

"응. 힐링된다."

대체.. 뭐하는 짓이냐고 떼어냈어야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익숙한 향이 맴돌고 유유빈은 떨어진다.

"고마워."

내 머리를 쓰다듬어준 큰 손이 짧게 떨어지고 그대로 유유빈은 방을 나간다.

"대체..뭐야..."

알수없는 감정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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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5-27 22:36 | 조회 : 1,248 목록
작가의 말
약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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