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 21화

주제가 발표된 다음날.
멜로형과 유유빈, 고지한은 나를 찾아왔다.
약간 굳은 표정으로 날 찾아온 세사람을 안으로 들여 차랑 과자를 대접하니 멜로형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번 주제는 리메이크야."

"역주행을 노리는건가?"

"뭐. 그런것도 있지만 익숙한 곡들을 어떻게 재해석하느냐가 관건인 시합이지."

"그렇구나. 그런데 형은 왜 온거야?"

멜로형은 나를 보며 씩 웃더니 찻잔을 내려놓고 말한다.

"넌 이번에 빠져."

멜로형의 말에 두 사람은 내 시선을 피한다.

"왜?"

이유를 묻자 멜로형은 차근 차근 설명해준다.

"이번 곡 대단했어. 방송이 나가진 않았지만 아마 나가게 된다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겠지. 그런데 그 흥행이 꼭 얘네여야 했을까?"

멜로형은 내게 질문을 던져 의도를 전한다.
그게 기분이 나빴지만 크게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굳이 이녀석들이 아니어도 흥행했을지 모른다는 소리는 꽤 신빙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너네가 3인팀으로 출전한것도 알고 니가 문제될게 없는 작곡가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아. 그렇지만 솔직히 치트키가 아닌건 아니지."

멜로형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어간다.

"얘네가 성장하려면 이번엔 빠져줘."

멜로형의 말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 말을했다.

"이번엔?"

멜로형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이번엔."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겠다.
아마 성장하려면 탈락할 위기가 그나마 적은 초반에 해야한다.
이미 성장하기 시작한 경쟁 상대들을 후반에 쫓아가려면 무리일테니까.
그렇다면...

"알았어."

내 말에 두 사람은 그제서야 나를 본다.

"너네는 동의한거 같네."

둘은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곡 준비할 시간이 길어지면 난 좋으니까 준비하고 있을께. 그러니까 탈락하지마."

지한이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이빈아!!!!!!"

울먹이는 얼굴로 날 향해 달려드는 녀석을 떼어 놓고 유유빈과 형을 봤다.

'분명.. 다른 이유가 더 있는거 같은데....'

성장이 목적이라는 말은 틀리지 않았을거다. 그렇지만 뭔가.. 다른 이유가 더 있는거 같은데 아무도 내게 말을 하지 않는다.

'말하기 싫다는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캐물을 입장은 아니었다.
내 곡이 저녀석들이 꼭 불러야 하는 이유가 없듯이 저녀석들도 굳이 내가 아니어도 됐기 때문이다. 무대에 서지 않는 나는 타인일 뿐이다.

"잘하고와."

그 후로 멜로형과 다른 이야기를 더 하다가 형은 돌아갔다.
지한이는 자고 간다고 말했지만 저녁을 먹이고 쫓아냈고 유유빈과는 한마디 대화도 나누지 못했다. 씻고 방으로 들어왔을때도 유유빈은 잘준비를 서둘렀을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이게 뭐라고...'

정말 이게 뭐라고 이렇게 서운한걸까..
그렇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왠지.. 그래야만 할거 같았다.


+


"이빈이 없이..."

"그래. 너네에게 이빈이가 큰 힘을 실어주는건 맞지만 기본적으로 너네가 성장을 해야 우승을 노리지."

형의 말을 이해했다.
지금 이대로는 그녀석을 이기지 못한다.
그건 나와 같은 생각인지 지한이는 아무말이 없었다.
나는 멜로형에게 질문을 던졌다.

"유세현보다 잘 키워줄 수 있나요?"

내 말에 멜로형이 놀란 눈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그건 지한이 또한 마찬가지었다.

"흠... 그 말은 내 실력이 유세현보다 출중한가를 묻는걸까 아니면 유세현을 이길 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냐는 말일까?"

아무런 대답이 없자 멜로형은 씩 웃으면서 말한다.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못해줄것도 없지."

그 말에 안심했다.

'난 내가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면 놓치지 않을거야.'

맴돌던 그 말이 뚜렷해진다.
너와 같은 정점에 서서 난 너한테 꼭 물어볼 말이 있어.

"잘부탁드립니다."

경연 시작까지 앞으로 D+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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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5-27 22:14 | 조회 : 1,152 목록
작가의 말
약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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