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 13화

"너네 팀 명은 정했어?"

"아. 맞다."

내 질문에 고지한은 까먹었던 사실을 깨달았다는 듯이 말한다.

"정신없어서 잊었네."

"...그런 중요한걸 잊어버리다니 대단한걸."

"유빈아. 우리 뭘로해?"

고지한의 말에 유유빈은 고민하다가 날 본다.

"우린 세명으로 출전하자."

"왜 세명인데?"

내 질문에 유유빈은 날 가리키면서 말한다.

"너도 있잖아."

아니 나는 노래도 안하는데 팀으로 넣어서 출전해도 되는건가..?

"그게 돼?"

"안될건 뭐람."

내 질문에 받아친 사람은 고지한이었다.
정말 생각없이 사는 놈들의 사고회로는 따라갈 수가 없군...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그래서? 팀 명은?"

둘은 고민하는가 싶더니 고지한이 핸드폰을 꺼내든다.

"아! 우리 이걸로 하자!"

그러고는 노래를 틀더니 씩 웃는다.
그 노래는 다름아닌 내가 만들던 곡이었고 노래 제목은...

"조커. 좋다 그치?"

"유치해."

고지한의 말에 유유빈은 한숨을 내쉬었다.

"야! 너 그파일 어디서 났어!!"

"니 핸드폰."

"꺄아아악!!! 이 도둑!!!!"

그 파일은 하나같이 내가 녹음한 노래들이다. 흥얼거리던 멜로디, 꽤 구체적인 가사가 붙은 노래 등. 쉽게 설명하면 마인드맵같은 파일들이다.

"나중에 이거 노래로 만들어주라."

고지한의 핸드폰을 빼앗았다. 하지만 잠겨버린 핸드폰은 열리지 않았다. 참을 인을 수백개를 그려넣으며 진정하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뭐... 좋아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을 하려고 모인거잖아?"

내 말에 두사람은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부터 해야할 일은 연출이야."

꽤 시간이 지체 되서 이제 앞으로 남은 시간은 1주일 밖에 없었다.
그 시간 내에 모든 연습을 끝마쳐야 하는데...

"연출이라.. 뭐 생각해둔거 있어?"

이 시기에 연출 구상이라니.. 아니 좋게 생각하자 유유빈이 노래할 수 있다는거에 감사해야할 지경이니까.

"연출이라고 해봤자 어렵게 생각할거 없어."

스케치북을 꺼내들어 상 위에 올리고 펜을 잡았다.

"노래를 부를때 중요한건 노래 실력도 있지만 결국은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 노래가 와닿느냐. 즉. 전달력 싸움이야."

큰 네모 박스 가운데에 선을 하나 긋고 양쪽으로 마이크를 그려넣었다.

"연출이라는건 결국 그 노래에 대한 이해력을 돕기 위한 장치일뿐이지."

그림을 못그리는 관계로 사람은 졸라맨으로 대체한다.

"노래 시작 부분은 이별노래처럼 낮고 느리며, 축 쳐지는 부분이고 그 앞부분이 지나면 노래가 밝아지면서 경쾌한 멜로디에 밝은 가사로 이어지니까."

1번부터 3번까지 번호를 매겨 스케치북 가장 아래쪽에 적은 후 1번 부분에 이별이라고 적고 2번 부분에 사랑이라 적고 3번 부분에 끝이라고 적었다.

"서문 본문 결과 같은 느낌으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해."

내 말에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생각해놓은거 있어?"

고지한이 손을 든다.

"첫부분은 이별에 아파하는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으니까 이건 딱히 동선을 그려서 움직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확실히 그렇네."

고개를 끄덕이다 문득 유유빈을 봤다.

"표정연기로 될까 저게."

지한이 역시도 유유빈을 본다.

"...어떻게 되지 않을까?"

계속 가만히 있던 유유빈이 입을 연다.

"불만있어?"

이때만큼은 지한이에게 동정을 느낀다.

"힘내라."

"고맙다."

"저것들이..."

다시 스케치북으로 눈을 돌렸다.
프로들이라면 큰 무대를 움직이지 않고도 장악할 수 있겠지만 이녀석들은 프로가 아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무기를 만들어야한다.
하지만 오히려 큰 움직임은 노래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동선은 최소한으로 약간의 움직임만으로 이해가 될 수 있도록 해야해."

내 말에 지한이는 한숨을 내쉰다.

"손이라도 잡을까."

지한이의 말에 나랑 유유빈은 서로를 쳐다본다.

"그러고보니 니네 요즘은 그거 안하냐?"

"끝나서 행복하니까 좀 닥쳐."

내 이글거림에 고지한을 입을 다문다.
어느 순간부터 손잡기부터 시작한 모든걸 그만둔 우리둘은 그 일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잊고 있었다가 더 맞는 말이겠지만 굳이 떠올리고 싶지 않은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확실히 손잡는건 좋네. 컨셉이 브로맨스니까."

3번 부분에 손잡기를 넣자 고지한이 유유빈을 쳐다본다.

"괜찮냐?"

"왜? 난 애인 없어서 괜찮은데?"

유유빈의 말에 고지한은 손으로 얼굴을 쓸더니 말한다.

"가온이한테 뭐라고 말하지."

"뭐!? 니네 사겨!?"

"어!?"

"야!!!! 고지한!!!!"

"안사겨! 아직은!!!"

"그게 아니잖아!!!!!!!"

고지한의 멱살을 잡고 냅다 소리질렀다.

"솔직히 말해!! 어디까지 갔어!!! 내 천사같은 가온이한테 무슨 더러운짓을 한거냐고!!!"

지한이는 켁켁 거리며 내 손을 떼더니 말한다.

"이제 니꺼 아니야! 내꺼야!!"

두둥. 뭔가에 쳐맞은 기분이 들었다.

"이럴수가... 우리 천사 같던 가온이가.. 아니 지금도 천사지만..."

믿을 수가 없다.
대체 뭐때문에 저딴 놈에게 넘어간 것이란 말인가.
얼마나 애지중지..

"흐어어어!!! 서러워라!!!"

대성통곡을 하자 지한이가 등을 두드려주며 말한다.

"언젠가 떠나보내야할 자식이잖아. 안그래요? 장인어른."

"누가! 너같은거에게 내 아들을!!!"

"우리 그러지말고 잘 지내봅시다."

고지한이 내게 사탕을 건내며 말한다.
그걸 가만히 지켜보던 유유빈이 한마디 한다.

"너네 재미있게 논다."

"뭐임마!? 누군 진지한데!!"

결국 그날 회의는 파탄이 났고 둘에게 잘 생각해서 연습까지 끝마쳐서 4일뒤에 다시 보자고 했다.

"크흡.. 우리 가온이.."

고지한 이새끼는 대체 가온이한테 무슨짓을 저지른걸까...?

"서가온이라면 그만 걱정해. 걔가 애도 아니고."

집에 돌아가는길 유유빈이 내게 말한다.

"그렇지만.. 그 여린 애가 그런 늑대한테 잡혔다고 생각하니까.."

눈물이 앞을 가려 말도 못하게 심장이 아프다.

"넌 가만보면 서가온한테만 호의적이더라?"

유유빈의 말에 잠깐 걸음을 멈추고 유유빈을 봤다.

"어쩔 수 없잖아. 가온이는 내 유일한 친구인걸."

유유빈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날본다.

"넌 이해 안된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난 아니야. 유일하게 친구라고 생각했던 단 한사람이라고."

예전부터 친구라면 넘칠듯 많았다.
하지만 어느순간부터 친구란 많아서 좋은게 아니라는걸 알았다.
지긋 지긋한 인간관계는 사람의 마음을 좀먹고 결국 이도 저도 아니게 되버린다.

"그럼 나는?"

유유빈이 멈춰있던 내 생각을 깨운다.

"뭐?"

"나나 고지한은? 친구야?"

친구? 그런가? 아니 애초에 그걸 친구라고 부를 수 있나?
갑자기 이런 질문을 들으니 생각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애초에 친구란건 어떻게 만드는거지..?

"너넨 웬수지."

먼저 앞장 서서 걸었다.
저녀석들이 싫은건 아니지만 약간 뭔가가 다르다.
고지한까지는 그러려니 해도 특히 유유빈이...
우리가 친구가 될 수 있는 관계는 맞는걸까..?
어머니의 재혼으로 이어진 인연은 인연이 맞는걸까.
복잡한 생각으로 집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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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2-19 17:17 | 조회 : 977 목록
작가의 말
약쟁이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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