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임무

"이리로! 이쪽으로 오세요!"

군중들이 우르르 몰려 나갔다. 그들은 이제껏 한 가락씩 해 온다고 믿었던 자들이다. 이제껏 자신들의 세계에서 왕이라고 믿었던 자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얼이 빠져 있었다. 살인. 그들은 이제껏 살인을 그토록 자연스럽게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럴 이유도, 필요도 없었다. 살인은 영웅이 행할 짓이 아니었다. 또한 악당이었더라도,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사람의 죽음에 두려움을 느꼈다. 두려움은 곧장 전이되어 옆 사람에게로 옮겨갔다. 두려움이랑 가장 빨리 전이되는 전염병 중에 하나이므로.

두려움이란 질병의 증상은 심장 박동수 증가, 불안감, 신경쇠약 등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서 마음은 그 방어 개체로 '용기'라고 부르고 싶은 것을 만들어 낸다. 곧장 만용이 되기 쉬운 그 마음은 왠지 모르게도 용감함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곧 전이되기 쉬운 감정이라는 전염병은, 두려움에 억눌러져 있던 용기라고 부르고 싶은 그 어떤 것을 폭발시켜 다른 사람에게 전이시킨다.

"꺼져!"

뒤쪽에서 고함 소리가 울렸다. 그들을 인솔하던 어떤 젊은이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뒤쪽에서 또다른 소리가 들렸다.

"너네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우린 목숨을 바치러 온 게 아니야!"

죽음, 죽음이 가지고 오는 커다란 반향.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 그러나 강한 존재 앞에서는 꺼낼 수도 없는 용기. 위선, 그것들을 품은 채 영웅이 되겠다며 도전하로 온 자들. 군중 떼는 성나서 표효했다. 나쁘건 착하건 그러한 위치에 있던 자들. 그러한 위치에서 죽음에 대해 처음 목도한 자들은 자신의 무력함에 절망해서야 분노했다.

그러나 앞의 청년은 죽음날개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의 무기는 날개 모양의 제트팩 속의 수많은 폭약들. 미사일들, 무기들. 이론상으로는 한 나라의 군대 정도는 너끈히 쓰러트릴 수 있는 강력한 존재. 영화 속 어벤져스의 팔콘 정도는 콧김으로도 쓰러트릴 만큼 무서운 존재가 그들 앞에 서 있었다. 어쩌면 그는 그들을 경악시킨 더블건맨 이상으로 무서운 자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무지는 곧 용기라고 부르고 싶은 어떤 감정을 이끌어내고, 그들은 그 감정을 폭발시켜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질서를 지키세요! 지시를 따르십시오! 그러기로 하고 입소했잖아요!"

죽음날개의 목소리는 따르지 않는다. 그들은 행진한다. 그들이 당면한 부조리에 맞서. 그들은 행진한다.

"아, 이런..."

죽음날개가 신음했다. 죽음날개는 맨 처음 그가 무기로써 살기를 맹새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싸움을 좋아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감수성 깊은 어린아이 시절부터 아무리 숱한 싸움을 겪어도 그 감수성이 무뎌져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죽음날개는 이러한 상황에서 싸우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알았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목숨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 죽음날개는 죽음날개를 폈다.

"크으으으..."

신음 소리와, 바닥을 뚫는 굉음이 들렸다. 어떤 거대한 물체가 앞으로 솓구치더니 군중의 앞을 막아섰다. 그것은 정말 기괴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커다란 입에 돋아난 이들은 죄다 멧돼지의 송곳니만한 크기였으며, 큰 것들은 그 두 배 정도는 되어 보였다. 눈은 두꺼비처럼 튀어나와 있고, 큰 앞발은 마치 드래곤의 앞발처럼 생겼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괴물이다.

군중이 와해되는 것은 삽시간이다. 군중심리란 한순간의 감정. 그리고 그 감정은 더 큰 공포 앞에서는 굉장히 빠르게 와해되어 버린다. 그러나 그들은 괴물이 그들의 목숨을 구해 주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나를...아나?"

괴물이 기괴하게 으르렁거렸다. 괴물은 사람의 공포 속에 사는 존재다. 그는 죄악에서 태어나 단죄를 위해 살았다. 그의 죄에 걸린 사람들의 벌은 모두 한결같았다.
죽음.

영웅들이라는 이름 하에 모인 오합지졸들은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그들은 죽음이 무엇보다 싫었다. 악당을 잡다가 죽는 명예로운 죽음이라면 모를까, 가장 공인된 영웅들의 손에 죽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다. 그들은 위압되었다.

"나를...아냐고...물었다!"

괴물의 호통은 염라대왕과도 같았다. 그가 표효하자 건물의 층 하나가 무너져 내리기라도 할 듯 흔들렸다. 쿠궁거리는 소리가 삐걱대었다. 군중들의 무리 속에서 긍정의 대답을 내포한 함성이 울렸다.

"조용히...지시에...따라! 너희는... 죽음 앞에서... 무의미한...짓을... 할 뻔... 했다!"

괴물은 죽음날개를 흘끗 쳐다보았다. 그제야 시선이 죽음날개에게로 모인다. 죽음날개의 날개를 보고 난 군중들은 다시금 술렁거렸다.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우리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때, 총성이 울리며 괴물의 위에서 물체가 하나 떨어졌다.

"뭐 했냐?"

마이크를 쥐고 떨어진 물체는 더블건맨이었다. 군중은 순간 얼어붙은 듯 조용해졌다.

"뭐 했냐고, X발X끼들아."

군중은 조용한 상태를 유지했다.

"영웅 되려고들 왔지? X같은 세상에서 약자 지킨답시고 왔지?"

군중은 여전히 움직이지 못한다.

"근데 이 X것들은 어떻게 약자가 보이자마자 치고 X랄이냐?"

군중들 중 몇몇이 입술을 깨문다.

"X발, 잘 했다 이거지."

그들은 겁쟁이의 표상이다. 강자가 나오면 철저히 약해지고, 약자로 판단되면 가차없이 강해진다. 그리고 그들이 곧 영웅이다. 영웅이란 강자고, 강자란 철저한 약육강식의 산물이다. 최강자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고 약자 앞에서는 한없이 커지는 불쌍한 민주주의. 결국 약자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 하는 바보들의 도당...

"지금부터 지시 불복은 사살 처리한다. 제군들은 영웅들만 모여 있는 게 아니야! 이 중에는 악당으로, 범죄자로 살다가 갱생해 보겠답시고, 또 다른 목적을 가지고 온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원하는 대로 행동할 거면 나가라. 지금 나가면 이런 절차는 안 밟아도 되니까!"

나가는 사람은 없었다.

0
이번 화 신고 2016-12-05 02:07 | 조회 : 1,443 목록
작가의 말
제비교수

1.자체 필터링 했습니다. 2.더블건맨과 괴물은 폭스툰의 괴물, D4에서 잠깐이나마 만나실 수 있습니다.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