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 이 고구마들 같으니라고

짹짹~

선명히도 들리는 아침새 소리에 절로 눈을 떳다.
옆에 달려있는 거울 너머를 보니 여전히 사공우연이라는 남자애가 비추고 있었다.

"..결국은 못돌아갔네."

이왕 빙의된거 익숙해지기로 결심은 해보았지만 역시나 전생이 그리운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인가봐..
기지개를 피고 침대에서 내려와 거실로 향했다.

"웬일로 일찍 일어났네?"
"어쩌다보니 눈이 일찍 떠져서..."
"...어디 아프니? 많이 아프면 학교 쉴래?"

내 본심은 바로 YES를 외치고 시지만 참아야하느니라..

"에이~ 새학기 시작된지 이제 이틀째인데 엏게 쉽니까? 걱정은 마셔요~"
"그래..? 그래도 너무 아프다 싶으면 조퇴라도 해야한다?"
"네에 그럼요."

여기 집안 가족들은 모두 친절하고 따스하다. 형이란 사람도 말다툼은 자주하지만 그리 나쁜사이도 아닌거 같아 보이고...

...

"오늘 밥은 스킵~ 일찍 등교하러 갈게!"
"응? 그래도 밥은 먹고 가는게 좋지 않니?"
"괜찮아! 배도 별로 안고프고~"

걱정하는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엄마에게 괜찮다 말하고 집을 나왔다.
막상 말은 괜찮다했지만 역시 조금은 안괜찮아..
학교로 가면 나 또 양아치 노릇 해야하잖아..?

"아이고 불쌍한 내 인생같으니라고..."
"그리 말하니까 꼭 늙은이 같다?"

자연스레 어깨동무하길래 얼굴을 보니 천사현이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용케 찾아왔구나..

"집주소는 정확히 모르잖냐."
"그래서 일찍 기달리고 있었는데?"
"엥?"

지금도 일찍인데..?

"너 몇시부터 나와있었어?"
"5시-"
"쉩.."

뭐라 말은 하고 싶지만 차마 강아지 같은 표정으로 쳐다보니 양심에 미스가 난다..

"야, 나 잘했지? 빨랑 잘했다고 칭찬해줘!"
"자랑이다 이놈아. 감동적이긴 하지만 다음부터는 무리하지마."
"무리한거 아닌데? 친구 기달리는데 이 정도는 별거 아니지~!"

아직 날이 안풀려 조금씩 부는 바람..그리고 그런 바람에 조금씩 살랑거리는 푸른 머리카락과 꼭 루비같은 눈으로 웃으며 바라보니 꼭 홀려질것만 같았다.
와씨 모브가 저렇게 홀리스러워도 돼...?!

"엥- 너 어디아파? 왜그리 멍을 때려?"
"나 오늘 그 말만 2번째야."
"너 진짜 어디 아픈거야..?! 왜 나왔어-!"
"아픈거 아니거든? 야, 그리고 내가 안나왔으면 너 계속 여기 있었을거 아니야-"

주인 걱정하는 강아지마냥 쳐다보니 웃음이 안나올 수가 없었다.

둘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뭐 대부분은 천사현이 혼자 떠든거지만? 아무튼 대화를 하며 걸으니 어느세 학교 앞이었다. 그리고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은 애가 서있기까지....

"사공우연...."
"........."
"....?"

이 소설 속 메인공님께서 내 이름을 또박또박 부르며 어두운 표정으로 부르고있었다.

"너 나랑 대화 좀 해."
"꺼져. 너랑 할 대화 없어."

물론 구라다. 속마음은 그저 미안하단말만 연달아 나오지만 입밖으로 내뱉을 수 없는 처지이니...

"그 잠깐도 안돼? 이런식으로 이기적이게 나오면 곤란한데-"
"어ㅉ....!"
"이기적인게 누구라 생각하는거야?"

강백현의 말에 반박을 할려고 입을 열었지만 나보다 앞서 말하는 천사현에 의해 내 입은 다시 닫혔다.
그나저나 천사현은 내 앞에서 마냥 사람 보기 좋은 표정만 지었던지라 저런 살벌한 표정을 짓는 재주가 있는 줄 몰랐는데..앞으로 얘한테 깝치면 안되겠다.

"..너에게 한 말은 아닐텐데 왜 끼어들어?"
"그럼 친구가 싫다고 말하는데 계속 끌고갈려는걸 두고봐야만 해? 그리고 너 귀라도 막혔냐? 얘가 싫다잖아. 그럼 그냥 가든가 왜 구질구질하게 싫다는애 붙잡는거야?"
"....."

천사현이 반박할 틈도 없이 말하느라 강백현은 그저 굳어있을 수 밖에 없었다. 사현의 말이 끝나자 강백현도 뭐라 말은 못하겠는지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나저나 천사현 이 녀석.. 그저 귀찮은 애라고만 생각했는데 의외로 친구는 잘 감싸주는 애였구나.

"....."
"왜 그렇게 빤히 쳐다봐?"
"응?"
"역시 나랑은 절대 친구하고 싶지~?"
"너 진짜...에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정색했던 표정은 온데간데 사라져있고 웃는얼굴로 날 바라보는 사내만 있었다.
그리고 당당하게 말하는 저 주둥아리를 때리고는 싶지만..틀린말도 아니여서 뭐라 할 수도 없었다.
..이리 보니까 정말 천사같기도....?

"얼른 반으로 들어가자~ 모처럼 일찍 온거잖아?"
"..어? 아..응....."

..뭐야..미쳤어.....나 지금 쟤보고 설렌거야....????

-

"아싸, 우리가 1등~~"
"아...그거 정말 기쁘네-"
"왜그래?"
"뭐가."

20년 넘게 살면서 연애감정 1도 느껴본적 없던 내가...소설 속 모브에게 설레기까지 했다고...?
절대 아닐거라며 그저 부정맥이라 혼자 열심히 가스라이팅(?)하던 중 이마 위로 차가운 손이 올려졌다.

"너 열 좀 있는거 같은데..."
"엥..? 어디 아픈곳도 없는데....."
"보건실 가서 쉬는건 어때..?"

뭐야 저 걱정하는 눈빛...이제 겨우 하루만난 사이인데........

"트흨....너 표정....."

?뭐야 왜 저리 웃는거야.

"아- 너 진짜 표정부터 솔직해. 그래서 좋아."
"..좋다고?"
"응- 엄청~"

분명 친구로서 좋다는 뜻일텐데 왜 그 한마디가 다르게..아니다..더 생각하지 말자. 생각하면 할 수록 뇌가 우동사리보다 못한 면이 되가는 기분이야...

"나 보건실 갔다올게.."
"같이 가줄까?"
"내가 애냐? 혼자 갔다올거야~"

약이라도 먹으면 괜찮아지겠거니 하는 마음으로..사실은 그냥 도망치자는 생각으로 교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보건실로 발을 옮기던중 익숙한 목소리들이 들려온 탓에 무시하지 못하고 소리의 출처로 가보니..

이게 왠걸 우리의 소설 주인공과 메인공 단 둘이 있는게 아닌것인가!

드디어 서로의 로맨틱한 장면이 시작되는건가?!
라 생각하며 스리슬쩍 몰래 보니

"그..어제는 고마웠어..."
"아니야..! 뭐 한게 없는걸....,"
"그래도...."
"너무 마음깊이 두지마..~"
"......"
"......"

엥 뭐야.. 설마 저러고 끝? 저러고 정적만 흐르다 헤어지는 레퍼토리는 아니겠지?!

"아...이러다 종치겠다....."
"그...그러게- 빨리 돌아가야겠네."

아직 종칠려면 한참 멀었거든요..?
야이 고구마들 같으니라고. 내가 꼭 직접 나서야 풀리지?!

"허- 둘이 로맨스라도 찍으쇼?"
"...!"
"사공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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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4-04-22 23:12 | 조회 : 123 목록
작가의 말
비소biso

난 제로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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