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1)- 아이

그런 사람(1)

사람들과 잘지내고 싶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는 있으나 아무도 그 의지를 모른다. 이뻐지고 싶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애가 아니라 저기 앞에 있는 애와 함께 다니고 싶다. 무리의 중심이 되고 싶다. 저 아이들과 즐겁게 떠들고 싶다. 하지만 난 그저 여드름이 얼굴과 가슴 그리고 등에 있고 마스크를 껴도 벗어도 여전히 못생겼고 피어싱을 해도 전혀 스타일리시해 보이지 않는다. 나는 너무 소심하니까 저 아이가 나에게 말을 걸어주길 바라기만 하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인간. 이게 나다. 나는 그냥 매일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다는 목적을 품고 나 자신을 비하한다. 그러나 그럴 수록 더 아프다.



나 혼자만 아는 용기를 내어본다. 자기들끼리 재밌게 대화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다가간다. 그 아이들과 대화를 시도해보지만 아이들은 내 말에 대꾸조차 영 시원찮다. 그래도 난 나만 아는 용기를 내어본다. 그러나 내가 계속 말을 이어가려고 노력할수록 아이들은 신경조차 쓰지않거나 불편해 하거나 혹은 그저 짧은 대꾸가 전부다. 게다가 그 아이들은 의자까지 끌고 와 앉아있고 나는 내게 눈길조차 시원찮게 주는 그들 앞에 서 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수치심과 ''내가 이래서.....''와 같은 후회와 서러움 그리고 짜증이 났다. ''정말이지 이렇게까지 매정할 일인가?'' 싶고 그 아이들이 밉기도 하다. 생각을 거듭할 수록 점점 못나진다.
그때 나랑 같이 다니는 친구 A 내 옆에 와 속삭였다.
"왜 그래?"
이 한마디가 나를 터지게 만들었다. 나는 급기야 내 모든 기분을 A 탓으로 돌리며 원망했다.
''나도 아는데, 지금 내 꼴이 얼마나 개같은지. 얼마나 찐따같고 병신같은지는 내가 제일 잘아는데 ''
이런 생각들이 밀려와 A에게 퉁명스럽게 대답하고는 자존심에 계속 그 아이들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자 A는 그만 가자며 나를 채근했고 나는 분노와 수치심에 사로잡혀 A에게
" 너 내가 병신같지 찐따같지 내가 이러니까 왜 쪽팔려? 야 네가 뭔데 나 무시해?" 등과 같은 말을 A에게 퍼부었다. 그리고 흐르는 눈물과 감정들을 이기지 못하고 화장실에 있다가 그냥 조퇴했다. 나는 집에 가서 A에게 2~3시간에 걸쳐 그 아이를 비난하고 탓하고 원망했다. 내 모든 기분과 이 서러움을 A에게 토해냈다.
A는 " 미안해. 내가 던진 한마디가 너에게 이렇게 큰 상처가 될줄 몰랐어. 너의 기분과 화는 물론 안 풀리겠지만 그래도 진짜 미안해. 나 지금 당장 용서해달라는건 아니야. 그냥....."
A는 죄인이 되어 계속 사과했다. 2~3시간 동안 말이다. 그날 나는 서러움 속에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



난 mbti 과몰입은 아니지만 f다. 그것도 infp. 나는 다른 사람들이 가볍게 한 말에 쉽게 상처받는다. 그래서 난 내 친구인 A가 나를 이해해주고 기다려주고 받아주길 바란다. 이건 내 친구라면 당연한건 아니지만 어느정도는 예의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A는 이런 나를 이해해주고 받아들여준다. 그래서일까 나는 계속해서 A에게 이해를 종용한다. 이런 나의 행동이 질렸나보다. A는 6개월 동안 받아주더니 갑자기 나에게 상처되는 말을 자주 하기 시작했다. A에게 부탁하고 싶지만 그게 잘안된다. 눈치 빠른 A가 이런 내 기분과 심정을 모를리가 없다. 그런데 A는 계속 그런 말들을 내게 한다. 그러던 어느날 A가 사과했다. 자기가 말을 요즘 밉게 해서 미안하다고 나는 ''에이 뭐 괜찮아'' 이런 식으로 말했지만 속으로는 안도감과 ''그래 친구는 이래야지''와 같은 생각을 했다. 그러나 A는 여전히 말을 거슬리게 했고 나는 울면서 다른 친구들과 대화하고 있는 A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다. A의 표정에는 당황스러움과 짜증이 묻어나 있었지만 난 인지하지 못했다. 물론 나와 하는 대화도 아니고 누군가의 욕도 아닌 이 대화에 나와의 사소한 공통점이 있는 이유로 이런 반응을 보이는건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한다는 사실을 그때의 난 알지 못했다. 그도 그럴게 그때의 난 내 감정이 내 기분이 전부인 사람이라서였나?




난 내 문제점을 모른다. 알지만 모른척한다. 아니면 진짜 모른다. 아마도 내가 한 행동과 말의 객관적인 평가조차도 말이다. 아마 나는 평생 모를 것이다.

소심한데 욕망은 넘쳐나고 그런데 그걸 실현시킬 자신감도 자존감도 배짱도 없는 아이.
나와 친한 사람은 나를 무조건 이해해줘야 하는 아이 그래야 내가 상처받지 않을테니까
내 문제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아이 그럴 정도로 나 자신에 대한 나를 결국엔 아프게 할 양날의 검과 같은 보호막을 두르고 자신이 만만한 사람은 찌르는 어찌보면 강약약강인 아이.
그러나 누구보다 밝게 빛나고 싶은 나는 그런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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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3-07-31 22:00 | 조회 : 270 목록
작가의 말
CORDELIA&M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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