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인지 모르게

그가 아침 지하철에 탄 것은 수 년만의 일이었다. 30대 초반에 회계사 이름을 떨친 이현식. 그는 지금 당장에라도 타고 있던 지하철을 사드릴 수 있었다.
하지만 왠일일까 결벽증에 가까운 그 청결함이 오늘 만큼은 유난스럽지 않다. 꽉 찬 지하철에서 만세를 부르는 모양으로 손잡이를 붙잡고, 습도로 끈적거리는 몸에 적당히 고급스러운 셔츠와 맞춤 정장을 걸치고 있었다. 지하철은 한참 달리고 있었다. 이 시간의 차량은 한참 통근시간인 직장인들과 도심의 남학생들로 채워지고 있어서, 어떤 차량이라도 남자로 가득이었다. 그리고 이현식이 탄 차량에는 오로지 남자뿐이었다.



아침치고는 오늘이 유난히 더웠고, 때문에 차량은 후텁지근한 남자 냄새가 충만해있었다. 그런 승객들 사이에서도 현식은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현식은 고등학생 시절 통학을 위해 이 전차를 탔던적이 있었다. 창밖의 풍경은 당시의 모습이 남아있었지만 새로운 빌딩이나 백화점, 길가의 공원 등이 세월을 깨닫게했다. 이어서 어느새인가 현식은 창밖의 풍경이 아닌 고등학생의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 때의 자기 자신을. 그 때의 혐오스러운 기억을. 그러나 그런 오시자와의 회상을 깨부수듯, 역에 도착한 전차의 문에 서 새로운 승객들과 새로운 공기를 반겼다. 그렇게 모든 인간을 집어 삼킨 뒤 전차는 출발했다.



지금부터 이 전차는 도심을 목적지로 다음 정거장까지 30분 이상이나 논스톱으로 달린다.
많은 남자들을 그 체내에 빈틈없이 채운 상태로 전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누구가 일어섰다. 현식의 양 옆에 서 있던 말쑥한 두사람의 젊은 샐러리맨 남자가 일순에 현식에게 수갑을 채워, 만세를 부르는 모습으로 구속시켜버린 것이다. 게다가 현식의 발을 전 체중을 걸어 구둣발로 짓밟고, 팔을 붙들어 현식의 양손 양발의 자유를 앗아가버렸다. 마치 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 이러는 이유가 있을거 아니에요"


현식 나름대로의 항의의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발의 고통으로 비명을 질러버렸다. 이변은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자유를 빼앗긴 현식의 뒤로부터 중년 샐러리맨풍의 남자가 만원 전차를 개의치 않고 쭈그리더니, 들고있던 우산의 손잡이와 끄트머리로 그의 발목을 꽁꽁 묶어버렸다. 또 밟고 있는 발로부터 도망치려던 힘을 빼놓아버렸다. 그리고 뒤에서 재갈을 물리더니 손을 앞으로 돌려 현식의 셔츠 단추를 끄르는것이었다.

연속적인 성추행에 당황한 나머지 제대로 된 저항을 하지 못한 현식은 쉽사리 셔츠가 벗겨져버렸다. 현식을 습격한 것은 그 세명만이 아니었다. 속속들이 드러내어진 현식의 억센 가슴과 등을 몇 개나 되는 손이 거리낌 없이 더듬고 돌아다닌다. 등골을 따라, 아래에서 위, 위에서 아래로애무하는 손가락. 가장 민감한 옆구리를 간지럽히는 듯 애무하는 손.



"웃웃-, 우우ㅡ우"


재갈을 물린 입으로, 현식은 나올수 있는 최대한의 소리를 쥐어짜냈다. 도움을 구하는 것인지, 견딜수 없는 쾌감의 신음소리인지는 판단할수 없 었지만, 비록 그것이 도움을 오청하는것이었다 해도, 그것은 소용없는 짓이 었다.(이 이변을 눈치 챈 주변의 승객 전원이 현식이 희롱당하고 있는 것을 씨익 웃으며 바라보거나 자신도 손을 뻗어 희롱하려 했으므로)


일순, 현식의 몸이 움찔했다. 현식의 셔츠 단추를 끄른 중년남자 의 손이 슬랙스 위로, 처음으로 현식의 사타구니를 자극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년남자는 잠시 그대로 슬랙스 너머로부터, 현식의 사타구니를 계속 애무했다. 문지르기도 하고 움켜쥐기도 했으며, 슬랙스 위로 모양을 더듬어보기도 하고. 그리고 남자는 마침내 오시자와의 하반신도 벗기기 시작했다.



"우ㅡ우ㅡ, 웃우-웅"


몸은 빈틈없이 밀어붙여져, 거의 움직일수가 없었다. 현식은 유일하게 자유로이 움직일수 있는 머리를 좌우로 필사적으로 휘저으며 저항을 시도 해보았다. 그러나 현식의 보잘것없는 저항따윈 개의치 않고, 남자는 순 식간에 벨트 단추를 끄르고, 단숨에 바지와 트렁크 팬티를 내릴수 있는데까지 끌어내려버렸다.



"우----!"


현식의 비명과 동시에, 스프링장치마냥 불쑥하고 남성이 냅따 튀어나왔다. 덥수룩하고 짙은 음모사이로 20센티는 됨직한 거무스름 한 육봉이 불끈 솟아있었다.



"켁, 봐봐, 이녀석 발딱 서있다구."

"정말야, 엄청나, 저렇게 끄트머리가 쑥쑥 늘어나버렸다구."

"하지만, 거무스름한게, 몹시 훌륭한걸."



현식의 앞에 서있던 세명의 고고생 소년들이, 방금 눈 앞에 드러난 현식의 남성을 보고 감격의 탄성을 질렀다. 그렇다, 소년들의 말대로, 현식의 그곳은 무서울정도로 발기해있었던 것이다.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귀를 막는 대신에 눈을 감으면 소년들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거라고 믿는것처럼, 이 사건을 부정하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게 됫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나 그런걸로 소년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는 일 따윈 없었고, 몸 전체를 어루만지는 손이 사라지지도 그 애무를 느끼지 않게 되는 일 따위 도 없었다. 소년들의 말이 현식의 마음을 갈갈이 찢어놓아 당장에라도 자해하고 싶을 정도의 수치스러움이 느껴졌다.



상황은 야박하게도, 다수의 손이 오시자와의 남성을 딱딱하게 만들고, 그 손에 꿀을 뿜어내 흘리게 했다. 그 꿀이 상큼 한 아침 햇살에 반짝반짝 빛났다.



"오, 부탁이다, 보지 말아줘."


현식의 마음 속의 외침을 알아듣고 역으로 짖궂게 구는 건지, 세명은 뚫어지도록 현식의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현식으로서는 물건을 훑어올리는 남자의 손으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가려 허리를 움직이는 것이었지만, 그것은 마치 허리를 뒤틀며 비밀스런 입구에 씩씩한 그것을 원하는것처럼 보였다.



"후와-. 그치만, 보면볼수록 훌륭한걸-. 뭐, 이정도라면 남들에게 자기걸 보여주고 싶어지는것도 도리가 없겠어."


세사람은 중년남이 현식의 물건을 훑어올리는 것을 빙긋거리며, 혹은 킥킥거리며 바라보았다. 그리고 보고 있는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현식의 바로 앞에 앉아있는 여드름투성이 얼굴의 까까머리 소년이 손을 뻗어 현식의 귀두에 손을 가져왔다. 남은 두사람도, 음낭과 사타구니 안쪽에 손을 뻗어, 그 감촉을 즐기는것이었다.



"어때, 느껴? 이봐, 어때?"


어느새인가 중년남 대신에 빠박이 소년이 오시자와를 더듬고 있었다. 물론 현식이 고개를 세로로 끄덕일 리가 없었고, 부들부들거리며 옆으로 고개를 격하게 휘저었다. 소년은 어른의 것을 제멋대로 희롱하는 것이 몹시 즐거웠는지, 격렬하게 훑어올리거나 귀두를 부드럽게 어루만지거나 꽉 움켜쥐어보거나 하며 그 정도에 따라 현시ㄱ의 몸이 반응하는 것을 기뻐했다. 나머지 두명의 소년은 이따금씩 현식의 사타구니에 손을 뻗는 외에 는, 빠박이 소년에게 지시를 내리거나 다같이 웃거나 했다. 소년들의 양 옆 에 앉아있는 대학생 풍의 남자나, 샐러리맨풍의 남자들은, 그런 소년들의 주거니 받거니 하는 수작을 낄낄거리며 바라보았다. 아까의 중년남은, 현식의 팽팽하게 쪼여진 섹시한 엉덩이를 더듬고 돌아다니거나, 손톱을 바짝 세워 괴롭히는 중이었다. 비밀스런 입구에는 손 댈듯 하면서 좀처럼 손대지 않고, 그 주변의 털을 문지르며 고문할 뿐이었 다. 현식이 반쯤 전라가 된 상태가 되고 나서, 두 개째의 역을 통과하려 하고 있었다. 현식 납치당한 것은 플랫폼쪽은 아니었지만, 반대차선 의 홈에서는 넘치는 인파가 전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그곳을 순식간 에 통과해 지나갔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현식의 모습을 알아보고, 도저히 믿을수 없다는 경악의 포정을 띄우면서 지나가는 전차를 망연히 바라보았다.다음 정차역까지 통과할 세 개의 역에서, 더욱이 수십명, 아니 수백명에 이를 사람들에게, 현식은 이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버려 야 하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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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3-07-05 22:42 | 조회 : 2,429 목록
작가의 말
파산왕

중단편입니다ㅈ 다음화에 계속! 댓글은 다 읽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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