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가 뭐 어때서? -외전 하나-

{ 최단신-이 반 이야기 }

중학교를 입학하고 반이라는 그 친구를 알게 된 건 1학년 1학기 중간고사가 다 끝났을 때 일이었다.

“야, 단신. 너 그거 암? 우리 반에 호구 새끼 있는 거?”

엎드려 자기 직전에 갑자기 말 걸어와서 짜증은 났지만 ‘호구’라는 단어에 조금 흥미가 생겨 무거웠던 머리를 들고 친구를 쳐다보며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 반에 그런 새끼가 있어? 누군데?”
“이 반이라고 이름이 외자인 새낀데 이 새끼 완전 호구임 ㅋㅋㅋㅋㅋㅋ.”

얼마나 호구이기에 저리 난리법석을 떠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다.

“신형이 알지? 우리 반 일짱. 걔가 심부름으로 담배사오라고 하는데 어떻게 사왔는지 잘 사왔더라고? 무슨 수를 썼길래 걸리지도 않고 사와? ㅋㅋㅋ 사기라도 쳤나? 호구 주제에? ㅋㅋㅋㅋㅋㅋ.”
“···근데?”

호구라는 말에 흥미가 생겨 들어보긴 했으나 별로 크게 관심가질 만한 이야기가 아닌 듯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앞에 있는 친구를 쳐다본다.

“야. 뭐냐, 그 반응은? 존나 어이없네?”
“다른 건은 없냐? 없음 잔다.”
“시발? ㅋ 있어, 들어봐 개색갸 ㅋㅋ.”

솔직히 더 듣고 싶진 않지만 안 들어주는 것도 예의도 아닌 것 같고, 미안한 것 같으니 불쌍해서라도 들어주자라는 마인드로 생각하고 있던 단신이었다.

“반, 이 호구 같은 놈이······.”

***

결국 점심시간이 다 끝나가기 직전에서야 호구라는 반이에 대해 조금 알 수는 있었지만 다 들어도 역시 흥미를 가질만한 이야깃거리는 아니였다. 예의상 들어주다보니 잠도 완전히 깨버리기도 했고 점심 먹으로 갈 때도 내 옆에 찰싹 붙어서 쫑알쫑알 떠들고 식탁에 앉아 밥을 먹을 때도 옆에서 계속 떠드니 밥이 제대로 내 입에 들어가는 건지 코로 들어가는 건지 잘 먹지도 못하고 체할 뻔하기만 했다.

“근데 내가 왜 그 호구새끼를 알아야 하는데?”
“뭐야, 아까전까지만 해도 그 새끼 궁금해하는 것 같더니만 물론 관심없는 반응도 있었지만.”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해 안 그래도 언짢은데 제발 좀 내 눈 앞에서 사라지라고 눈치를 준다.

“알았어, 꺼지면 될 거 아냐. 존나 예민한 새끼.”

몇 십분 뒤. 담임이 들어와 종례를 하고 학생들은 하교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야, 단신! 오늘 P방 갈 거?”

호구인 반이에 대해 알려준 친구가 의자에 앉아 있는 단신을 쳐다보며 말한다.

“아니, 오늘은 안 감. 니들끼리가라.”

그 친구 포함 2~4명의 친구들은 단신의 말을 듣고 교실 문 밖으로 나갔다.

“저어···.”

슬슬 집에 가려 의자에 일어나 교실 밖으로 나가려던 찰나 키가 작고 어딘가 좀 귀여운 외모를 가진 남자아이가 내 앞을 막고 있다.

“뭐야?!”
“네가 신이지? 단신, 최단신. 나, 난 이 반이라고 해.”
“···.”

내 앞을 막은 게 짜증나는 동시에 외면하듯 자연스럽게 무시하고 비켜가 교실을 나간다.

“···저, 저기 단신아!!”

교실 복도로 걸어나가는 나를 불러세워서 할 수 없이 걸음을 멈춘다.

“···.”
“나랑 진지하게 만나보지 않을래? 네가 하라는 대로 다 할게. 진짜야, 나 거짓말안해.”

반이는 어렵게 용기를 내어 힘있게 고백을 해버린다.

“···.”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한 단신은 이내 뒤돌아 반이가 있는 방향으로 뚜벅뚜벅 걸어나가 반이 코 앞까지 다가와 근엄있게 말을 내뱉는다.

“진짜, 내가 하라는 대로 다 하겠다는 거지?”

무언가의 압박에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티를 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그럼 오늘부터 사귀는 거니까. 네 집까지 데려가 줄게. 집 어디야?”

단신의 말에 기분 좋아진 반은 단신의 곁으로 다가가 팔짱을 끼며 말한다.

“그, 우리집은······.”


--
그 때까진 몰랐다 반이에게 큰 사건이 일어날 일은 꿈에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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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3-08-21 00:08 | 조회 : 658 목록
작가의 말
アキラ-じゆう

끝난줄 알았죠? 저도 외전을 쓸 줄은 몰랐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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