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권지운 38세 센티넬 공 197, 85
이도원 27세 가이드 수 170, 59


***


서울의 어느 날 밤 남자는 아무도 없는 골목을 센티넬의 힘을 이용하여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남자는 지쳤는지 풀썩 주저앉아 자기 목을 힘껏 조르기 시작했다. 점점 숨이 막혀와 흐려진 의식 사이에서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본능이 깨어났다.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인 남자는 어느 한 곳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도원은 일어나 한껏 기지개를 피며 침대를 빠져나갔다. 화장실로 걸음을 옮겨 세면대 앞에서 헤어밴드를 착용한 뒤 얼굴을 꼼꼼히 씻었다. 그러고는 얼굴을 보고 매혹적인 표정을 짓다가 윗옷을 걷어 올려 자기 배를 바라보았다. 몇 주 전부터 시작한 홈트레이닝의 효과는 아직도 못 보는지 살도, 잔근육도 없는 배를 쓰다듬으며 한숨을 쉬었다. 부엌으로 발을 옮겨 냉장고 앞에서 멈췄다. 반찬이 있던가 생각하며 기대하였던 마음은 텅 빈 냉장고를 보자 금세 사그라졌다. 소파에 널브러진 후드집업을 입고 현관 앞 복도로 나와 담배를 피우려던 찰나 옆집에 살던 지운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도원의 인사에 지운은 고개를 가볍게 까딱거렸다. 도원은 속으로 싸가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라이터를 찾는데 지운이 라이터를 켜서 건네주었다. 도원은 연초를 입에 물고 고개를 가까이 해 끝에 불을 붙였다. 앞니로 가볍게 포도맛 캡슐을 깨트린 뒤 한 모금을 크게 마셔 입안에 느껴지는 칼칼한 포도맛을 즐기는 도중 지운이 말을 걸어왔다.

"뉴스 보셨습니까?"

도원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멀뚱히 쳐다보기만 하니 지운이 말을 이어갔다

"좀비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식량이랑 위생용품 챙겨두세요. 조심하시고요."

도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허겁지겁 폰을 켜 뉴스 내용을 확인한 후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힘없이 집으로 들어갔다. 지운은 아침에 받은 자기 가이드 전화번호를 저장한 뒤 엘리베이터로 걸음을 옮겼다. 도원은 그 새 외출준비를 마쳤는지 제대로 차려진 옷을 입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둘은 같이 엘리베이터에 탔다. 지운은 저장한 가이드의 번호를 가만히 쳐다보다 전화 연결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뒤에 서 있는 도원의 목소리랑 동시에 겹쳐져서 들렸다.

"여보세요?"

둘은 깜짝 놀라 서로를 바라보며 외쳤다.

"가이드였습니까?"
"제 센티넬이셨어요?"





둘은 공원에 같이 앉아 한숨을 쉬고 있었다. 지원은 조금 화난 기색을 보였다.

"하아... 아무리 그래도 이런 핏덩이랑..."

도원은 그 말을 듣고는 미간을 움찔거리며 화난 기색을 보였다. 그러고는 지운의 성직을 긁으려는 듯이 야살스레 웃으며 장난기 가득 섞인 목소리로 말하였다.

"아저씨가 너무 많이 먹은 거겠죠. 가이딩이나 제대로 받을 수 있어요?"

지운은 무게중심이 본인의 쪽으로 기울어져 곧 안길 거리에 있는 도원의 턱을 잡고 깝치지 말라고 항렸다. 도원은 발끈하며 냅다 지운에게 키스했다. 능숙해 보이려는 듯이 도원은 혀를 열심히 움직여댔다. 인터넷에서 본 것처럼 혀로 알파벳을 쓰고 있었다. 그 행동을 다 알아차린 지운은 자세를 바로잡고 도원의 뒤통수와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러고는 혀로 도원의 이빨과 입천장을 쓱 흝었다. 갑작스러운 입 속 자극에 지운의 팔을 붙잡은 도원의 손에 힘이 들어가며 잘게 떨리고 있었다. 지운은 그런 반응을 확인한 후 도원의 혀를 희롱하듯 빨았다. 숨 쉬는 방법을 잊은 도원은 급히 입을 떼고는 몰아서 숨을 쉬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지운에게 외쳤다.

"뭐하는 거에요?"

왠지 억울한 감정이 든 도원은 소매로 입술을 벅벅 닦았다. 지운은 어이가 없어졌다.

"먼저 키스 한 사람에게서 그런 소리도 나오네요. 웃기네."

도원은 키스의 주도권을 빼앗겨 자신이 먼저 입을 맞췄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다. 안 그래도 리드당해서 기분 나쁜데 상대가 잘하기까지 해서 더욱 자존심이 상했다.

"가 볼게요"

황급히 자리를 떠 집쪽으로 향하는 도원을 보며 지운은 '보기보다 쑥맥이네'라 생각하며 도원의 뒤를 따르며 외쳤다

"마트 가는 길 아니었습니까?"

그러자 도원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숙이며 빠르게 마트 방향으로 향하였다

0
이번 화 신고 2023-01-16 19:30 | 조회 : 513 목록
작가의 말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