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세리의 비밀 (2)

"악!"

머리가 핑 돈다.

"죄송해요, 죄, 죄송해요! 앞으로는... 절대... 절대! 안 그럴게요!"
"세리야, 네가 네 친구를 데려오는 건 상관없는데... 그걸 나한텐 말했어야지. 응?"
"그건 그렇긴 한데..."

"꺄악!"

오빠가 내 머리채를 집어 당겼다.

"무슨 말 대꾸야, 오빠가 제일 싫어하는 게 뭐랬어?"
"말, 말대꾸!"
"그래, 그걸 잘 알면서 왜 그런데?"
"죄송해요, 앞으로 절대 안 그럴게요... 죄송해요..."
"그래, 우리 세리 착하지? 그러니까 잘하자?"
"네, 네."

*

방에 들어와 얼굴에 나 있는 상처를 발견했다. 거울을 보니 엉망진창이 된 내 모습이 비참해 보였다. 눈이 파랗게 멍 들었고, 눈 바로 아래와 입술은 찢어져 피가 맺혀 있었다.

"씨*... 이러고 학교를 어떻게 가라고..."

연고를 면봉에 묻혀 상처 부위에 잘 바르고 반창고를 붙였다. 그리고 냉동실에서 숟가락을 꺼내 멍이 든 눈에 갖다댔다.

"앗, 차가워..."

갑자기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진짜... 내가 왜 이딴 취급을 당해야 하냐고..."

가끔 집에서 나의 모습과 학교에서 나의 모습이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뭐... 당연한 거겠지. 집에서 나는 아무 말대꾸도 못하는 병* 새*일 뿐이고 학교에서 나는 언제나 애지중지하며 컸을 것만 같은 온실 속 화초와 다름 없으니까.

나한테 가장 두려운 건 화초와 다름 없던 나의 모습만 알던 사람들이 집에서 나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 제발 그런 일만 벌어지지 않음 좋겠다.

특히 강채영과 황민주한테는 특히 더...

그 년들이 이걸 알면 날 비웃을 것이다. 날 비웃고 상처내고 깔보겠지. 학교에서 가장 예쁘고 잘 나간다던 나의 모습은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겠지. 그때 난 당연히 그 둘에게 손을 내밀겠지만 그 둘은 그 손을 뿌리칠 거야.

오늘도 가슴에 구멍이 난 것처럼 휑하다.

어릴 땐, 언젠가 이 구멍을 메꿔줄 사람이 나타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백마 탄 왕자님이라도 나타날 거라 생각한 바보 같은 생각이겠지. 결국 이 상처는 내가 메꿔야 하는데... 난 그 방법을 모른다. 찾아보고 내 마음 속을 헤집어 봤는데도... 날 또 상처낸 사람을 원망도 해보고 이해도 해봤지만 내 구멍을 메꿔줄 순 없었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가슴이 아프다. 불에 타는 것만 같아. 아파. 아파. 아프다고.

떨리는 손으로 약 대여섯 알을 입에 털어 넣었다. 물도 먹지 않고 이로 잘근잘근 씹어서 삼켰다. 써. 너무. 써.

아프지만 별 수가 없다.

오늘도 아픈 가슴을 감싸 안으며 잠을 청한다.

*

"뭐야, 쟤가 걔야?"
"어ㅋㅋ 쟤가 걔란다."
"와ㅋㅋㅋ 그동안 겁나 잘 자란 척, 온실 속 화초인 척, 그런거야?"
"맞아, 개웃기네. 그동안 그렇게 뻔뻔하게 지낸거임?"

무슨 소리야?

"야, 씨*ㄴ아, 니가 그동안 우리 속였냐?"
"어? 어? 무슨 소리야?"
"와ㅋㅋㅋ 존나 뻔뻔하네."
"근데 진짜 무슨 소리야..?"
"ㅆㄴ아!! 좀 작작 좀 해라, 존나 빡치네... 하..."
"왜, 왜 그래?"
"너 존나 정신병자라며?"
"어?"
"너ㅋㅋㅋ 집에서 존나 예쁘게 자란 ㄴ인 거처럼 자란 척 하고... 존나 사랑 받는 명품 딸인 척 하더니ㅋㅋㅋㅋㅋ 집에선 겁나 병* 취급 당한다면서?"
"무슨 소리야? 아냐..."
"맞잖아, 너 그거 동영상 화연고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올라왔어. 봐 봐."
"뭐?"

(화연고 대신 전해드립니다.)
화연고 갸루: 얘들아, 이거 봐봐. 우리 학교 퀸카 ㅇㅅㄹ의 실체임!!!

화연고 차은우: 헐, 이거 진짜야?

화연고 영지: 이거 근데 어떻게 구한 거야? 이거 믿어도 되는 거야?

화연고 리즈녀: ㅇㅅㄹ 얼굴도 나와 있고 저거 ㅇㅅㄹ네 집이잖아! 보니까 진짜인 거 같은데? 대박이다...

화연고 귤: 뭐야... ㅇㅅㄹ 겁나 가식적이네? 그동안 저런 거 숨긴 거 아냐?

화연고 감자: 와ㅋㅋㅋㅋㅋ ㅇㅅㄹ 완전 웃기네ㅋㅋㅋㅋ

화연고 라푼젤: 얘들아, 이거 믿으면 안될 거 같은데...

화연고 아이돌: 뭐래ㅋㅋㅋㅋ 착한 척 하지마!

이게 뭐야...

"어... 어... 어... 아냐..."
"뭐가 아냐? 하, 이거 니 얼굴에 니 집이잖아!!!"
"악!!"

그 애가 내 어깨를 밀쳤다.

"아... 미안... 미안!"

도망쳤다. 숨 쉬기 힘들어... 아파... 아파! 아파!! 누가 손 한 번만 잡아줘!

"흐윽! 흐으!"

그때, 누군가 내 손을 잡고 날 안아주었다. 따뜻한 품이 내 가슴을 진정시켰다. 따뜻하다.

그게 누군지 확인하고 싶어서 고개를 들자

잠에서 깼다.

"헉! 하... 하아..."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47분이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보니

카톡이 99개가 넘게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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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10-30 17:40 | 조회 : 400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