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여름이니까

“세리야, 넌 여름이면 뭘 해야 한다고 생각해?”
“엥? 갑자기?”
“어.”
“음… 여름이면 아무래도 워터 파크나 바다를 가야지!”
“그래?”
“응!”
“주혜 넌?”
“나? 난 로드샵 가서 여름에 쓸 화장품이나 입을 여름 옷들 쇼핑하지. 근데 그건 갑자기 왜?"

주혜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날 흘겨봤다. 그 눈빛에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죄를 지은 거 마냥 어깨가 위축되는 기분이었다.

"별 건 아니고... 내가 한국에서는 여름에 뭘 하는 지 모르니까..."
"그럼 프랑스에선 뭐 하는데?"
"대부분 바다에 가거나 파리나 니스에서 하는 여름 축제에 참여하지."
"뭐야, 한국이랑 비슷한데?"
"그치? 한국 오면 뭔가 많이 달라질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그래도 프랑스에서는 여름이 길다 보니까 솔직히 여름이 왔다고 새롭게 뭘 하거나 그런 건 아니었어."
"으... 여름이 긴 건 완전 질색이야."

세리가 인상을 찌푸리며 입술을 오리처럼 쭉 내밀었다. 세리랑 주혜와 어느 정도 걷다 보니까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아, 덥다!"

내가 짜증 난다는 식으로 크게 소리 지르자 세리와 주혜가 놀라 흠칫했다. 이렇게 더우면 가다가 열사병 걸려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잠시 걸음을 멈춰 머리를 쥐어 짜 고민했다. 그러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 여기서 내 집은 해봤자 10분이 안 걸릴 것이다. 집에서 에어컨을 키고 마라탕을 같이 먹는 것이다! 너무 좋은 생각인 거 같아!

"세리야, 주혜야."
"응? 왜?"
"여기서 우리 집 10분도 안 걸리는데 우리 집 가서 에어컨 틀어 놓고 마라탕 먹을까?"
"헐 정말? 좋아!"

세리는 너무 좋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에 반해 주혜는 어찌할 줄 모르며 미안해 했다.

"하엘아, 난 안될 거 같은데..?"
"왜? 아직 시간도 7시 밖에 안됐는데?"
"아, 나 8시 통금이야."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다음엔 더 일찍 만나서 놀자."
"응! 나 먼저 갈게."
"잘 가!"

주혜가 뒤를 돌아 가자 세리는 내 손을 잡고 한 손에 들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빨아 먹고는 가자! 라며 소리 쳤다. 친구들이랑 함께 내 집에 가는 건 처음이라 심장이 두근두근 요동쳤다.

*

나는 어릴 때 프랑스 낭트에서 살고 있던 때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했었다. 그 애들이 나를 따돌린 이유는 그저 내가 공부를 못하고 뚱뚱해서 였다. 그 이유를 몰랐을 땐 그 애들이 왜 괴롭히는지도 몰라 답답했다. 그러다가 나에게 조금은 호의적이었던 애에게 조심스레 물어보니 내가 뚱뚱해서 일거라 알려주었다. 그 이후로 나는 평소에 잘 먹지도 않던 채소를 먹고 헬스장을 등록해 죽도록 다이어트를 하고 잠 잘 시간이 겨우 3시간이 되도록, 코에서 코피가 나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공부했다. 덕분에 전교 몇 등까지 들진 못했지만 그래도 평균에서 조금 위의 실력이 되었다. 그리고 살도 꽤 많이 빠져 누가 뚱뚱하다 고는 못할 만하게 되었다.

내가 살이 빠져 예뻐지고 공부도 잘하게 되자 날 괴롭히던 애들은 내게 붙기 시작했다.
''''''''그땐 내가 미안했어.''''''''
''''''''악의로 그런 건 아니라 그냥 친구끼리 장난친 거야.''''''''
''''''''너 그렇게 속 좁은 애 아니잖아.''''''''
식의 말들이 내 주변을 맴돌았다. 그 애들은 자존심은 버리고 내 옆에 붙어 온갖 아양을 떨었다. 덕분에 괴롭히는 애들은 사라졌지만 귀찮게 구는 애들도 대거 생겨버렸다.

하지만 내가 완벽해졌다고 생각할 때 즈음 부작용이 나타났다.
''''''''더, 더 빼야 해.''''''''
거식증이 생긴 것만 같이 음식을 먹으면 토를 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어느 정도 괜찮아 지고 집에 러닝 머신을 들이고 나서 헬스장을 끊고 식단 관리를 안 하자 살이 조금씩 찌기 시작했다. 처음엔 1kg 정도 쪄서 별 감흥이 없었지만 점점 쪄가며 손에 잡히는 뱃살을 보자 자동으로 러닝 머신 위에 올라가게 되었다. 점점 입맛은 없어지고 손에 잡히는 먹을 건 물과 채소, 과일 뿐이었다. 부모님도 내가 심각해 보이셨는지 내게 음식을 권유 하셨지만 입에 들어가지 않았다. 어찌하여 입에 들어갔다 해도 다시 토를 하기 일쑤였다.

''''''''설마 다이어트약 때문인가?''''''''

점점 약에 의존을 해가던 내가 점점 괜찮아진다 싶었던 건 프랑스에서 내게 가식 없이 다가와 줬던 한국인 유학생인 아이 덕분이었다. 그 애가 내 집에 한 번 놀러 왔을 때 탁상 위에 올려진 수 많은 다이어트 약 통과 정신과 약을 보고는 경악을 했다. 나는 그 애가 날 다시 떠나겠다 싶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그 애는 내가 괜찮아질 수 있게 옆에서 도와주었고 그에 힘 입어 나도 거식증을 벗어났다. 그 애는 내가 거식증을 치료하고 4달 만에 한국으로 돌아갔다.

''''고맙다고 하고 싶었는데...''''

지금 그 애는 어딨을까?

#인소_감성 #하이틴 #로맨스 #학원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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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08-18 13:42 | 조회 : 472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