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가 지겨워서

그러니까,
난 그냥 죽고싶다.

이렇게 빨리 인정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생각보단 아무렇지도 않고 덤덤하다.

다 지긋지긋하다.

좋아하던 노래가 질렸다.
가사가 너무 예뻐서, 멜로디가 나른하게 좋아서 질릴 줄을 모르고 들었다.
다른 노래를 들을 생각도 못하고 이어폰을 귀에 꼈다.
혼자서만 조용히, 다른 소음이 섞이지 않게 듣고 싶었다.
언제까지도 좋아할 줄 알았는데, 이젠 지겹다.

먹는 게 질렸다.
단 것을 그렇게 좋아했는데, 이젠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다.
입 안이 텁텁하고 목이 막히는 기분이다.
속이 울렁거린다.
그럼에도 습관처럼 입에다 밀어 넣는다.

몸무게는 늘었고 인스타 팔로워 수는 줄었다.
모든 게 절망스럽다, 지겹다.

이젠 내가 뭘 하든 곧 질릴 게 두렵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고 왜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이젠 친구들도 질린다.
왜 너는, 왜 나에게 네 자해시도를 공유하려 드는데?
왜 너는, 내 감정은 생각하지 않아? 난 그냥 네가 싫어.
왜 너는, 왜 그렇게 아직까지 날 좋아해줘?
왜, 왜, 왜.
이젠 다 싫다.
단점만 보이고 처음의 그 이유없는 호의감 같은 게 남아있질 않았다.
웃으며 들어주고 받아주는 것도 질린다.
내 시간이 필요한데, 난 그냥 인생에서 아무것도 아닌 애들에게 버림받을 게 두려워 그저 휩쓸려다닌다, 주관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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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03-23 11:13 | 조회 : 550 목록
작가의 말
sta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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