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카밀라의 죽음 (1)

"하... 왜 아직도 카밀라에게 서신이 오지 않는건가..."

카밀라에게서 서신이 오지 않은지 벌써 2주 째다. 점점 카밀라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카틀로우님, 제가 카밀라님께 다녀올까요..?"
"내가 가진 못하는 건가?"
"오늘은 맨로티 가문의 후작과의 만남이 있습니다. 맨로티 가문이 저희 사업 자원의 주체다 보니... 아마 오늘은 힘들 거 같습니다."
"..."
"죄송합니다..."
"혹시 오늘 칼럼의 스케줄 또한 말해줄 수 있는가?"
"오늘 칼럼 공작님의 스케줄은 딱히 없습니다."
"그럼 칼럼에게 내가 카밀라에게 간다고 하진 말고 맨로티 후작과 만남을 가지라고 해라."
"아... 네."

*

"형이 그랬다고?"

형은 절대 자신의 일을 남에게 넘기지 않는다. 특히 지금 중요한 맨로티 후작과의 만남인데...

"...일단 알겠네. 맨로티 후작에게 이 소식을 전해주게."
"네."

이상하네, 형이 맨로티 가문과의 약속을 어기다니... 뭐... 이게 나한텐 더 잘된 일이지만.

"나야 이득이지, 형이 맨로티 후작과 만나지 못한다면 카틀로우 가문에서 내 입지만 굳는 거니까."

*

카밀라가 머물고 있는 에뜨왈에 도착했다.
에뜨왈 앞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고 언제나 정돈되어 있던 나무와 화분 역시 자기 멋대로 자라 울퉁불퉁하고 보기에 좋지 않았다.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 두려웠다.

똑똑똑

"카밀라, 혹시 안에 있나?"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문고리를 잡아 돌리니 가게 문이 열렸다. 가게 안도 가게 테이블엔 먼지가 쌓여있고 언제나 그녀가 앉아있던 카운터엔 아무도 없었다. 카운터 한 곳에 있는 오래된 와인잔에는 날파리가 죽어 둥둥 떠있었다.

"윽..."

악취도 굉장히 심했다.

"카밀라!"

방문을 주먹으로 쿵쿵치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 방 앞에 있다보니 아까부터 나던 악취가 방에서 나고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방문을 열려고 문고리를 돌렸지만 열리지 않았다.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긴걸까?

"카밀라! 있으면 대답 좀 해!"

고요한 가게 속 나의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하... 어쩔 수 없지..."

방문을 발로 쾅쾅 치며 열려 했다. 안 쪽에서 판자를 덧댄 건지 잘 열리지 않았다. 발로 문을 차고 몸을 던져 방문을 열려 시도했다.

"윽! 왜 이렇게 안 열려..."

그러다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열렸다.

끼이익...

밖에서 맡았던 악취보다 10배는 심한 악취가 확 풍겼다. 곰팡이 냄새에 술 냄새, 피 냄새가 섞인 정말 끔찍한 악취였다.

"이게 무슨 냄새..."

방안에는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옷가지들과 이미 썩어버린 과일들, 그리고 바닥에서 흐르고 있는 썩은물이 있었다. 이것들이 악취를 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카밀..."

아.

내 눈 앞에는 믿기 힘든 장면이 펼쳐졌다. 익숙한 머리카락에 손가락, 얼굴. 카밀라다.

"... 카... 카밀라?"

카밀라는 침대에 눕혀져 있는 채로 입가에는 핏자국이, 피부는 썩어가고 있었다. 그 전의 아름다운 카밀라의 눈동자는 생기를 잃은 지 오래고, 머리카락은 반이 뽑혀져 있었다.

"아아..."

내가 알던 카밀라는 이런 모습이 아니다. 숱이 많고 풍성한 단발에 빛나는 눈동자, 주름 하나없이 매끈한 손과 피부가 내가 알던 카밀라인데...

이건 아니다.

"아니야... 아닐거야... 이, 이건... 아... 이건..."

목에 뭔가가 걸린 것만 같이 답답하고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내 눈앞의 광경이 믿기지 않았다. 이건 꿈일 거라 생각하며 볼을 꼬집어 봤지만... 이건 현실이다.

"안돼... 이러면... 안되는 거잖아..."

그녀의 안전을 위해 그녀와 헤어졌는데... 그녀를 모른 척 했는데...

"아... 아...!"

이건 어디서 본 적이 있다.

"아아아!!"

전염병.

"아악! 카, 카밀라! 카밀라!!!"

하늘을 향해 소리치며 가슴을 부여 잡았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가슴이 시린듯이 아프다. 그녀를 위해 떠났는데... 그랬는데... 그녀는 내게 이런 모습을 보이며 죽었다.

"아... 아악!"

가슴을 부여 잡으며 울부짖었다. 그녀를 위해... 그녀를 위해... 떠난 건데... 내가 내 손으로 떠나보냈다 생각한 그녀는 이미 날 떠난 지 오래였다.

"안돼... 안됀다고! 내가, 내가 왜 카밀라를 떠났는데... 이런꼴을 당할까 두려워... 그녀를 보낸 건데..."

전부 다 물거품이 되었다.

*

도착한 에뜨왈에는 아밀론 카틀로우가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벌써 발견한 건가?"

아밀론이 울부짖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
"프뢸리히 공녀, 그래도 너무 잔인한 거 아닌가?"
"그래도 재밌지 않나? 그가 이제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않은건가."
"뭐...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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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11-22 18:43 | 조회 : 344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