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사랑이 뭔지

하…

요즘 따라 고민이 많아졌다. 카밀라는 어떤지, 왜 칼럼에게 서신이 도착 안 하는지…

"카틀로우님, 도와 드릴 게 있을까요?"
"아니다, 그냥 나가주면 좋겠군."
"아... 네..."
"...아, 잠시만."
"네?"
"혹시 요즘 왜 칼럼에게 서신도 도착 안 하고... 카밀라의 대한 소식도 오지 않는 건가?"
"아... 요즘 공작 님께서 국정 일도 보시고, 공작이 되신지 얼마 안되어서 바쁘시다 들었습니다."

카밀라의 소식도 전해주지 못할 정도로 바쁘단 말인가...

*

“글쎄... 곧 끝날 거 같긴 한데... 그래도 이대로 지켜보는 게 좋을 거 같네.”

계속되는 시위에 요즘 따라 일도 많아진다. 내 저택은 숲 속 깊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시위에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궁전 근처인 시내에 위치한 귀족들의 저택은 이미 폭격을 맞은 지 오래... 이러다가 겁 대가리를 상실한 귀족이 내 저택의 위치를 분 순간, 나도 끝이다.

“별 것도 아닌 것들이 발버둥을 치는군.”
“아니, 저러다가 왕궁까지 폭격을 당한다면 우린 끝이야.”

카틀로우 공작이 날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다시 한 번 느끼지만 자기 형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아밀론은 눈에서 살기가 느껴질 때가 많아도 그걸 정말 실행시키진 못할 사람이지만, 카틀로우 공작은 다르다. 공작은 언제 봐도 쎄하다. 쎄한 분위기가 사라 지질 않는다.

“그거 아나, 공작?”
“뭐지?”
“너 되게 아밀론이랑 닮은 거.”
“뭐?”

공작이 테이블을 쾅 치고 날 노려봤다. 그러고는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짓을 알았는지 다시 의자에 앉았다. 아, 알았다.

“왜 그렇게 과민 반응인가, 난 좋아할 줄 알았더만.”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모르겠군, 나는 그저 형을 과소 평가 하는 게 화가 나...”
“뭐... 그렇다 치겠네.”

그의 말을 끊어버리고 그의 앞에 앉아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아, 차가 아니라 술이었지.

"아, 차인 줄 알았는데."
"그런 반응은 처음 보는군."
"그런가?"

느껴진다.

"그런데..."

아, 그렇구나.

"그대는 아밀론 공작을"

왜 그런지

"왜 따라하는 거지?"

알 거 같아.

"뭐?"
"그대의 행동에서 다 느껴져. 말투부터 행동까지. 심지어 아밀론 공작이 자리에 앉을 때 구두의 코를 바닥에 두드리고 앉는 것까지."
"..."
"아밀론 공작을 따라하는 게 좋은 건가?"

그의 표정이 심각하게 어두워졌다.

"그건 아니네만..."
"그럼..."
"내가 공작이 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렇다네. 그렇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그래서 형의 말투나 행동을 따라하는 거라네. 그러니 너무 나쁘게만 보진 않았음 좋겠군."
"하?"

그렇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

"그대는 참... 거짓말을 재밌게 잘 쳐."
"뭐라 했나?"
"아니네."

*

기침이 멈추지를 않는다. 아파. 아파. 심장이 타 들어 가는 거 같아.

"아아... 아파..."

문은 밖에서 잠겼는지 열리지도 않는다. 창문은 나무 판자로 막혀있고 조금의 식량만 있을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있지 않았다. 기침을 할 때마다 입에선 피가 쏟아진다. 검붉은 피가 내 하얀 원피스를 적셨다. 원피스가 새빨갛게 변해갔다.

"제발... 누가 나 좀 살려줘... 너무... 아파..."

고통을 견디기 위해 손끝을 물어 뜯었다. 손톱을 잘근잘근 씹다 보니 손 끝에선 이미 상처가 나 피가 흐르고 있었다. 피는 이제 너무 지긋지긋하다. 피부는 점점 말라간다.

"아아... 아악!! 아파... 아프다고... 제발..."

물을 미친 듯이 마셨다. 속에서 갈증이 끊이질 않는다. 너무 아파...

제발 누가 좀 도와줘...

"제발... 누가 좀..."

눈이 점점 감겨갔다. 눈을 뜨고 싶은데... 눈을 뜨면 더 아플까... 더 고통스러울까 무섭다.

눈을 서서히 감자 앞에 누군가가 보인다.


아밀론 공작


신도 참 무심하시지. 이토록 아픈데... 날 상처 주고 간 남자가 가장 먼저 떠오르다니...
그와 함께 했던 모든 날들이... 정말 아름다운데... 아직 그와의 진심 또한 나누지 못했는데... 그가 날 버린 건 나의 오해가 아니었을까...

두 번째로 떠오르는 사람은 칼럼이었다.

날 버리고 떠난 사람이다. 내가 아픈데도 날 죽을 때 조차 세상 빛을 보지 못하게 막아두고 아밀론 공작에게 버림받고 가장 믿었는데...

내가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 당한 기분을 뼈 저리게 느꼈다.

정말 그를 다시 만났을 때 정말 행복했는데... 반가웠는데...

그에게 버림받고 느끼고, 생각했다.


다시는 그 반가움에 속지 않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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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10-22 15:38 | 조회 : 342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