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시위

"이거 예쁘다! 그치?"
"어, 예쁘네."

그녀는 연보라색에 프릴과 작은 사파이어가 가슴팍에 하나 달려있는 드레스를 입어 보려 했다.

"입어봐도 되죠?"
"당연하죠, 근데 이 드레스가 소화하기 굉장히 힘들어요."

직원은 카밀라를 내려보듯이 비웃으며 얘기했다. 카밀라는 화가 난 건지 드래스를 들어 탈의실로 갔다. 솔직히 그 드레스가 굉장히 화려하고 색이 밝았던 탓에 피부가 하얀 카밀라도 소화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직원이 이렇게 대놓고 이럴 줄은 몰랐다. 그녀의 행색이 귀족같지 아니어서 그런가.

모든 사람이 그렇지 뭐, 같잖은 평민들은 자신이 무시할 사람이 없자 자기보다 더 낮은 사람들을 깎아내린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지. 지금이야 신분 제도가 조금씩 흐려지고 있지만 그로 인해 평민들의 지위가 너무나 높아졌다. 지금은... 우리 같은 귀족이 평민들을 누를 때야.

정말, 평민들은 신분제도를 비판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지금은 군인들과 경찰들이 시위를 무력으로 제압하고 있다. 난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정말 멍청한 이들만 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번 진압은 나도 지지하는 바이다.

전염병이 퍼지고 왕실과 귀족의 약해진 지위, 평민들의 높아진 지위와 쇠퇴하고 있는 나라. 다른 나라들이 산업혁명을 펼치고 있을 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나라. 그게 지금 우리의 사회다.

''''아, 그러고보니 진압군에게 지원금을 전달했던가?''''

아침에 하녀에게 지원금 전달을 요청했긴 했지만 솔직히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렇게 지원금을 지원군에 계속 전달하는 걸 시위대가 알면 시위대는 귀족들에 대한 반감이 계속 커질 것이다. 몰래 지원금을 전달하면서 시위대를 없애는 게 좋은 방법일 것이다.

"쨘! 어때?"

그녀가 어느새에 다 갈아입었는지 드레스를 만지작 거리며 내게 감상평을 물어봤다.

"응, 잘 어울리네."
"그치?"

그러다 밖에서 요란스러운 소음이 들렸다. 자세히 보자 시위대가 지나다니는 소리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압군이 왔고 사람들의 비명 소리와 욕 소리, 총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마자 밖의 상황을 보더니 가게 밖으로 뛰쳐나갔다. 갑자기 그녀가 뛰쳐나가자 당황하여 나 또한 따라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쓰러진 시위대로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를 부축했다. 그러고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날 발견하자 도와달라 소리쳤다. 총알이 날아다니는데도 불구하고 내 쪽으로 걸어왔다.

"도와줘...요!"

그녀는 아마 시위대의 편인 것만 같다. 나와 그녀는 이런 부분에서 반대인 것인가?

그녀가 부축해 온 아이를 다시 부축하여 근처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그 여자 아이는 진압군의 총격에 맞은 것 같았다. 병원비를 미리 내고 그녀와 여자아이를 두고 병원을 나와버렸다. 그녀가 정말 흥미롭고 좋긴 하지만 이런 부분에서 서로 갈린다면... 계속 만나기 힘들 것이다. 나 또한 이렇게 만나는 걸 원하지 않고 그녀도 이런 날 본다면 실망할 것이다.

''하... 내일 파티에서 카밀라에게 말해야 할까...''

이대로 계속 만나가는 건 언제 무너질 지 모르는 모래성이나 다름 없지. 그녀에게도, 나에게도 좋은 방향을 고민한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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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05-27 21:20 | 조회 : 467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