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MISS

"엄마, 괜찮아? 내가 약 좀 의사한테 받아왔는데... 엄마 꼭 챙겨 먹어."

리아첼은 떨리는 손으로 서랍 위에 약 봉투를 올려두었다.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전염병의 소식이 리아첼을 떨게 했다. 혹시나 엄마가 전염병에 걸린 건 아니겠지 하며. 이미 주변에서도 전염병 환자가 수두룩 하다. 이걸 공녀님께 말했다가는 그대로 해고될 게 뻔했다. 아직 숨기고 있긴 하지만... 들켰다간 정말 끝장이다.

자고 있는 엄마의 손을 잡고 쓰다듬다 방을 나왔다.

"절대로, 절대 들켜선 안돼..."

"정말 돈도 다 떨어졌고 이랬다간 갚기도 힘들다고..."

유리컵에 미지근한 물을 반 정도 담고 앤에게 받은 가루를 한 가득 뿌렸다. 물이 뿌예졌다가 다시 투명해졌다.

"엄마... 진짜 내가 미안해..."

*

"음? 뭐라고?"

다른 것에 한 눈을 판 나머지 그녀의 말을 듣지 못했다.

"아, 아니에요."

그녀는 한숨을 푹 쉬다가 침대에 걸터 앉았다. 계속 서있기에는 뻘쭘해서 의자에 앉아 창문을 바라보았다.

"담배 펴요?"

그녀가 물었다. 그녀는 서랍에서 시가 담배 한 갑과 라이터를 꺼냈다.

"응, 펴."

그녀는 의외라는 듯 눈을 토끼처럼 크게 떴다. 그녀의 눈 밑 점이 눈에 띄었다. 굉장히 매력적인 점이었다. 그녀는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나에게 주고는 자기도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나도 그녀를 따라 입에 물자 그녀는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

담배를 훅 빨아들이자 담배 연기가 기분 좋게 몸 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온 몸이 나른해지며 살살 녹아가는 기분이였다.

그녀도 창문 옆에 등을 기대고 서서 담배 연기를 빨아들인 뒤, 훅 뱉었다.

"너도 담배 펴?"
"응, 당연하지. 바에서 일할 때 골초를 좋아하는 놈들이 많더라?"
"음, 그래?"

방 안에 점점 담배 연기가 자욱하게 차여갔다. 해무 같이 얕게 낀 안개는 몽환적인 느낌을 절로 냈다. 그녀가 창문을 열자 연기가 확 빠져나갔다. 그녀는 담뱃재에 담배를 껐고 나도 담뱃재에 담배를 껐다. 그러고 그녀를 따라 방을 나왔다.

"이제 갈거야?"
"응, 이제 가야지?"
"으응, 그럼 언제 올거야?"
"음... 아마 이틀 후에 올거야."
"이틀 후? 내일은 못 와?"
"응, 내일은 꼭 참여해야 하는 파티가 있거든."
"파티?"

그녀는 갑자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왜, 너도 가고 싶어?"
"난 귀족도 아닌데 어떻게 가..."

그녀는 어깨가 축 늘여진 채, 실망하고 있었다.

"그 파티는 너도 갈 수 있어, 서민들도 참가하는 파티거든."
"정말? 나도... 갈 수 있어?"
"응, 오고 싶으면 와."
"응, 갈래!"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볼에 연한 홍조를 띄었다. 고양이 같다고 느꼈던 그녀는 지금은 오히려 토끼 같았다. 이렇게 기뻐하는 그녀를 보자 웃음이 새어 나왔다. 늘 이런 모습이라면 얼마든지 파티에 데려갈 수 있을 거 같다.

"근데 너 입을 만 한 드레스는 있어?"
"음, 아니. 전혀. 다 바에서 일할 때 입은 옷이야."
"그럼 같이 레이셰를 (유명 여성 드레스 판매점)로 갈래?"
"레이셰를..? 그 말로만 듣던? 근데 나 그 드레스 살 돈 없는데?"
"내가 사줄거야. 걱정 마. 너가 원하는 거 뭐든 사줄게."
"정말이지? 나 진짜 다 고른다?"
"얼마든지."

그녀는 신난 채 방에 들어가 흰 원피스와 아이보리 색 블레이저와 검은 하이힐을 신고 밖으로 하이힐 소리를 내며 경쾌하게 걸어갔다. 곧 자신에게 닥칠 일도 모를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생각 할 수록 심장이 고동쳤고 호흡이 빨라지며 흥분되었다. 난 당신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정말 너무 궁금해. 언제나 오늘만 같은 날이 가득하길 신에게 잠시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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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05-21 23:45 | 조회 : 498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