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너, 질투에 찌든거야?

(라디오)
"영국 런던 빈민가 인근에서부터 전염병 하나가 유행하고 있다 합니다. 그 전염병은 페네플리오 바이러스로 증상은 고열과 구토, 두통과 잦은 어지럼증이라고 합니다. 중증까지 가는 경우 천식이 동반될 수 있으며 중증에서는 증상이 굉장히 강하다고 하며 심할 경우엔 쇼크사까지 갈 수 있는 전염병이라 합니다. 왕실에선 병이 발생한 빈민가를 통제하고 봉쇄했으며 이로 인해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이게 무슨 일이람..."
"그러게요, 리아첼의 부모님께서도 설마 그 전염병에 걸린 건 아니겠죠?"
"설마..."

리아첼이 빈민가 근처로 간지 이틀 째다. 지금 즈음이면 이미 도착했을 터, 어머니와 잠시 머물다가 오면 이틀 정도 뒤면 돌아오겠군.

"그런데 공녀님, 헤드날렌이란 사람이 신문에 자주 언급되던데 누군지 아나요?"
"헤드날렌이 아니라 헤드리날렌이야. 그 사람이 페네플리오를 발견한 궁중 의사야."
"그 사람이요? 박사도 아니고 의사가요?"

집 밖을 나가지 않은지 꽤 지난 느낌이다. 부모님과 하인들은 내가 걱정이 되는 건지 나가지 말라 당부하지만 어떻게 사람이 햇빛도 안 보고, 바깥 바람 한 번 안 쐬고 살 수 있겠나...

"음... 헬린? 이제 그 일이 있었던지 꽤 지나기도 했고, 이제 햇빛도 쐬고... 그러고 싶은데 밖에 나가보는 거 어떨까?"
"네? 저야... 공녀님께서 드디어 밖에 나가실 수 있다면 좋죠. 하지만 공작님과 공작부인께서 허락하시지 않을걸요?"
"하... 그런가..? 그래도 혹시 모르니 물어는 봐야지. 헬린, 가서 조심스럽게 물어보고 오렴. 무조건 내가 밖에 나가고 싶어 한다는 말도 덧붙여."
"아... 네."

헬린이 밖에 나가고 커튼을 걷고 창문을 활짝 열었다.

"이제 나와도 돼."

그렇게 얘기하자 수풀에 숨어 있던 니콜라이 윌슨 후작이 정체를 드러냈다. 그는 잎사귀에 덮힌 머리를 손으로 잠시 털고서는 주머니에 손을 꽂아넣고 날 바라보았다.

"프뢸리히 공녀, 지금... 괜찮은가?"
"뭐... 덕분이지."

그는 내 눈을 피하려 들었다.

"본론만 말할게. 그대가 그 청부업자에게 날 죽이라고 청부한 거지?"
"음... 그렇지."
"정말 미쳤군, 후작이 주제에 공녀를 죽이려 드는가?"
"뭐... 이런 일 흔하지 않나?"
"그렇긴 하지만 겨우 후작이 공녀를 죽이려 한다? 황가가 들으면 아주 난리가 나겠군."

그는 잔디에 주저 앉아 머리카락을 쥐어 뜯으며 한숨을 푹 쉬었다. 그는 괴로운 건지 악을 지르기도 했다.

"많이 힘든 가 보네? 뭐... 당신이 힘들든 아니든 이제 내 상관은 아니지, 그래?"
"됐어, 이제 드디어 밖으로 나갈 건 가봐?"
"응, 그럴건데... 같이 나가기라도 하고 싶은건가?"
"그 청부업자는 아직도 그대를 죽이려 들건데... 나야 그 부탁이 끝났지만 남은 공작은 아니여서 말이야."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씨익 웃었다. 그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다. 턱을 괴고는 그를 바라보자 그가 반 쯤 풀린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리아첼이 들어왔다. 그에게 손으로 2와 아래를 나타내고는 창문을 쾅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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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05-09 21:45 | 조회 : 640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