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뭘 숨기는 거야?

"하, 진짜 망한 거 같은데 어떡하냐..."

어제 봤던 책상, 서랍, 의자 그리고 침대까지. 모든 게 어제 보았던 풍경과 다를 바 없었다. 그리고 옆에 누워 태평히 자고 있는 카밀라까지도.

다행히 바지는 입고 있다, 그럼 속도위반은 아니란 소리일 것 이다. 아마도..?

"흐읍! 잘 잤어요?"
"아! 깜짝이야!"

놀란 채, 뒤를 보자 그녀가 정돈되지 않은 머리로 기지개를 피고 있었다.

"굿모닝~"

그녀는 일어나 커튼을 확 열고는 서랍 위에 올려져 있는 위스키가 조금 담겨진 컵에 물을 따라 들이켰다. 그러고는 서랍을 열어 빗을 꺼내고는 머리를 빗기 시작했다.

"먼저 씼을래요?"
"어? 어... 먼저 씼을게."
"나가서 오른쪽으로 쭉 직진, 그러면 샤워실 있을거에요."

바닥에 떨어져 있는 셔츠와 블레이저를 챙기고 방을 나왔다. 아침이라 그런지 술집은 문을 닫았고 술 냄새도 어느정도 빠졌다. 카밀라가 알려준 길로 가자 샤워실이 나왔다. 샤워실은 곳곳에 곰팡이가 핀 채, 녹슬어 있는 샤워기가 달려 있었다. 그래도 씻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옷을 벗어 벽에 걸린 옷걸이에 걸어놓고 거울을 보았다. 아직 옆구리와 아랫배에 흉터가 크게 남아있다. 세면대 위에 널려 있는 일회용 칫솔의 비닐 포장을 뜯고 치약을 아무렇게나 짜고 입에 물었다. 2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빠르게 양치를 끝내고 샤워기에 물을 틀어 그 차가운 물에 몸을 가뒀다. 가슴에 떨어지는 차가운 물 방울 때문에 몸이 움찔거렸다. 머리를 감고 샤워까지 한 후, 수건으로 머리를 대충 털어 샤워실에서 나왔다. 습한 공기가 날 덮쳐왔다.

"다 씻었어요?"

그녀가 샤워 가운을 걸치고 샤워실 앞에 서있었다.

"어, 너도 씻을거냐?"
"그럴건데요, 그... 나 씻고 나와서 할 얘기 있으니까 가지 말고 방 안에 있어요. 알겠죠?"
"뭐... 알겠어."

방 안에 들어가자 찌든 술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창문을 활짝 열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한 눈에 보였다. 방에서 나와 주방에서 커피를 끓여 컵에 따라 방으로 들고 왔다. 오랜만에 보는 시장 바닥 풍경이다. 어릴 때는 분명 이런 곳에서 신분 신경 쓰지 않고 어디서 온지도 모를 아이들과 태양이 지평선에 걸릴 때까지 놀기도 했었다. 김이 나고 있는 뜨거운 커피를 들이키자 차갑게 식었던 몸이 살살 녹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침대 아래 놓인 무언가를 발견했다. 침대 아래를 보기 위해 몸을 숙이자

"안돼요!"

그녀가 내게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소리침에 놀라 몸을 일으켜 그녀를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그녀는 내게 다가와 삐쭉 튀어나와 있던 물건을 침대 아래로 다시 집어넣고는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커피를 마셨다. 그녀는 화가 난 채, 날 째려보았다.

"내 물건은 왜 보려는 거에요?"
"아, 미안. 난 그냥 쓰레기인 줄 알고 버리려고 했지."
"됐어요, 이 방에 있는 물건은 웬만해서는 만지지 말아요."
"알겠어, 그런데 그 물건이 뭐길래 이렇게 보여주기 싫어하는 거야?"
"있어요... 아무튼 내 비밀 물건이니까 절대 만지지 마요."

ⓒ 2022. 이멷 All Rights Reserved.

0
이번 화 신고 2022-05-04 21:53 | 조회 : 491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