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소녀가 마주한 변수는

"먼저 들어가십시오."

정중하게 문을 열어주는 사람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인사를 하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전체적으로 붉은 느낌.
동양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이 건물은 결코 작지도, 그렇다고 해서 소박하지도 않은 곳이었다.
벽에는 화려한 무늬가 가득하고 때때로 금빛도 보였다.
가구는 말 그대로 고급스러웠으며, 건물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그야말로,

"와아…"

탄성이 절로 터져나오는 곳.
이런 곳은 처음이었다.

"앉으시죠."
"아, 감사합니다."

흘러내리는 머리를 습관적으로 귀 뒤로 넘기며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 앞의 소파는 푹신하고, 따뜻했다.
비에 조금 젖어서일까, 몸이 평소보다도 더 차가웠다.

"수건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마실 것은 뭘로 하시겠습니까?"
"괜찮아요."

예정에도 없던 갑작스러운 방문, 그것도 처음 보는 사람.
이 이상 폐를 끼친다면 안 될 것 같았다.

집 주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수건을 가져오겠다며 어딘가로 갔다.

웬만한 것들이 해결되고 나니 긴장이 풀렸다.
좋지 않은 몸 상태로 걸어다녔고, 거기에 비까지 맞았으니 피곤할 법도 했다.

꼿꼿하게 세우고 있던 허리를 뒤로 기울여 조금 편하게 앉았다.
급격하게 떨어진 듯 했던 체온이 조금씩 다시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노곤노곤, 나른해지는 기분에 살짝 눈을 감아보았다.

'잠시 피로만 풀면 괜찮겠지.'

폭, 몸을 소파에 완전히 기댔다.


"수건 가져왔습니다."
"...아,"

깜빡 잠들었다.

"감사합니다."

흰 수건을 받아들고는 살짝 축축한 머리를 문질렀다.
근처에 있는 집주인이 수건 사이로 보였다.

빛 아래서 보니 나를 도와준 사람의 얼굴은 조금 앳된 남자였다.
사실, 앳되다 못해 거의 어린아이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작은 키에?중성적인 목소리.
남자일거라고도, 여자일거라고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정신없는 채로 어두운 곳에서 마주했으니, 제대로 모습을 보는 건 지금이 처음이다.

한복인 듯 하면서도 아닌 듯한 특이한 복장.
확실히 흔히 볼 수 있는 옷은 아니다.
하늘거리는 천으로 되어 있는 옷의 상의에는 저고리에 있는 것과 비슷한 옷고름이 매여있었고,손목과 발목 부근은 흰 색의 가는 천으로 감겨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참을 멍하게 남자를 관찰하고 있다가 남자가 뭐라 말하는 것을 놓쳐버렸다.

"네?"
"아까 어쩌다가 거기 계셨냐고 물었습니다."

내가 왜 여기 있을까.
내가 예상한 결과는 단 두 가지였는데 말이다.

첫째, 병원.
이미 여러 번 들어갔다가 나온 곳.이유는 얼마 전 나의 행동과 같다.

둘째, 끝.
말 그대로 내 인생 자체가 끝나버리는 것.다시 말해서 죽는 것.

이곳은, 나에게 있어서 변수다.
예상하지 못한 것.

순탄하게 흘러가다 멈추려 한 시곗바늘.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멈추려고 했는데 왜 할 수 없는걸까.
시계가 멈추기 잠시 전,어느 사람이 다가와 시계의 건전지를 갈아끼운다.
이전의 것과는 다른 종류의 건전지를.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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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2-05 20:22 | 조회 : 1,652 목록
작가의 말
상자 속 작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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