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소녀는 처음 보는 사람을 쫓아갔다.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고작해봐야 병원이겠지, 싶었는데 그런 곳이 아니었다.

하얀 천과 병원 특유의 냄새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지만, 이곳은?어두웠고, 칙칙했고, 섬뜩했다.
다 찢어져 누더기가 되어버린, 전에는 하얀색이었을 천이 군데군데 걸려있고 이미 칙칙하게 변해버린 색의 풀들이 바닥에 뿌리 내리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시원하지도 않은 공기.
그 안에서 왠지 모를 찜찜함이 느껴졌다.

큰 길로 나가면 사람이 있을까 싶어 걸음을 옮겼다.?
몸 이곳저곳이 욱씬거렸고, 손발이 무척이나 찼다.
바다로 뛰어내렸던 것의 부작용이겠지, 생각하고는 오늘 날짜가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했다.

분명 하루 이틀만에 이렇게까지 회복했을리는 없다.
못 되어도 몇 주, 심하면 몇 년일 수 도 있다.
생각이 깊어지면 깊어질 수 록, 이곳에 대한 궁금증도 커져만 갔다.

'이곳은 어디인가'라는 단순한 것에서부터 꼬리를 물고
'여기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하는 추측에서 비롯된 것까지.

궁금한 것은 많았으나 대답해 줄 만한 사람은 없는 그 때, 인기척이 들렸다.

가벼운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작은 키의 사람이 서 있었다.

"저기,"

그 사람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날씨가 우중충해서 그런지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았다.

"여기가 어디인지 알 수 있을까요?"
"………?."

뭐라고 입을 달싹인 것도 같았지만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혹시 못 들은 걸까, 싶어 다시 한 번 물어보았다.

"혹시 여기가 어디인지 아세요?"
"………?."

대답이 없는 사람을 상대로 세 번째 물어보기도 민망해 그만두었다.

'다른 사람도 있겠지.'

하늘이 어둡고 구름이 많이 낀 것이 조금 불안했다.
잠시 뒤에 비가 쏟아져 내려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느낌.
당연하게도, 우산이라던가 그 비슷한 것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일단은 비를 피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하고는 보다 말끔한 건물을 찾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이런 날씨에 폐가 같은 곳에 혼자 들어가 있는 것은 무서웠다.
이상하리만치 큰 건물이라고는 보이질 않고, 하나같이 다 작은 창고처럼 생겼다.

기분 탓일까,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는 것 같았다.
갈 곳 도 없는데 비에 쫄딱 맞아 감기라도 걸리면 어떡하나, 싶어 조금 빨리 걸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그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돌아다닐 필요 없이 그 사람에게 물어물어 갔더라면 비라도 피할 수 있었을텐데.
아까의 행동이 뒤늦게 후회되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아직까지 있을지?
이미 꽤 멀어져 버린 아까의 그 장소로 다시 발을 떼었다.
좋지 않은 몸으로 계속 걸어다녔던 것이 조금은 무리가 되었을까, 몸이 무거웠다.

'있다!'

아까의 그 폐허같은 곳 앞.
그 사람은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자꾸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비를 피할 곳이라도 좀 알려주세요."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괜찮아요!"
"그렇다면, 따라 오십시오."

이제야 겨우 얻어낸 대답.
그래도 '안 된다'는 것은 아니었기에 마음이 놓였다.
비록 친절하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어딘가 '실내' 같은 곳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니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처음 보는 사람의 뒤를 졸졸 쫓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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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2-05 20:22 | 조회 : 1,678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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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속 작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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