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화

6ㅎㅘ




마치 바람현장을 들킨듯한 착각에 빠질듯한 상황이 연출이 되었다.
나 뿐만이 아니라 맞은 편에 앉아있는 은호 형도 순간 당황한 듯 보였으니 더 이상은 말을 아끼도록 하겠다.

상황인지를 하고있는데, 갑자기 성 준이 달려오더니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러더니 한숨을 푹 쉬고는 은호 형과 잡고 있었던 내 손을 직접 풀어주고는 얘기했다.


"....아.."


은호 형이랑 손을 계속 잡고 있던 모습을 다 보여줬다고 생각하니 순간적으로 창피함이 몰려왔다.


"왜 여기있어?"
"...응?"
"피곤하다고 그랬잖아. 설이 너가 피곤하다고 그래서 우리들 내일 만나기로 한 거 아니었어?"
"어... 맞지?"
"근데 왜 여기에 있냐구"


정말로 실망한 듯 목소리를 낮추고 얘기하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서 진지하게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딱히 뭐라고 해줄말이 없어서,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자 성 준이 다시 한 번 더 물었다.


"응? 설아"
"...어.. 은호 형이 가자고 해서.. 너네는 어떻게 알았어?"

"아까 너가 뛰어가고 나서 백승호 휴대폰 때문에 반에 다시 들어갔는데, 백승호가 휴대폰을 들고 안 나오고 자기자리에서 그대로 서서 창문만 바라보고 있는데, 표정이 압권이었어."


내 질문에 김태겸이 말을 꺼냈다.


"...."
"그래서 우리도 가까이에 가서 확인하니까, 너가 어떤 사람이랑 같이 걸어가길래 빨리 준비해서 뛰어나왔어,"
"근데 그것만으로 여기있는지 어떻게 안거야?"
"...시내에서 놓쳐서.. 내가 전화했었잖아."


'전화야 했지만, 빙수집이 한 두개도 아닌데, 어떻게 알고 온거지?'

내 표정을 읽은 듯한 이도하가 갑자기 웃더니 내 의문에 대한 답을 풀어줬다.


"...하하.. 설이 너는 표정에 다 드러난다니까?"
".....응?"
"백승호가 자기 형인 걸 봤다더라고. 그래서 백승호 감만 믿고 따라왔지 뭐."


'사이 안 좋은거랑, 형제의 감은 달리 생각해야하는거구나.'

내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자 이도하는 더 크게 웃었다.
그러더니 은호 형에게 인사를 했다.


"형, 안녕하세요?"
"..어 안녕"


은호 형도 굳어있는 표정을 아무렇지도 않게 피면서 인사를 받아줬다.


"그나저나 근데 왜 온거야?"
"설이가 피곤하다고 생각해서 빨리 집 보내줬는데, 그게 거짓말이니까 속상해서요"
"......"

"...거짓말은 아닌데.."


나보고 들으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성 준의 말에 소심하게 반론을 했다.


"너네는 내일 보기로 했잖아. 오늘 형이랑도 이거만 먹고 바로 헤어질거였는데.."
"...진짜? 난 설이랑 저녁도 먹으려고 했는데.."
"아..."


이 형이 일부러 그러는건가, 정말로 눈치가 없어서 이러는건가 싶었는데,, 표정을 보니까 일부러 저러는 것 같았다.

은호 형의 말을 듣자마자 다른 애들의 얼굴이 썩어가고 있었다.

'와 근데 그나저나 잘생긴 사람들 모아두니까 어쩜 이렇게 눈이 호강이 될까..'

자기들끼리 신경전을 벌이는 것도 다른 사람들이 하면 유치하고 어이도 없을텐데.... 이런 사람들이 하니까 오히려 눈 건강에 좋다고 생각했다.
비록 오고가는 말들은 조금 유치해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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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얘들아. 아무튼 너네는 내일 보기로 한 거 아니었니? 오늘은 둘이서만 있으려고 했는데..?"
"아.. 괜찮아요. 뭐 오늘도 보고 내일도 보죠."
"......"
"내일은 진짜 연극에 대해서 얘기하고, 오늘은 뭐 같이 밥이나 먹죠."


아무렇지 않게 이도하가 얘기했다.
분명 이도하도 일부러 저러는게 분명하다 저거.
은호 형도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면서 대답해줬다.

'...설마 이 멤버로 다 같이 밥이라도 먹으러 가자는건가 지금?'

내 예상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나는 거의 반 강제로 손에 이끌려와서 고깃집에 앉게 되었다.

끝까지 은호 형이 다들 집에 가봐야하지 않겠냐고 말했지만, 아무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은호 형은 결국 한숨을 쉬며 고깃집으로 데려가줬다.
방 처럼 되어있는 집이었다. 나만 생소한건지 나머지 애들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다들 자리에 앉은 후 주문을 했다.

주문을 하고 직원이 사라지자 갑자기 애들이 질문을 했다.


"그나저나 아까 왜 손.. 잡고 있었어?"
"...."


첫 타자로 김태겸이 맞은 편에서 질문을 했지만, 대답을 하기가 조금 곤란한 질문을 던졌다.

'진짜로 뭐라고 답을 해줘야 하는거지?'

조금 당황한채로 횡설수설하고 있자, 옆에 앉은 은호 형이 대신 말을 꺼냈다.


"아.. 그게 궁금했던거야?"
"...."
"설이가 연극으로 공주님 역할한다길래, 스킨쉽 수위는 어디까지 해야하나 이런 얘기하다가 최대로 손 잡는거 까지 한다고 했었어서, 나랑 연습해본거야"
"그게 무슨 말도 안ㄷ"

"진..짠데?"


은호 형의 대답에 어이없다는 듯이 백승호가 화를 내려고 하자 나는 얼른 끼어들어서 맞다고 얘기했다.

'...뭐 아예 틀린 건 아니잖아?'

다른 애들 얼굴들도 다 말이 아니었다.
내가 손을 잡아서 그랬던건지, 아니면 이유가 마음에 안드는건지, 아니면 그 둘 다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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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먹는데 정말 극진한 대우를 받은 것 같다.
정말 살아가다가 다시 한 번 이런 대우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고기도 자기들이 구워, 자르는 것도 자기들이 해, 덜어주는 것도, 물티슈건 물이건 사이드메뉴들도 다 자기들이 갖다줘, 이정도면 그냥 나를 혼자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는 거 아닌가 싶었다.

'이래뵈도 난 건강한 사내인데.. 뭐, 이 몸은 조금 약하긴 하지만..'

내가 안 그래줘도 된다고 얘기를 했지만 아무도 제대로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그냥 그 취급을 다 받았다.

내가 이성애자도 아니고 게이인데, 이렇게 잘생긴 사람들이 챙겨준다는게 딱히 나쁜 건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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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대우를 받고 아무것도 안하고 입 싹 닦는 사람이 난 아니다.

고로 나는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주기로 했다.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사오겠다고 맞은 편에 있는 상가놀이터에 있으라고 하는 우리 듬직한 공 후보들의 말에 따라, 나는 놀이터 미끄럼틀에 앉아있었다.


"야."
"..."
"윤 설"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여운?"
"니가 왜 여기있어?"
"너야말로. 너 아프다며 그래서 이상한 개소리를 담임한테 말했다던데?"
"하..."


다리부분을 보니까 거짓말이었던 것 같다.

'잠시나마 안쓰럽다고 생각한 내가 병신이지'

하여운은 내가 자기 다리를 보는 것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왜? 넌 아직도 속냐?"
"뭐라는거야 시비걸지말고 가지?."
"학습능력이 없네 윤 설 너는."
"......"


진심으로 한 대 칠까 싶어서 두리번거리며 사람이 있나 살펴보는데, 내가 누구랑 왔었는지 생각이 났다.

내 예상이 딱 떨어지게 바로 뒤쪽에 애들과 은호 형이 있었다.
지금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살펴보느라 다가오지 못하고 숨어서 보는 중인 듯 했다.

잘못해서 성질대로 그대로 쳤으면 큰일날뻔 했다.
나는 나의 인내심에 감탄하며 박수를 쳤다,

내가 딴청을 피우고 있는걸 눈치챈건지 하여운이 소리를 질렀다.


"야!"
"...조용히 해. 여기 상가 쪽이라서 사람많이 사는거 몰라?"
"하... 내가 그게 무슨 상관인데?"
"..........."


빨리 얘가 자기 입으로 내뱉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은호 형이랑 백승호는 아주 조금은 알겠지만 나머지 애들은 잘은 모를테니까..
하여운은 나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서 열심히 화를 냈다.


"야, 너 그래서 나랑 역할 바꿨냐?"
"어"
"진짜 멍청한 새끼. 내가 왜 바꿔달라고 하는건지도 몰랐지? 너 다시 되돌아왔냐 멍청한 윤 설로?"
"...."
"넌 옛날부터 짜증났어."
"...."


드디어 하여운이 옛날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나는 최대한 티를 내지 않은 채로 슬픈생각을 시작했다.


'슬픈생각 뭐있더라.. 아.. 뭐있지...며칠전에 본 버려진 강아지 생각....'

하여운은 열심히 얘기를 시작했다.


"내가 주인공인게 분명한데, 애들이 너를 보는 눈빛이 이상했었거든"
"....."
"이야기대로 널 싫어하게 되긴 했지만, 내가 너무 찜찜해서 죽을뻔했거든."
"......"
"그 때 과학실에서 완전 장관아니었냐?"


'과학실..? 뭔데,. 나야모르지만 뭐...'


"그 때 윤 설은 하여운을 도와주려고 한건데, 니가 부어버린 걸로 되버렸지 아마?"
"....."
"너 억울해서 울 것 같을 때 표정 진짜 대박이었는데."


'저 개새끼가 진짜...하.. 참아 윤 설. 아직 참을 수 있어.'


"과학실에서도 그렇고 급식실 것도 그렇고 단 한번도 윤 설은 나 괴롭힌 적도 없었잖아. "
"하.. 이제와서 그게 무슨 상관이길래 이렇게 상기시키는거야?"
"아니 딱히 상관이라는게 아니라, 지금 니 평판을 생각하라는거야."
"....."
"학교에서 일이터지면 너랑 나랑 누구를 애들이 믿어주겠니? 설아.. 지금은 너한테 착하게 해주는 것 같은데 아직 이야기가 끝이 나려면 멀었잖아 안그래?"


더 이상은 듣기도 싫고 얘가 자꾸 소설 얘기하는 것 같으니까, 빨리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야, 공주 역할 나로 바꼈잖아? 왕자역할도 다 바꼈다는거 알아두라고"
"뭐? 그게 무슨소리야?"
"비밀. "
"야!"


나는 일부러 아주 작은 목소리로 하여운만 들리게 얘기했지만, 하여운은 되게 큰 목소리로 내게 소리를 질렀다.

나는 지나쳐가려고 했지만, 하여운이 딱 어깨를 잡았다.

아프게 잡진 않았지만 나는 주저앉았다.


"...그만 좀 할 수 없어?"
"....뭐야"
"그럼 다시 예전처럼 하면 되잖아. 난 딱히 아무것도 한거 없어.. 그만 괴롭혀."
"너 미쳤어?"
".....월요일에 학교에서 보자."


나는 그리고는 뛰었다.


하여운 입장에서 보면 참 또라이라고 생각될 것 같긴 했다.
나는 아까부터 생각했던 며칠 전 본 강아지 영상을 떠올리면서 뛰었다.

'아..제발 눈물 좀 떨어져라.. 지금 떨어져야된단 말이야...'

딱 알맞게 나무 뒤쪽에서 숨어보고 있는 우리 친구들을 지날 때 한 방울이 떨어졌고, 나와 눈이 마주친 우리 친구들은 당황하며 화가 나보였다.

' 그래서 지금 여기서 도망을 갈까... 아님 주저앉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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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8-04 22:15 | 조회 : 1,745 목록
작가의 말
gazimayo

안녕하세요 히힣 안녕히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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