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화

65화





은호 형의 굳은 얼굴은 빙수가게에 도착해서도 계속 이어졌다.


"은호 형?"
"일단 들어가자."
"네..."


은호 형은 나를 데리고 빙수가게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2층에 자리를 잡고나서 은호 형은 자신이 빙수를 시켜오겠다며 얘기했다.


"무슨 빙수 먹을래?"
"...제가 살게요."
"됐네요. 무슨 빙수가 좋아?"
".....저는 딸기 빙수 먹을래요."
"그래. 여기 앉아있어, 주문하고 올게."


은호 형은 주문을 하러 1층으로 다시 내려갔다.

'은호 형 휴대전화 안 가져갔네'

금방 올 은호 형에 그냥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은호 형의 전화가 반짝거리며 울렸다. 이런게 사람의 심리랄까... 무시하려고해도, 신경이 자꾸 쓰여서 계속 알림이 울리고 있는 은호 형의 휴대폰을 슬쩍 봤다.

전화인줄 알았는데, 그냥 SNS 알림이었던 것 같다.

'은호 형 되게 인기많네.'

되게 이쁜 여자의 사진을 단 프로필이 계속 반짝였다.
신경이 쓰여서 은근슬쩍 계속 봤는데, 은호 형을 좋아하는 여자였던 것 같다.

'....어디야, 보고싶어, 미안하다고 했잖아, 나랑도 놀아주라 은호야아아'

이게 뭔 메신저인지 그냥 뚫어져라보고 있었다.
계속 끊임없이 메신저는 오는듯 했고, 은호 형은 주문을 하고는 빙수까지 받아서 들고 왔다.


"....왜그래 설아?"
"......아뇨."


은호 형이 누구랑 연락하던 딱히 나와는 상관이 없는데, 왜 이렇게 말이 삐뚤하게 나가는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은호 형은 자리에 앉더니 내 반응을 보더니 자신도 당황한 듯 했다.
내 손에 숟가락을 쥐어주며 먹으라고 말하면서 눈치를 보는 형에 그냥 아무말하지 않고 나도 딸기를 퍼먹었다.


"..설아?"
"네?"
"왜 그래? 뭔 일 있었어?"
"아뇨~"


사실대로 말할수도 없고, 그렇다고 거짓말로 지어내서 말할 수도 없었기에 그냥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기분이 나쁜건 어쩔 수 없잖아..'


--------


은호 형은 내 눈치를 살피다가 나완 눈을 마주치며 얘기했다.


"근데 설아. 너 연극"
"할거에요."
"어?"
"그냥 연극 하려구요."
".....왜?"
"기분 안 좋아서 할거에요."


은호 형은 내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듣고 싶어하는 듯 보였다.

사실 은호 형이 아까 너무 정색하면서 하지말라곻 했었기에, 순간적으로 하지말까 생각도 들었었는데, 다시 도로 들어갔다.
내가 이 얘기를 하는 도중에도 은호 형의 휴대폰은 반짝거렸다.
은호 형은 휴대폰을 슬쩍 보더니, 덮어버렸다.

'치, 덮어야 할 이유라도 있나보지 뭐. 아니 저렇게 애타게 부르는 사람도 있는데 굳이 나는 왜 기다려서 빙수를 같이 먹으러 가자느니 꼬시고 그러는거지.'

은호 형이 그 여자와 연락을 하는지 안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연락을 한다고 해도 나한테 잘못한건 없을건데도 나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슬슬 이 감정이 무슨 감정인지 알아챌 것 만 같았다.

은호 형은 계속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로 가만히 있었다.
점점 어색해지는 분위기에 나도 그냥 딸기빙수를 퍼먹었다.

갑자기 은호 형이 휴대폰을 들더니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그 여자한테 연락이라도 하는건가 싶어서 더 시무룩해하고 있었다.


"이거 봐."
"....네?"


은호 형은 네이버에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쳐서는 내게 보여줬다.
동화책의 마지막 장면들이었다.


"이게 왜요?"
"너는 이걸 승호나 다른애들이랑 하고 싶어?"
"......"
"안돼. 하고싶다고 해도 못하게 할거야."


은호 형은 정말 단호하게 안된다고 얘기했다.
아까부터 안된다고 얘기를 했던 이유는 저 스킨쉽 장면들 때문이었다.

은근 귀엽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도 지금은 기분이 마냥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게 왜요?"
"...."
"애들이랑은 어렸을 때부터 아는 사이었다고 했으니까 대충 합만 맞추면 되는거아니에요?"
"안 돼."
"그러면 형은.."
"어? 내가 뭘"
"......"


순간 다 말할 뻔 했다.
조금 진정하기 위해서 마음속에서 숨을 내쉬었다가 들이마셨다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은호 형은 끝도 없이 내게 물었다.


"내가 뭘? 무슨 말이야 그게 설아?"
"......."
"지금 말 안해주면 난 몰라. 응? 얘기해봐"


얘기안해주면 진짜로 끝까지 계속 물어볼 듯한 모습에 어찌할 줄 몰랐다.


"누구에요?"
"응?"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연락이 오는 듯 했다.
정말 짜증이 났다.


"누구냐구요.."
"......"


나는 눈짓으로 휴대폰을 가르켰다.
은호 형은 내 눈빛을 이제야 이해한 듯 했다.

은호 형은 자신의 휴대폰을 켜서는 내게 내밀었다.


"집안끼리 엮인 회사기업 딸인데, 계속 연락이 오더라."
"......"
"정말로 관심도 없어서 난 아무말도 안했어."


은호 형은 믿어달라는 식으로 휴대폰을 내밀어서 내가 다 확인해도 되다고 얘기했다.


".....그래도, 형이 번호 준거아니에요?"
"아닌데~, 나 번호 그렇게 막 안줘 설아."
"......"
"어떻게 알아내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차단하면 다른번호로, 그 번호도 차단하면 또 다른번호로 연락오더라."


은호 형은 내게 차단목록을 보여주면서 얘기해줬다.
정말로 같은 사람인지 프사와 이름이 다 같았다.


"......."
"설이는 어떻게 알고 있었던거야?"
"...아까 형이 1층에 있을 때, 계속 연락이 와서... 볼려고 본건 아니에요."
"아... 괜찮아 봐도. 신경쓰였어?"
"......"


은호 형은 안심한 듯한 얼굴로 웃으며 얘기했다.


"미안해 설아. 신경쓰게했네. 아직 집안끼리 엮여있어서 매몰차게 말하지는 못해. 요즘 내가 집안에 관심이 많거든. 갖고 싶은게 생겨서."
"........."
"대신에 며칠 있으면 아버지가 그 회사 인수한다고 하셔서 그 때부터는 정말로 뭐라고 해도 되거든. 너가 신경쓰게 할 일 없을거야."
"....."


은호 형은 마치 연인을 달래주듯이 설명해줬다.
조금 민망해져서 고개를 돌리면서 얼음을 퍼먹었다.
얘기한다고 이미 얼음이 다 녹은 상태여서, 물이 되었지만 말이다.

은호 형은 뭐가 그리 좋은지 계속 웃으면서 쳐다봤다.

그렇게 은호 형이 내게 다시 연극얘기르르 꺼내는데 갑자기 전화기가 울렸다.
이때동안 울리던 음이 아니라 벨소리였다.

은호 형의 휴대폰에서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온 듯 헀다.
은호 형은 한숨을 쉬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 후에도 3번인가 연속으로 울렸지만 아예 전화기를 꺼버린 은호 형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전화 안 받아도 되는거에요?"
"내가 받아도 되겠어?"
"....."
"응? 받을까 다시 켜서?"
"...아뇨."
"거봐. 얼른 먹어. 다 녹았네. 새걸로 사올까?"
"아뇨 괜찮아요. 녹아도 맛있는데요 뭘.."


은호 형은 웃으면서 그렇긴하지라며 녹은빙수를 떠먹었다.


"그래서 설아. 연극은?"
"네?"
"나는 설이가 서운한거 다 해명해줬으니까, 설이도 내 말 들어주면 안돼?"
"......그런데 이미 하기로 해서..."
"......."
"그러면.. 스킨쉽 뺄게요."
"그렇게 할 수 있어?"
"네.. 꼭 뺄게요. 손 잡는거까지만 할게요."


은호 형은 그 말도 마음에는 들어하지 않는 듯 했지만, 그냥 넘어가주는 듯 했다.

그런데 갑자기 손을 내밀었다.
책상 위로 뻗어져있는 손을 바라만 봤는데 은호 형이 달라고 얘기했다.


"...휴지 다 썼는데.."
"아니, 손 줘 봐."


나는 아무렇지 않는 듯 손으 내밀었다.
은호 형은 그 손을 그냥 잡고 안 놓아주었다.

주변을 슬쩍 둘러보니까, 빙수가게에는 사람이 우리밖에 없었다.

은호 형은 주변상황도 신경안쓰고 일을 벌인 듯 했지만..


"....형/?"
"응 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손만 잡고 있는 형에 조금 당황해서 눈빛으로 물어봤다.
은호 형은 모르는 척하다가 웃으면서 얘기했다.


"아니, 너가 손잡는건 해야한다며.. 나랑 먼저 많이 해놓자."
"....."
"다른 애들이랑 잡은 날에는 얘기해줘. 내가 소독해줄테니까."
"...."
"응?"
".....네"


저 얼굴로 저렇게 말하는데 안 넘어가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냐고 생각이 들었다.
아마 아까 연락 온 여자도 이렇게 사람 좋은 얼굴에 넘어온게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 아무말도 안하고 그냥 그렇게 있었다.
갑자기 내 전화기가 울리기 전까지는 둘 다 아무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전화가 울리고나서 당황한 나를 본 은호 형은 전화를 받으라고 말해줬다.
그렇다고 손은 풀어주진 않았지만...


"...여보세요?"
"어. 너 어디야?"
".....나 빙수 ㅁ"


갑자기 전화가 끊겼다.
너무 정신없어서 전화번호 확인도 못했는데, 다시 보니까 김탣겸이었다.


"누구야 설아?"
"아.. 태겸이"
"김태겸?"
"네.."
"왜?"
"어디냐길래.."


그렇게 그냥 있었는데 쿵쾅거리는 발소리가 크게 들렸다.

당황한 나와 은호 형은 동시에 여러명이 올라오는 계단을 바라봤다.


"....설이 뭐해?"


땀에 흠뻑 젖은 애들이 나를 바라보고 서있었다.
모두가 당황해서 아무말도 안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성 준이 배신당한 얼굴을 하면서 내게 물었다..

저 표정은 마치...

'내가 바람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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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8-03 23:24 | 조회 : 1,437 목록
작가의 말
gazimayo

앙녕 다들???? 항상 봐줘서 고마워요!! 저 여러분들 댓글 다 보고 있는 거 알아요오? 재밌게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사실 폭스툰은 올리다가 안올릴까 고민도 했는데, 꾸준히 읽어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기쁜마음으로 쓰고 있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내일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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