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화

64화




교실로 올라가는 도중에 종이 쳤고, 나는 얼른 계단을 올라갔다.

'지하실 쪽에 그런 창고가 있을 줄은 몰랐네.'

아까 애들이 말한 좋은 방법은 대체 뭐였을지 생각하며 교실문을 열었다.
이미 부반장이 조용히 시킨건지, 다들 각자 자습을 하는 것 같았다.

주호인지 뭔지 하는 놈은 자리에 없었다.
그냥 엎드려서 잘까 생각하는데 갑자기 앞자리에 앉은 애가 뒤를 돌아보며 나를 불렀다.


"왜?"
"아니.. 애들 니가 불러낸거아니야?"
".... 무슨 소리야? 불러내다니?"


나는 두리번거리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아까 들어올 때에는 몰랐는데, 몇명의 애들 자리가 비어있었다.

'걔네만 없는 줄 알았는데, 아니네. 근데 내가 불러냈다는게 무슨소리지'


"내가 불러냈다니? 왜 그런 생각을 한거야"
"아니, 너 아까 정후랑 싸우지 않았어? 정후 그 새끼가 휴대폰 들여다보더니 갑자기 욕하면서 뛰어나가길래."
"...."


설마설마하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나는 곧바로 아침에 자리를 바꾼 후에 담임선생님이 바로 붙여놓은 자리 표를 확인하러 나갔다.

'이 새끼들 설마.'

자리가 비어있는 애들은 전부 왕자 역할을 맡은 애들이었다.
침착하게 생각해보면 이도하는 반장인데, 잘 말리겠지 싶었다.
내가 하고 있는 걱정들도 그냥 내가 조금 예민하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고...

나는 빨리 애들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몇 분이 흘렀을까 나갔던 애들이 반으로 들어왔다.

'얘네는 언제 오는거야.'

같이 들어올 줄 알았는데, 안 오는 걸 보니까 내 착각 이었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을 함과 동시에 갑자기 몇명이 칠판에 적힌 역할 표로 다가갔다.

그러더니 자신들의 이름을 지우고는 준비위원에 자신들의 이름을 집어넣었다.

'....하.... '

어찌된건지 눈에 훤하게 보였다.
한숨을 내쉬는데 앞문이 열리면서 내가 기다리던 애들이 들어왔다.
들어오기 전에 자신들의 이름을 바꿔적는것도, 내 이름을 다시 적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말 눈물나게 고맙네..'

내 옆자리에 앉은 김태겸이 웃으면서 해결되었다고 얘기헀다.


"......어떻게 한거야?"
"......"
"때린건 아니지 너네?"
"우리가 그럴 사람들로 보여?"
"........"


완전 그럴 것 같다고 하면 내가 맞을 수도 있기에 긍정이 담긴 아무말도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했다.

김태겸도 표정이 한결 핀 것 같았다.
나는 또 궁금한 걸 물어봤다.


"근데 왜 왕자 한 곳에 이름을 다 적었어? 그것까진 안나눈거야?"
"......안나눠져... 그것땜에 늦게 온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그래서 너가 마치고 결정하기로 했어."
".....나?"


처음에는 얘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수 없었는데, 대충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니까, 지금 나보고 대빵인 왕자님 역하를 할 사람을 정하라는거잖아,'

솔직히 얘네 얼굴은 다 뛰어나서 비주얼로 고르는 건 조금 힘들 것 같았다.
그리고 애초에 내가 왜 골라야하는건지 싶었다.

그래도 지금 얘네가 왕자역할로 확실하게 정해졌다는건, 나도 저 역할을 반드시 해야한다는 거다. 하여운이 진짜로 다리가 부러졌는지 안부러졌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자기꾀에 빠진 꼴이 된거네.


"음...뭐야 몇 교시야?"
"...잘잤어? 윤지야. 곧 종쳐."
".....아.. 어제 밤을 샜더니..."


윤지는 뒤척이며 일어났다.
그러더니 옆자리가 비어있는 걸 보고는 물었다.


"얘는 왜 없어?"
"....조퇴?"
"공주역할한다고 쌩 지랄을 다 하던데."
"아.."
"근데 저건 표가 왜 저렇게 된거야?"
"뭐가?"


윤지는 칠판에 쓰여진 역할표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러더니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뭐야 공주님 자리 탈환한거야?"
"......."
"잘어울리네. 너가 더 낫지. 뭐 왕자님들은 개 별로지만."
"그게 뭐야~"


나는 드디어 깨어난 윤지와 이야기를 나눴다.
윤지에게 말 해줘야할 것도 있었지만, 지금 이자리에서 얘기하기는 좀 그렇다고 생각해서 그냥 별다른 얘기는 하지 않았다.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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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수업이 모두 끝났고, 윤지는 오늘은 집안사정으로 인해서 보충도 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먼저 뛰어나갔다.

하루종일 피곤해보이던데, 조금 걱정스러웠다.


"윤 설. 어디가?"
"...집?"
"볼 일 생각나지 않아?"
"......"


얘네한테 들어야할 이야기도 아직 많기도 하고, 오늘 일도 물어봐야할게 많기는 한데.. 솔직히 조금 피곤했기에 굳이 오늘 들어야 할까 생각이 깊게 들었다.

생각하다보니까 피곤함이 더 심해졌고, 나는 결정했다.


"미안한데, 우리 내일 볼래?"
"......?"
"내일 보자. 내가 톡을 만들던지 해서 연락할게. 내일 봐서 맛있는거 먹고 얘기 하면 되지 않을까?"


나는 최대한 밝은 표정으로 설득시켰다.
무언가 할 말이 많은 듯해 보이는 백승호는 조금 표정이 그랬지만, 그래도 내 말에 동의를 해줬다.

나는 연락할게 라는 말을 남기고는 얼른 짐을 챙겨 뛰었다.
여기서 또 잡혀서 같이 가면 더 피로할 것 같았다.

뒤에서 들리는 소리를 못들은 척 나는 그냥 교문까지 뛰었다.
뒤를 보니까 쫓아오지는 않는 것 같았다.
내일 연락 먼저한다고 해서 그런가..

그렇게 교문을 나서려고 하는데, 갑자기 앞에 누가 서있었다.


"짠!"
".....은호 형?"
"설아 왜 이렇게 오랜만인 것 같지"
"어제 봤는데도요?"
"오늘 무슨 일 없었어?"


은호 형은 빙수를 먹자며 나를 잡았다.
...솔직히 피곤했지만 무작정 내칠 수가 없었다.

이 형한테는 조금 많이 물러지는 성격이 되는 것 같았다.

나는 기사님에게 연락드리고는 은호 형이랑 교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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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축제 얘기 나왔다며?"
"어떻게 아셨어요?"
"다 아는 법이 있지."


은호 형은 개구지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설이 반은 뭐하기로 했어?"
"....저희 반 연극이요."
"아~ 나도작년에 연극했는데, 기억나?"
"......"


'기억날리가 있나, 작년에 전학왔을 때면, 백승호한테 껌뻑 죽을땐데,,,,,.'

은호 형은 아무 말도 못하는 나를 보더니 그럴 줄 알았다며, 웃었다.
은호 형의 연극이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무슨 연극해?"
"저희 잠자는 숲속의 공주요."
"...공주?"
"네.. 하여운이 추천하고 의견낸거요."
"아.."


은호 형은 말안해도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가만보면 은호 형도 눈치가 정말 빠른 것 같았다.


"하여운인가 걔가 공주역이지?"
"...아 그랬긴했어요."
"왕자는? 내 동생이랑 걔네는 안했을텐데."
"아... 네. 그래서 차질이 조금.."


은호 형은 그냔ㅇ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내 얘기를 들어줬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내 얘기를 신나게 했다.


"아니, 하여운 걔가 조퇴해서 집가다가 사고났다고 연극망치기 싫다면서 바꿔달라고 했대요. 저랑."
"....너?"
"네."
"그래서?"
"안 바꿀려고 했는데, 왕자 역할하는 애가 조금 짜증나게 해서 그냥 하기로 했거든요."


은호 형은 갑자기 폰을 키더니 무언가를 찾아봤다.
그러더니 갑자기 나를 보며 얘기했다.


"안돼."
"......네?"
"안된다고. 그거"
"그래도 왕자역할이 승호랑 애들로 바뀌어서 괜찮을 것 같아요."
"...그럼 더 안되지."


은호 형의 얼굴이 펴질 생각을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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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8-02 22:50 | 조회 : 1,719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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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zima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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