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화

63화




도저히 할 자습이 생각나지 않아서 어쩔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흐른건지 앉아만 있었는데 한교시가 끝났다.

아직 한 교시가 더 남아있긴 했는데, 이번 시간도 동아리였기에 설마 자습은 아니겠지라고 다들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도하 눈치본다고 그 말을 직접적으로 꺼낸 사람은 없었지만 말이다.


---------


쉬는시간이 시작되자 기운이 확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 쉴까 생각했는데, 갑작스럽게 당겨지는 힘이 느껴졌다.


".....뭐야"


조금 짜증내듯이 말하며 위를 올려다봤는데, 이도하가 조용하게 손짓했다.
나오라는 듯한 제스쳐였다.

난 쫄지 않았고, 그냥... 할 말이 있는 것 같길래 따라나갔다.
이도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냥 앞에서 걸었다.


"..야 어디까지 가. 곧 종치겠어."
"....."


내 말을 들은 듯 했지만 끝까지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냥 걸어갔다.
확 돌아갈까 생각했지만, 내가 돌아가버리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냥 아무말 하지 않은채로 따라만갔다.

그렇게 걸어갔을까 이도하가 날 데려간 곳은 창고같은 장소였다.


"와. 학교에 이런곳도 있네."
"...."
"..이도하?"
"일단 들어가."


'왜 그렇게 무섭게 얘기하고 그러냐'

나는 중얼거리면서 창고로 들어갔다.
이도하도 따라 들어오고는 불을 켰다.

이도하만 있는줄 알았는데, 표정이 좋지 않은 이 소설속의 공들이 다 있었다.


"너넨 언제 왔어? 태겸이 너는 아까까지 옆자리에 있지 않았나..."
"그건 그렇게 중요한게 아니야.."
"...."


애들이 생각보다 더 진지한 얘기를 하려는 것 같았다
뭔 일이 난 것 처럼 계속 쳐다보면서 화를 참는 것 같아보였다,

그 말이 많던 성 준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의자에 앉아서 쳐다만 봤다.

나는 아무런 말도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봤다.
이도하가 아무곳이나 비어있는 장소에 데려왔다고만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도하가 데려온 이 곳은 마치 누가 만들어놓은 것 처럼 이쁘게 정돈되어있었고, 의자랑 책상을 비롯한 먹을것도 있고 게임기도 있으며 여러 재밌는 것들도 많이 할 수 있는 장소였다.

내가 놀라면서 이 곳이 뭐냐고 물어봤다.
대답 안 해줄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도하가 조용히 얘기해줬다.


"몰라."
"...어?"
"우리도 모르겠어. 언제부터 갑자기 여기에서 모이게 되더라."
"........"


표정들을 보니까 진심인 듯 했다.
이것도 하여운 짓이겠구나 싶었다.

'이것도 나중에 알아봐야겠네.'


",,,그나저나 나 왜 데리고 온거야? 곧 종치는데 여기서 놀자고 데려온건 아닐테고,,,"
"......할거야?"


비어있는 의자에 앉으면서 과자 한개를 집어서 먹으면서 물었다.
내 말에 엎드려서 가만히 보고 있던 성 준이 뭐라 말했다.

너무 조그마한 목소리로 얘기했기에,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나는 한 번 더 물었다.


"...할 거냐구"
"뭘 한다는 거야?"
"......"


왜 말을 끝까지 안하는건지 너무나도 답답해서 죽을 것 같았다.


"준아. 왜그러는데? 뭔 일있는거야? 내가 도와줘야하는거지"
"...어. 니가 도와줘야돼."


진짜로 무슨 일이 있는건지 표정도 안좋고 내가 도와줘야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걸 보니까....심각한 일인 듯 했다.


"..말해봐. 왜? 너네도 다 같은 이유야? 무슨 일있어?"


다른 애들도 한 번씩 바라보면서 물었더니, 애들 표정도 말이 아니었다.
나는 성 준에게 다가가서 쪼그려앉아서 물어봤다.


"대체 왜그러는데? 응? 어떻게 도와주면 돼?"
"....안하면 돼."
"뭘?"
"하여운이랑 안 바꾸면 돼,"
".......어?"
"너는 우리랑 준비하자. 굳이 바꿔야 해? 너가 바꿀필요 없는거 아니야?"
"......설마"


'얘네 설마 진짜로 그것때문에 지금 나를 여기까지 데려오고 표정들이 다 이런건가...'

설마하는 눈빛으로 다른 애들을 쳐다봤지만, 걔네도 고개만 끄덕일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설이, 너 걔 좋아해?"
"..누구?"
"아까 너한테 개소리 지껄이던 애"
"...설마 정후인지 걔?"
"어"


표정한번 압권이다. 여기서 장난으로 좋아한다고 하면 정후인가 걔는 내일부터 이 소설에서는 못 볼수도 있는 인물이 될 수 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무말 안하자 성 준은 자기 혼자 착각의 나래에 빠진듯 해보였다.
나는 얼른 그 착각들을 없애주기 위해서 빨리 다급하게 손까지 흔들면서 아니라고 부정했다.


"어? 내가? 걔를? 왜?"
"....."
"절대 아니야. 미쳤어 준아?"
"근데 왜 바꾸려는건데."
"...."
"너가 아까 그랬잖아. 바꾸고 뽀뽀하자고 하고 그랬잖아."


'....얘 초딩이야?'


"..설마 너네도 다 그렇게 생각한거야? 내가 걔 좋아하다고?"
"아니. 딱히 그렇게는 생각하진 않았어."


내 질문에 백승호가 답했고, 나머지 애들도 그에 동조했다.
이 중에서는 성 준만 엄청난 오해를 하고 있었다.


"말 좀 해주지. 준이한테."
"오해하는게 재밌어서."
"....근데 너네는 왜 온거야?"


딱히 오해한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바꾸는게 싫어서 온 건 아닐 것 같은데.


"니가 그 새끼 안 좋아하는건 알겠는데, 조금 화가나서."
"......."
"너 공주역할 할꺼야?"
"..이미 한다고 했고, 나 말고는 솔직히 하여운이랑 비슷한 체구도 없고... 너네를 시킬수는 없는거 아니야..."
"....."


내 말에 인정하는건지 아무말도 들리지 않았다.


"너 잠자는 숲속의 공주 몰라?"
"...응? 알지.. 도하야 내가 아무리 공부를 잘하진 못해도..그정도는 아니야"
"...근데도 한다고? 걔랑?"
"....어, 뭐 스킨쉽은 그냥 적당히 하는 척 하면 되니까. 괜찮지 않을까."
"하..."
"그리고 나를 싫어하는 티를 그렇게 내는데 이렇게 그냥 물러나기는 조금 그렇잖아. 내가 그냥 확 해버리지."
"그게 대체 무슨.."


애들은 답답한지 한숨만 쉬었다.
....사실 나도 걔랑 스킨쉽의 스자도 하기싫었다.

갑자기 조용한 상태에서 이도하가 고개를 벌떡 들었다.


"....왜그래?"
"좋은 생각이 나서."
"...어?"
"아니야. 얼른 가자. 설아 너 먼저가서 애들한테 자습 좀 하라고 해줄래?"
".....너네는 안가게?"
"일단 얘네랑 얘기를 해야할 것 같아서."


나머지 애들도 이도하의 말에 하나둘씩 고개를 들었다.

뭘 하려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못듣게 하는 이유는 있겠지 싶어서 그냥 반으로 올라가려고 했다.

문을 열려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문앞으로 갔다.
근데 갑자기 머리 위에 차가운게 닿았다.


"....차가"
"이거 들고가서 마시면서 해."
"....고마워."
"금방 갈게."


김태겸은 무슨 소리소문없이 엄청 슉슉거리면서 잘 다니는 것 같다.
아까는 분명히 저 끝에 있었는데, 신기하다고 생각하면서 김태겸이 준 오렌지 쥬스를 들고 문을 나섰다.

나가기전에 갑자기 어깨를 잡혔다.
김태겸이 자기가 잡아 놓고는 놀란 것처럼 보였다.


".....어..왜?"
"언제든지 와도 된다고. 여기."
".....응 고마워."


나는 내 생각을 해준 김태겸에 순간적으로 감동했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주머니를 뒤져보니까 ABC초콜릿이 들어있길래, 손을 잡아서 그 위에 쥐어줬다.

김태겸은 고맙다고 웃으며 등을 돌려서 문을 닫았다.


괜히 쑥스러웠다.

7
이번 화 신고 2021-08-02 22:50 | 조회 : 1,522 목록
작가의 말
gazimayo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