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화
"아.. 도하였구나."
"....누군 줄 알았던거야?"
"...."
"은호 형이구나."
"미안.."
"아냐. 언제 집에 들어간거야?"
이도하의 목소리에 괜히 미안해졌다.
"아, 헤어진지 얼마 안됐어."
"...아.. 이제 뭐하려고?"
"나 곧 자려구"
"'....."
내 말을 들은 이도하는 말이 없었다.
"..도하야?"
"어?"
"왜 전화했어?"
"....어.. 내가 지난번에 줬던 거 아직 가지고 있어?"
'지난 번에 줬던게 뭐더라....아, 인형 말하는건가..'
"응 가지고 있지."
"혹시 그거보면 떠오르는 거 없어?"
".....잘 모르겠어."
"아냐. 신경쓰지마. 잔다고 했지.. 잘 ㅈ"
"도하야"
인형하니까 생각이 났다.
'그 때, 하여운이 이도하가 준 인형가지고 뭐라고 했었는데..'
"혹시, 하여운이 그 인형에 대한거 알아?"
"그게 무슨소리야?"
"...그 인형에 대한걸 나말고 다른 애한테 보여준적있어?"
"......아니? 그 인형은 계속 내 방에만 박혀있었어서, 아무도 모를거야."
"....."
"왜?"
".....아..아니야. 잘 자. 내일보자."
"그래. 내일 봐."
아직 확실하지 않았기에 이도하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하여운은 이도하가 내게 준 인형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아는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 당시에 엄청 흥분한 것 처럼 보였었다.
'......대체 하여운은 뭐야..'
하여운 때문에 찜찜한 감정을 가지고 침대에 누웠다.
알람이 제대로 맞춰져있는지 확인하려고 휴대전화를 컸더니, 은호 형에게 문자 한 통이 와있었다.
[설아, 통화중이네.오늘 많이 피곤했겠다. 얼른 자고 내일 보자.]
"...뭐야.."
진짜 괜히 사람 마음이 이상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는 예상은 갔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기에, 그냥 얼른 누웠다.
오늘은 내가 알게 된 점들이 많아서 그런가 금방 잠에 빠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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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적으로 아침에 눈이 떠졌고, 학교갈 준비를 다 하고, 평소처럼 아주머니와 아침을 먹은 후에 학교로 출발했다.
'아직 애들한테 못 들은 일들도 많이 있고, 하여운이랑도 해결해야할 것도 많은 것 같고.. 어제 버스에서 만났던 애들이 했던 말도 알아봐야하고.. 할게 많네'
"도착했어요. 제발.. 도련님 제가 모시러 올테니까. 혼자 가지 좀 말아요.."
"...아.. 오늘은 기다려주세요. 마치고 바로 올게요."
"네. 다녀오세요."
나는 기사님과 약속을 한 후에야 차에서 내릴 수 있었다.
"...어 왜 아무도 없지? 시간보면 애들이 꽤 있어야 하는 시간인데.."
"이제 와?"
".....? 하여운?"
"따라와."
애들은 아무도 없는 걸 의아해하고 있는데, 하여운이 뒷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나를 데리고 나갔다.
"반 애들은?"
"....오늘 강당조회인거 몰라?"
"...근데 우린 지금 어디 가는건데? 여기 강당가는 길 아니잖아."
"하.. 아직 못 끝냈잖아. 우링 얘기"
"....."
하여운과 얘기를 해야 할 것 같긴 했는데, 이렇게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얘기하게 될 줄은 몰랐다.
"여기면 괜찮겠지."
"...여긴 어디야. 이런 곳이 우리 학교에 있었어?"
"그건 알거 없고."
'진짜 말 싸가지 없게 한다.. '
하여운이 날 데리고 온 곳은 학교 뒷편 쪽에 있는 덤불 쪽을 가로지르면 나오는 곳이었다. 이 학교의 지리에 대해서 잘 아는 건 아니지만, 너무 낯선 공간이었다.
"넌 여길 어떻게 아는건데"
"...하.. 여긴 아무도 안 와. 아니 못 와. 그니까 제대로 얘기해"
"...뭘?"
"너 박현오 알아?"
"...박현오 그게 누구야?"
"거짓말 치지마. 너 이수한은 알면서 박현오는 왜 모르는데!"
'이수한... 박현오...아...기억이 났다.'
요즘들어 윤 설일 때의 기억이 나기 시작하면서, 내가 이수한이었을 떄의 기억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기억나나봐? 너 이수한이랑 박현오 있던 세계에서 넘어온거지"
"...그게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
"하.. 알아듣잖아 너."
"... 모르겠다고."
하여운은 답답한건지, 한숨을 내쉬면서 발밑에서 발길질을 했다.
난 지금이 하여운을 떠볼 수 있을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럼 넌 뭔데?"
"뭐?"
"너 여기 사람 아니잖아."
"....하... "
"너가 말했던 그 세계에서 여기로 넘어온거야?"
"하.. 웃기지마. 내가 그딴 곳에서 넘어온 것 같아?"
하여운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말 그대로 해석하자면, 내가 있던 세계에서 넘어온 건 아니라는건가.. '
"야. 너 이수한이지"
"....."
"너 이수한 아니야?"
"하.. 내가 이수한이던 아니던 너한테 그걸 왜 설명해야하는데. 그리고 그게 무슨 상관인데?"
"...그러니까. 그게 대체 무슨 상관인지 나도 모르겠어,"
"..뭐?"
하여운은 갑자기 배를 잡고 깔깔거리기 시작했다.
'얘 진짜 무서워. 뭐에 씌인거 아니야?'
내 생각이라도 읽은 것 처럼 하여운은 갑자기 웃던 걸 정색하며 나를 바라봤다.
이 자리에서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얼른 뒤돌아서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하여운이 날 불렀다.
"윤 설, 아니 이수한?"
"......."
"니 말대로야."
"뭐?"
"니가 이수한이건, 윤 설이건 그 몸에 들어갔으면 나보다 눈에 띄면 안되는데...왜 자꾸 줄거리 대로 안가는거지?"
"...뭐?"
"왜 자꾸 방해하냐고.."
"....."
"말이 안된단말야. 누구보다 내가 잘 아는데, 왜 자꾸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냐고"
"....."
"야, 내가 그거 알려줄까?"
"....."
하여운은 갑자기 씩 웃더니 내게 다가왔다.
그러더니 내 얼굴 가까이로 자기 얼굴을 들이밀었다.
나는 당황스러우면서도 짜증이 나서, 얼굴을 구긴채로 뒤로 물러났다.
"...야,"
"뭐"
"니가 그렇게 좋아하는 최윤지, 걔도 여기 사람 아니야."
"..뭐?"
"너도 생각하고 있었지 않아?"
"...."
하여운의 말이 맞았다.
언뜻 그렇게 생각중이었다. 왜냐하면 윤지라는 캐릭터는 이 소설에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하여운은 복잡한 내 생각에 더 복잡함을 더 했다.
"아 맞다~ 은호 형 옆에 사람도 여기 세계사람 아닐걸"
"....넌 뭘 그렇게 확신하는건데"
"확신할 수 밖에 없지..."
"....."
하여운은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내 어꺠에 붙은 나뭇잎을 때주면서 얘기했다.
"나도 너에 대해 좀 알아봐야겠어."
"......뭐?"
"내 자리 뻇지말라고."
"하.. 애들은 이미 너한테 관심 떨어진 것 같던데?"
"...괜찮아. 진짜 남자주인공은 걔네가 아니거든"
"뭐?"
"너 끝까지 안 봤구나."
"........뭘"
"굳이 내가 말해줘야하나. "
하여운은 다시 깔깔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관여가 안된부분에서는 내가 바꿀 수 있으니까"
"......"
"너 날 좀 우습게 본 것 같네. 어차피 너도 내 손바닥 안일텐데."
"..시끄러"
"잘 지켜봐."
하여운은 그 말을 하고는 먼저 빠져나갔다.
하여운이 갔던 길로 나도 빠져나갔는데, 이상하게도 아까 그 장소가 생각나지 않았다. 생김새도 기억이 안났다.
'정말 쟤는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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