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화

50화





아침에 눈을 뜨니까, 책상 위에 엎드려 있었다.

공부하다가 잠이 든건가..

어제 은호 형이랑 통화를 끊고나서 교과서 한 번만 더 보고 자려고 했었는데, 그 자리에서 잠이 든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리려니까 갑자기 노크소리가 들렸다.


"..네?"
"도련님? 일어나셨어요..?"
"네. 일어났어요."
"내려오셔서 아침 드시고 학교 가세요. 오늘 시험이라고 알고 있는데..."
"네. 준비하고 내려갈게요."


나는 준비를 하고 밑으로 내려갔다.


"다른 분들은 다 나가셨어요. 엄청 일찍 나가시길래 저도 놀랬어요."
"아...."


아주머니와 나밖에 없지만, 평소와는 너무나도 다른 분위기에 조금 어색해하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그런 나를 보더니, 웃으시며 밥을 준비해주셨다.


"사장님께서 작은도련님 잘 챙기라고 엄청 당부하셨어요."
"아...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저도 아들만 3명이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더 정이가네.."


평소와는 너무 다른 아침을 맞이하고는,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섰고, 집 앞에서도 기사님이 기다리며 인사를 건네주었다.

그렇게 생각보다 좋은 아침을 맞이하면서 나는 학교에 도착했다.


"하여운 얼굴 보는거 조금 불편한데.. 그저께 난리를 쳐서.."
"설아."


누군가 달려와서는 내 어깨에 팔을 걸었다.


"...준이?"
"공부 많이 했어?"
"아.. 최대한? 너는..했, 아니다 너는 안해도 잘하겠네.."
"....."


왜 저렇게까지 부담스럽게 쳐다보는거지?

계속 쳐다보는 성 준에 조금 어색해져서 얼른 올라가려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성 준이 아까보다 더 밝은 표정을 지으면서 내 옆으로 따라붙었다.


"왜.. 그렇게 웃는거야?"
"그냥. 기분 좋아서. 진짜로 니가 돌아온 것 같아서.."
"그게 대체 무슨 소ㄹ"

"안녕 얘들아."


성 준과 얘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내가 듣기 싫어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
"안녕? 무슨 얘기 중이었어? 공부는 많이 했어?"
"....어"


하여운은 내가 불편하지도 않은건가.. 하긴 불편했으면 전화와서 그런식으로 하지도 않았겠지...

하여운은 그 때 내게 한 말을 지키려는건지, 나를 은근히 가리면서 성 준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성 준의 행동이 나마저도 무안하게 만들어버렸다.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성 준에게 다가가는 하여운을 보고 더 대단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나라고 그렇게 당하고만 있는 성격은 아니었기에 몸을 움직였다.


"준아."
"응?"
"올라가자."
"그래."


나랑 같이 올라가려는 성 준의 옆으로 더 따라붙은 하여운이 속상한 모습을 보였다.


"준아. 혹시 나한테 화나는 거 있어?"
"..왜?"
"아니, 요즘 평소랑 다르길래.."
"..평소랑?"
"응.."


하여운은 엄청 시무룩한 표정으로 계속 성 준한테 질문했다.
그런데 성 준의 표정이 생각보다 너무 무서웠다.

옆에서 보고 있는 내가 봐도 조금 화가 난 듯 해보였다.
그걸 하여운도 눈치챈건지, 아까보다는 치댐이 덜해졌다.

그런데 갑자기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평소처럼이 뭔데?"
"어?"
"너 애초에 나한테 별로 신경 안썼던걸로 기억하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그래서 나도 너한테 딱히 아무런 관심 없었어. 그건 너가 더 잘 알지 않아?"
"......"
"그리고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지 않나.."
"......그래도 이때동안 계속 부르던게 한 번에 고쳐지는게 아니잖아."
"고쳐. 진짜 좆같게."


성 준은 고치라는 말과 함께 조용히 욕을 내뱉으며, 먼저 발을 옮겼다.

하여운은 그 자리에서 멈추어서는 움직이지 않았다.


"야. 너가 더 잘 안다는데? 그게 무슨소리야?"
"닥쳐"


아까 성 준이 했던 말이 신경쓰여서, 하여운에게 물었다.
당연하게도 좋은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냥 먼저 올라가려고 하여운을 지나쳤다.

아니, 지나치려고 했다.

하여운이 중얼거리는 말을 듣지 않았다면..


"대체 어떻게 된거야. 이게 대체... 팔찌도,인형도... 왜 다 쟤가 가지고 있는거야? 아니야. 그럴 수가 없지. 내가 주인공인데.. 확실한데.. 내가 주인공인게..맞을텐데.. 윤 설은 악역이잖아. 나랑은 비교할 수도 없는 악역역할이 분명한데... 왜.."


거의 주술을 외우듯이 중얼거리는 하여운도 당황스러웠지만, 그 내용은 더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하여운은 이 세계속에 대해서 나보다도 더 자세하게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등장인물의 관계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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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얼거리며 계속 불안해하는 하여운을 그냥 내버려두고 반으로 올라왔다.
오랜만에 보는 윤지가 교실안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윤지는 내게 인사를 하고는 다시 보고있던 교과서로 집중했다.
나중에 윤지한테 해줘야하는 얘기가 생각보다 많아서 얼른 시험기간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까 먼저 올라갔던 성 준이 자리에 없었다.
먼저 올라갔길래, 자리에 앉아있는 줄 알았는데.. 성 준은 조례시간이 끝나고 시험대형으로 자리를 옮기고나서야 반으로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나와 눈이 마주치자, 웃는 표정을 보여줬지만, 뭔가 억지로 웃는 느낌에 그냥 나도 따라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자리를 옮기자 나는 윤지와도 떨어져서 앉게되었다.
대신에 내 앞자리가 이도하로 바뀌었다.


"안녕, 공부 많이 헀어?"
"아니.. 최대한 열심히 했어. 넌 당연히 다 했겠지?"
"아니~ 나도 어제는 하나도 못했어,"
"거짓말."


너무나도 뻔뻔하게 거짓말을 치는 이도하읨 모습에 헛웃음을 지으며 가까이 다가온 이마를 손가락으로 밀었다.

뭐.. 뒤쪽으로는 1도 밀리지 않았지만..


"진짜야. 나 토요일에 너랑 헤어지고, 집 가서 아무것도 안했어."
"..."
"너한테 전화할까 고민도 엄청했고, 지금 연락하면 민폐이려나 생각도 했고, 그런 생각때문에 도저히 공부가 머리에 안 들어오더라."
"그래서 안했다? 일요일에도?"
"아니, 일요일에는 보고싶어서,"
"...."


저 얼굴로 저 대사는 조금 반칙 아닌가 싶었다.
진짜 웬만한 사람은 다 낚을 수 있는 얼굴이라고 생각했디.

솔직히 말해서는 이도하 얼굴이 내 이상형에 제일 가깝긴한데,,,
그런데.. 얘는 나한테 무슨 답을 원하길래 계속 쳐다보는거지?


"어.... 도하야?"
"응?"
"왜 자꾸 뒤를 보고 있어. 곧 시험인데 준비 안해?"
"말했잖아. 어제 보고 싶어서 공부 못 했다고. 그니까 지금 보고있어."
"뭐? 흡..하하..너 이런 성격이었어?"


맘에 쏙 든 장난감을 놓지 않으려는 아이와 똑같이 행동하는 이도하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데, 뭔가 조용해진 분위기가 느껴져서 주위를 돌아봤다.
내가 공부를 하고 있던 반 분위기를 너무 망친건가 싶어서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봤는데, 정말로 공부를 하고 있던 애들은 윤지를 포함해서 4명 정도였고, 다 나랑 이도하쪽을 보고 있었다.

나는 뭘까 싶어서, 이도하를 바라보며 눈짓을 했지만, 이도하도 딱히 별 말을 해주지 않았다. 내가 너무 시끄럽게 웃었나 싶어서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큰 형체가 내 옆에 있었다.


"승호?"
".....토요일에 못했던 얘기 시험 끝나고 하자."
".....응?"
"이번주 목요일, 시험 끝나고 약속 잡지 말라고."
"아.. 알았어,"


백승호는 그 한 마디를 남기곤느 다시 자기자리로 돌아가서 엎드렸다.
갑자기 날아온 소식에 반 애들도 당황하고, 나도 당황했다.

몇 명애들은 당황이 아니라 화가 나보였지만, 뭐.. 상관은 없나?

---------


그렇게 시간을 흘렀고, 마지막 시험 날이 다가왔다.

뭔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지만, 학교에서도 하여운을 포함한 모든 애들은 내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간간히 저녁에 은호 형에게 전화가 오거나, 이도하에게 문자연락이 왔던 것 정도?

윤 철도 대학교에서 내야하는 프로젝트 때문에 당분간 집에 들어오지 않고 학교에서 생활한다고 했고, 어머니라고 하는 여자는 집에서 거의 볼 수 없었기에 저녁은 아버지와 밥을 먹고, 아침은 아주머니와 얘기를 하며 밥을 먹는 하루하루가 반복되었다.

마지막 시험날이지만,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은 과목들로만 이루어져있었기에, 나를 포함한 모든 애들은 여유를 가지고 마지막 시험들을 끝마칠 수 있었다.

윤지도 만족스럽게 친건지, 시험이 끝나자마자 내게 달려와서 소리를 질렀다.
그런 모습에 나마저 안심이 되어서 다행이라고 등을 쓸어주었다.

12시 25분이 되자 종례까지 끝났고, 아이들은 하나둘씩 교실을 빠져나갔다.

사실 나도 백승호가 한 얘기를 기억은 하고 있었지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이었다.


"설아. 가자. 우리 맛있는 거 먹을까?"
"어...응. 그래."


주위를 둘러보니까 백승호도 없는 것 같았고, 날 잡아 이끄는 윤지에 그냥 윤지랑 맛있는거나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이 열리더니, 백승호가 엄청 헉헉거리면서 숨을 쉬었다.
뛰어온 듯 보였다.


"야...너.. 나랑 가기로 했잖아. 먼저 갈 줄 알았어. 하.."
"아.. 너가 없길래 먼저 간 줄 알았어. 미안해."
"아니, 미안하라고 한 얘기가 아니라...하.. 일단 가자. "


백승호가 얼른 교실로 들어와서 자기 짐을 챙기더니 나보고 가자고 얘기했다.

그런데 갑자기 앞 자리에 앉아서 시험지를 매겨보던 이도하가 뒤를 돌아보며 얘기했다.


"백승호, 어디로 데려가는데?"
"..집"

"집은 왜? 준이도 같이 가자,"

"..나도 오늘은 시간 비어,"


이도하의 질문에 답을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성 준과 김태겸이 끼어들었다.


"...됐어. 너넨 담에 와. 차피 우리집 오는거 별로 안좋아하지 않았어?"
"너네 집 때문에 가는거 아니니까, 뭐. 일단 같이 가지? 너네 집 데려가는거면 얘기 하려는거 아닌가?"
"하.. 따라오던가."


백승호는 그 말을 남기고는 내 손목을 붙잡고 교실을 나섰다.
나는 윤지가 생각나서 손목이 잡혀있지 않은 반대편 손으로 백승호를 잡았다.


"왜?"
"윤지도.. 같이 가."
"걘 왜?.. 하"
"안돼?"
".....알아서 해."


백승호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윤지는 '니가 오지말랬어도 갔을 거다'라면서 백승호의 심기를 거스르는 말들을 마구 쏟아냈다.
하지만 백승호는 착하게 화를 참는 듯 해보였다.

그렇게 교실을 나서고 교문을 나서려는데, 교문 앞에 익숙한 형체가 있었다.

그 사람은 나랑 눈이 마주쳐놓고는 마주치지 않은 척 하면서, 교문 앞의 꽃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나는 오늘은 뭔가 들어야 할 얘기가 많은 데다가, 쟤랑 여기서 또 부딫히면, 내가 더 힘들어질까봐..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나갔다.
나와 똫같은 생각을 한건지, 윤지도 한개도 관심없다는 듯이 그냥 지나쳤고, 나머지 애들도 다 우리를 따라서 왔다.

그렇게 백승호의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백승호의 팔을 잡았다.

백승호가 완전 찌푸린 표정으로 뒤를 돌아봤더니, 아까 꽃향기를 맡고 계시던, 하여운이 서있었다..


"너네... 어디가?"
"집. 이것 좀 놓지?"
"아.. 집? 집을 간다고?"


하여운이 집을 간다는 백승호의 말에 못들은거라도 들은듯이 여러번 되물었다.

그리고는 뭔가 불안해 보인느 표정을 자꾸 지었다.
마치, 시험 첫날에 성준이랑 부딫히고 나서 중얼거렸을 때랑 같은 표정이었다.


"집에 간다니? 그게 무슨소리야!"
"아..씨. 집 간다고. 시끄러 죽겠네."


보다못한 윤지가 하여운에게 조용히하라며 얘기했지만, 하여운은 윤지의 말은 들어오지도 않는 듯 했다.


"집을 왜 가? 너네 나랑 놀이공원 가는거아니야?"
"무슨소리야"


하여운의 말에 백승호는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이 하여운을 냅두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나를 포함한 나머지 애들도 백승호를 따라서 발걸음을 옮겼다. 하여운은 그 자리에 서서 뭔가 잘못되었다며 중얼거렸다.

..오늘 놀이공원을 가야한다고 했었지.. 저렇게까지 확신하면서 동요하는 걸 보니까, 원작대로라면 시험끝나고 다같이 놀이공원을 간다는 소리잖아.

지금 하여운은 그 원작의 길로 가기 위해서, 별로 펴 있지도 않았던 꽃들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고 그랬다는건가?

뭔가 우스워졌다.
이 정도로 원작이 뒤틀리고 있으면, 뭔가 대책을 세워야지.. 무작정 원작만 따라한다는게 안쓰러워질 지경이었다.


"일단.. 오늘 이야기를 들으면 실마리는 풀리겠지.."
"뭐라고 설아?"
"아냐. 오늘 얘기 듣고 너한테 해줄말이 많아. 윤지야,, 시험 끝나기만을 기다렸다고"
"그래. 얘기하면 다 들어줄게."
"응."


뒤에서 걸어가면서 윤지와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다보니까 벌써 버스정류장이었다.


"하.. 사람이 너무 많아져서 기사님은 오지말라고 했어, 너넨 왜 온다고 해서.."


백승호의 차에 6명이 다 탈 수는 없었기에, 백승호는 기사님보고 오지말라고 하고 버스를 타자고 했다.

백승호가 찔리라고 한 그 말에, 아무도 신경도 쓰지 않은 듯 했다.
그래서 그런지 백승호는 말을 하다가 말았다.

나는 슬그머니 다가가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
"..아.. 고맙다고, 이거 좋다고 하지 않았어?"
"....어"


내가 손을 올려서 쓰다듬자마자 순간 정적이 일었다.

이렇게 시선이 몰리면 조금 부담스러운데,,

그렇게 손을 내렸지만, 계속 따라오는 시선들에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는데, 윤지가 다가와서 귓속말을 했다.


"와. 설이 선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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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7-13 15:55 | 조회 : 1,558 목록
작가의 말
gazimayo

와! 오늘은 왜이리 글이 잘 써질까요? 히히히 알바하던 도중에 쓰고 있답니다. 이제 곧 집에 가요!!! 그래서 이정도 밖에 못 썼어요 다들 좋은 하루 보내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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