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화

49화




하여운이 그렇게; 전화를 끊었고, 나를 포함해서 우리 셋은 아마 다 다른 생각에 아무말도 못했다.

하여운이 언제 빙의한건지, 이수한을 어떻게 아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원래 나와 아는사이였다는 거겠지...?


그런생각을 하고있는데, 갑자기 한숨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난 쪽을 보니까 어딘가 화가나보이는 백승호가 보였다.


"왜 그래..?"
"미안해, 진짜로 미안해."


진짜로 슬퍼보이는 목소리에 나는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변명같이 들리겠지만, 정말로 몇일전까지 내 생각이 내 생각이 아니었고, 내 몸이 내 몸같지가 않았어."
"저번부터 그게 무슨 소리야...?"
"나도 잘 모르겠어."


솔직히 너무나도 답답했지만, 훨씬 더 답답해보이는 백승호의 모습에 아무말도 안하고 있었다.

백승호가 고개를 숙이고는 가만히 있자, 어떻게든 해줬으면 해서, 나는 은호 형을 바라봤지만, 은호 형도 어깨만 으쓱 거릴뿐 다른 방도를 생각하지 못한 듯 보였다.

그렇게 백승호가 진정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윤 설,"


백승호는 진정이 된건지, 나를 바라보면서 불렀다.


"왜..?"
"너 사고났었던거 기억나?"

"백승호!"
"왜, 얘도 알 건 알고, 기억할 건 기억해야되는거 아니야? 언제까지 모른 척 할건데..?"
"......."


나는 백승호의 말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사고라니.. 그게 대체 무슨...


"너 사고났었다고, 그 사고로 니가 우리만 기억을 못한데... 그게 말이 돼?"
"무슨 소리야, 그게?"
"니 머리에서 나랑 성 준이랑, 김태겸, 이도하만 지워졌다고."


지금 저 말은.. 윤 설이 사고가 났었고, 윤 설의 머릿속에서 쟤네의 기억이 없어졌다는 건.....


"우리가 아는 사이었다는거야?"
".......어....."


머리가 꺠질 듯이 조여오기 시작했다.


".....아.."


나는 갑자기 깨질듯이 조여오는 머리에 비틀거리며 눈을 감았다.
은호 형이 그런 나를 잡고는 백승호에게 소리쳤다.


"야! 아직 이르다고 했잖아."
"그리도... 너무 답답하다고! 언제까지 숨길건데.."


나는 도저히 둘의 얘기에 끼어들 수도 없었고, 끼어들지도 못할만틈 머리가 아팠다.
진정을 하고는 백승호를 붙잡고는 물었다.


"얘기해줘. 부탁할게..나 알고싶어..."


나 혼자서는 도저히 알아낼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인 듯 보였다.
나는 그래서,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는 백승호에게 부탁할 수 밖에 없었다.

알아야할 것만 같았다.


"설아. 일단 시험 끝나고 얘기해보자."
"......."
"설이 머리 아프면 안되니까, 응?"
"네."


하긴 지금 엄청난 팔을 듣는다면 시험에 집중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나는 은호 형의 표정에 알겠다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아직은 시간이 많으니까.. 괜찮겠지...

그리고는 나는 침대로 가서 누웠다.


"자고 가실 거죠?"
"뭐, 아버지도 집에 못 가시겠네. 자고가지 뭐."


은호 형은 자고간다며 내 침대위로 올라왔다.
누군가와 한 침대에서 자는 건 상당히 오랜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웃음이 튀어나왔다.


"왜 웃어?"
"아.. 오랜만인 것 같아서요."
"뭐가?"
"같이 자는거요?"


내가 말을 뱉지 옆에 누웠던 은호 형도, 가만히 서있던 백승호도 얼굴표정이 굳었다.


"왜요? 내가 뭐 잘 못 말했나..?"


내가 혼자서 중얼거리자, 백승호가 불을 끄고는 은호 형이 누워있는 반대편으로 누웠다.


"아니, 피곤해서 그래. 자 얼른"
".....어.. 네 알겠어요...."


그런데 막상 누우니까 잠이 오질 않는 것 같았다.

나만 그런 건 아닌듯보였다.
양 옆에서 계속 움찔거리는게 느껴질 정도였다.


"야, 승호야."


나는 백승호 쪽으로 돌아 누운 후 이름을 불렀다.
누운 상태로 눈이 마주쳤고, 생각보다 누워있는 거리가 가까웠던건지, 눈을 마주치는 거리가 매우 좁았다.

불이 꺼져있는데도,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이는 눈동자에 그냥 마주치고만 있었다.

계쏙 서로를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눈 앞이 깜깜해졌다.
말이 좋아 깜깜이지,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
"얼른 자야지, 키 안큰다 너?"


내가 보고있던 방향의 반대편에서 다가온 손이 눈을 감싼 듯했다.
그리고는 얼른 자라고 얘기를 했다.


"...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냥 그 상태로 눈을 감았다.

형도 그 손을 치우지 않고 있엇고, 나도 그 손을 딱히 치우고 싶지 않았던건지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아침에 눈을 뜨니까, 옆에 두 사람이 없었다.


"...뭐지?"


의아한 마음에 밑으로 내려가니까, 백승호와 은호 형의 아버지도 집에 가신 듯 했다.

어머니와, 윤 철과 아버지만이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으려고 하는 듯 했다.


"뭐야? 늦잠잤니? 얼른 와서 앉아. 손님들 가신지가 언젠데.."


정이라고는 한개도 없어보이는 말투와 목소리였다.
딱히 상처는 안 받았지만, 앞에 아버지가 앉아있었기에 상처를 받았다.라는 식으로 행동을하며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내 앞에 수저가 놓였다.

처음보는 아주머니였다.


"....?"


내가 도저히 누군지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고있자 먼저 인사를 건내주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새로 일하게 된 사람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도련님."
"...네."


아주머니는 매우 밝게 인사를 하시고는 다른 일을 하러 부엌을 벗어났다.

아주머니가 부엌에서 나가자마자, 쨍쨍거리는 목소리가 귀를 찔렀다.


"여보?"
"..."
"제가 데려온 아주머니가 그렇게 마음에 안드셨어요? 그렇다고 어떻게 저한테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자르실 수 있죠?"


이떄동안 나를 무시하던 가정부가 안 보인다 싶었더니, 아버지꼐서 이미 손을 쓰신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저 여자도 새로 온 아주머니가 불만인 듯했다.


"아니, 마음에 안드시면 제가 새로 뽑으면 되는데.. 왜 굳ㅇ"
"....."


아버지가 먹던 수저를 큰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내려놓았다.
그 여자는 그제야 눈치를 챘는지, 아무말도 안하고 밥을 먹었다.

쓸데없이 불편해지는 분위기에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지경이었다.


"설아, 왜 이리 못 먹어?"


윤 철이 날 보더니 물을 건내주었다.
되게 받기 싫었지만, 이 상황에서 저 물을 받지 않는다면, 저 여자의 반응이 어떨지 눈에 훤했다.


"....어.. 고마ㅇ"
"이거 마셔라."


그런데 갑자기 튀어나온 손에 윤 철이 자기가 뻗은 물을 다시 도로 가져갔다.


"감사합니다. 아빠."
"....."


아버지가 건네주신 물을 받아서 마신 후에 아빠라고 부르자, 여자의 얼굴이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뭔가 일단 한 방 먹인 느낌이 들어서 밥을 다 먹고 공부를 하겠다며 방으로 올라갔다.

방에가서 휴대폰을 확인하니까, 백승호와 은호 형과 이도하에게 문자가 와있었다.


"...보고하는거야?"


백승호와 은호 형은 말 못하고 가서 미안하다며, 너무 곤히 자서 깨우기가 그랬다며 연락을 남겼고, 이도하는 오늘도 도서관에 갈거냐는 문자를 보냈다.

나는 각자 다 답장을 해주고는 책상에 앉아서 책을 폈다.

오늘은 그냥 집에서 대충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끼에, 빨리 내일 공부하는 과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공부를 하다보니까, 금새 시간이 갔고 저녁을 먹으러 내려오라는 말에 밑으로 내려갔다.

아버지밖에 안계시는 풍경에 뭔가 의아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더니, 내 생각을 읽은건지 새로 온 가정부 아주머니께서, 그 여자와 윤 철이 같이 어디 나갔다고 얘기해주었다.

별 말 없이 아버지랑 밥을 먹긴 했지만, 아까보다는 편한 느낌에 그냥 천천히 밥을 먹고 다시 방으로 올라가서 공부를 했다.

은호 형이 전화가 왔지만, 오늘은 윤 철도 없고, 내일이 시험이기에 그냥 10분정도만 전화를 하고는 끊었다.

그렇게 어제와는 다르게 조용한 하루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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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7-12 22:25 | 조회 : 1,585 목록
작가의 말
gazimayo

감사합니다. 내일 찾아뵐게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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