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정신없이 보건실 밖을 나왔다. 보건실 기록을 통해 반을 확인하고 나는 올라왔다.
나의 반은 이과반인 2-8반이었다.복도가 조용한걸 보니 지금은 수업시간인 것 같았다.
일단 내가 윤 설이라는 사실은 확실하고...... 최대한 조용히 있어야지..

나는 교실 문을 열었다. 모든 아이들의 시선이 집중되었고, 나는 그 시선을 견딜 깡이 안된다.

" 죄송합니다. 보건실에 갔다 왔어요."
".....뭐라고???"
" 늦어서 죄송합니다."
"......"

죄송하다고 했는데.. 저렇게 눈치를 주냐... 사과했는데.. 억울하네.
그냥 자리에 앉아야지..어디가 내 자리냐고..
비어있는 자리에 앉으면.... 비어있는 자리가 5개나 되잖아.. 뭐냐고...
아무곳에나 앉고 비켜달라면 비켜야겠다.
나는 자리에 앉았다.

"쟤 왜 저기 앉냐?"
"쟤 관종 짓 하는거 한두번이냐......"
"근데 사과하는 거 봤어?"
"아프긴 한가봐."

쟤네는 왜 저렇게 사람을 흘깃거리면서 소곤거리지. 괜히 신경쓰이네...짜증나 피곤해...
일단 정리를 해보자.
나는 윤 설에 빙의했고, 윤 설은 메인공인 백승호를 좋아해서 메인수인 하여운을 심하게 괴롭히다가 공들에게 되돌려받고, 결국에는 마지막에 정신병원에 보내져서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역할이다. 윤 설을 정신병원에 보낸 공들과 메인수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이어지는 정말 엿같은 상황이다.
하... 책이라도 정확히 다 볼걸.... 너무 유치해서 2화만에 꺼버린 바람에 대체적인 내용과, 주요 등장인물, 일이 벌어지는 시기 정도 밖에 알지 못한다.
내가 2학년이니까 지금 나는 벌써 하여운을 괴롭히고 백승호에게 열심히 들이대고 있는 시점일텐데..... 하필 빙의해도 왜 이 시점으로 하냐고....
내가 내린결론은 최대한 백승호 무리에게 엮이지 말자!와 메인수에게 신경끄자!이다.
다신 사랑 안할거니까, 나는 그냥 빨리 내 원래 몸으로 돌아갈 방법이나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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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댕-동)

" 자 수업은 끝났고, 여기까지는 다음 수업까지 숙제다."
" .....아 쌤!!!"
" 자, 반장 인사!"
" 반장오늘 아파서 병원갔다가 온다고 했어요."
" 오늘 인사는 생략이다. 수업 끝!"

나는 선생님의 수업 끝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책상위로 엎어졌다. 너무 피로했다. 머릿속이 복잡했고, 빙의한 시점마저도 너무 엿같아서 눈물이 나올 지겨이었다.
나는 엎드리며 눈을 감았다. 만에하나라도 지금 이게 꿈일수도 있기에, 내가 눈을 뜨면 병원일수도 있기에, 아니면 그냥 현오가 바람피는 것조차도 내가 꾼 꿈일 수도 있기에 나는 눈을 감고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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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야!! 윤 설! 일어나라고!!"
뭔 소리야.. 귀 떨어지겠네 진짜....

"윤 설! 귀먹었냐? 여기서 왜 지랄이냐고."
나는 너무나도 소란스러운 소리에 눈을 떴다.

반의 모두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아까부터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는 만화에 나올법한 빨간 머리를 한 잘생기면서 사나워보이는 소년이 서있었다.
얼굴을 쳐다보고만 있자, 다시 한 번 소리를 질렀다.

" 야! 윤 설. 너 왜 남의 자리에서 쳐자고 있냐? 존나 관심받는 법도 여러가지네."
...내 자리가 아니었구나... 근데 왜 뭐라하고 그러냐.. 좋게 얘기하....아??
지금 내가 잘못보고 있는건가? 왜 나와 대화하고 있는 저 남자애 명찰위에 백승호 무리 중 한명인 김태겸이라고 적혀있는거지? 아....ㅅㅂ 좆됐다... 진짜.... 눈에 띄지 않기로 다짐한지 1시간도 안됐는데... 진짜 뭐냐고..
사과하고 이상황을 벗어나야지..

" 야!! 니 지금 씹냐?"
" .... 미안. 내가 머리가 아파서 내 자린줄 착각했어."
" .....?뭐라고? 미안? 착각?"
" 어. 착각했어. 미안해. 비킬게."

나는 사과와 함께 빨리 자리를 벗어났고 교탁으로 가서 내 자리를 확인한 후에 내 자리에 앉아서 다시 엎드렸다.
내가 나의 자리로 가서 엎드리는 순간까지 뒷통수가 타는 줄 알았다. 비켜줬는데 왜 자꾸 꼬라보냐고.. 저 개새ㄲ...
훨씬 어른인 내가 참자... 이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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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리를 찾아서 엎드령있다가 그만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눈을 뜨니까 조용했다. 시간을 보니까 점심시간인 것 같았다. 아까 비어있던 자리에도 가방이 있는 것 보니까 메인공을 포함한 공 후보들도 다 온 것 같았다. 이제 쟤네랑은 눈도 안 마주쳐야지...

배가 고파서 급식실을 갈까 했는데, 이 나이에 친구도 없이 급식실에서 혼급을 해서 뭐하지 싶다. 그냥 매점을 가야겠다. 내 돈이 아니라서 손대기가 미안하지만 지갑을 찾아서 매점으로 향했다. 지갑을 열어보니 내 한달 월급이 들어있었다. 나도 어디가서 못번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윤 설은 부잣집 아들이었나보다. 다시 한번 책을 제대로 안읽은게 후회가 되었다.

한숨을 쉬면서 빵은 한손에, 토마토주스는 입에 물고 교실에 도착했다.
내 자리에 앉아서 빵을 한 입에 넣고는 목이 막힌 걸 한번에 해소하기 위해서 토마토주스를 원샷했고, 캔과 쓰레기를 버렸다. 그런데 갑자기 반의 문이 열리더니 검정머리의 아까 김태겸과 다른 잘생김의 소년이 들어왔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눈이 마주친 순간, 이 아이는 백승호 무리 중 하나일 것이다.라고 직감했다.
얼른 자리를 비키려는 순간 사례가 들려서 입에 있는 빵이 튀어나왔다. 토마토 쥬스까지 젖어있어서, 마치 내가 대학시절 MT에 가서 선배들에게 붙들린 채 엄청 마신 다음 날 토사물 같아보였다. 그 아이는 당황한듯 굳어있었고, 나는 내가 들고 있던 휴지로 바닥을 닦은 후에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났다. 벗어나는 내 뒷모습을 그 아이가 계속 쳐다보고 있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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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5-20 21:41 | 조회 : 2,669 목록
작가의 말
gazimayo

맞춤법 지적 달게 받아요! (이쁘게 알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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