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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집에 도착하자 전에 살던 곳과 몇 공간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허물벗듯 옷을 벋고 집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욕실로 가고 싶었지만 여는 곳은 서재아니면 침대가 놓여진 방이었다. 방안에도 화장실이 딸렸을 테지만 오늘은 큰 욕조에서 발뻗고 쉬고싶다.

슬슬 한기가 몰려올때쯤 수진은 욕실을 찾아냈다.
혼자 들어가기 아쉬울 정도로 큰 욕실엔 이미 입욕제가 준비되 있었다. 아쉬운 점은 욕조에 물을 받아놓지 않은 점이었다.
수진은 대충 샤워를 하고 차가운 욕조 안에 들어가 물을 틀었다. 사방에서 물이 나오는 욕조는 크기 때문인지 체워지려면 시간이 오래걸렸다.
그동안 수진은 가운을 두르고 입욕제를 골랐다.

한참 전 일이지만 로랜이 입욕제에 빠진 적이 있었다.
그때는 매일같이 욕조 안에서 정사를 치루는라 곤욕이었다. 평소보다 울리는 목소리와 차가워지기는 커녕 점점 뜨거워지는 몸.
입욕제에 들어갔다 나온 몸은 미끄러웠고, 싫지만 평소보다 기분이 좋았다.

그때를 떠올리자 얼굴이 달아올랐다. 아무 입욕제나 손에 쥐고 물안에 풀었다.
동그란 입욕제가 물안에 들어가자 귀여운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색깔이 피어올랐다.

"취향 귀엽네."

황급히 고개를 들어 본곳엔 수현이 서있었다.
기척도 내지 않고 다니는 수상한 놈이다.

수진은 수현이 귀엽다고한 입욕제를 처다봤다.

연한 핑크가 물과 섞여 반짝거리고 있었다.

'하필 집어도 이런걸.'

딱히 핑크색에 반감이 있는건 아니였지만 수현 앞에서 핑크색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왜 여기에 있는거야?"

약속이 다르다.

"날 할머님 말씀에 껌뻑죽는 형이랑 비교하면 곤란하지."

수현은 그사이 옷을 벗고 샤워를 했다.

"뭐하는 거야! 나가!"
"왜? 그거 보여주기 싫어서 그래?"

수현이 가르킨 곳엔 주신의 반쯤 서있는 수진의 것이 있었다. 물이 아직 차오르지 않은 탓에 핑크색 물로도 가려지지 않았다.

수현의 볼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황급히 다리를 껴안아 몸으 동그랗게 만들었다.
순간 수현과 했던 그때가 떠올랐다.

'더워서 어떻게 된건가.'

수현은 스스로에게 어이가 없었다.

"네가 안 나가면 내가 나가."

웅얼거리는 목소리 였지만 확실히 전달은 됐다.

수진은 욕조에서 나와 바닥에 던져뒀던 가운을 주워입었다.

"가지마."


가만히 보고있던 수현이 뒤에서부터 수진을 껴안았다.

"안지마! 아래... 닿는..."

말랑한 엉덩이가 수현의 것에 닿았다, 다리 사이로 금세 피가 쏠렸다.
수진은 수현을 밀어봤지만 소용 없었다.
투박한 손끝에 부드러운 살이 스칠때마다 수진은 소리를 죽이고 몸을 떨었다. 경직되는 몸과 떨려오는 근육, 몸이 뜨거웠다.

수진은 작은 목소리로 욕을 내뱉었다.
미끌거리는 입욕제 때문에 자신이 이렇게 된거다. 평소라면 이럴일은 절대 불가능하다.

"욕조 들어가자."

귀까지 빨게진 수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목 뒤가 간지러웠다.

질질 끌리다시피 수현에게 매달려 욕조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수진 혼자 있을 때와는 다르게 수현이 들어가자 물이 한 번에 차올랐다, 심지어 넘치기까지 했다.

수현의 허벅지 위에 앉아있는 수진은 탄탄한 허벅지의 감촉을 느끼지 않기 위해 허리에 힘을 줬다. 몸을 일으켜 반대편에 앉아도 됐지만 이미 다 서버린 아랫부분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지금 일어나면 천 한 조각 걸치지 않은 엉덩이가 보인다.

"잠시만."

수현은 발끝으로 수도꼭지를 차가운 쪽으로 틀었다. 그 때문에 수진은 허벅지 사이에 생긴 틈으로 몸이 빠졌다.

수현이 약하게 몸을 떨었다.

'닿아.'

머리가 어지럽다. 평소라면 이 정도의 피지컬과 저 정도의 얼굴, 안전까지 보장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믿을 만한 사람이면 고민도 없이 입술 먼저 겹쳤을 것이다.
입술이 닿아 당황하는 사이 이빨 사이로 혀를 비집어 넣고, 입천장 부터 글듯이 살살, 무서워하지 않게 천천히 움직여줬을 것이다.
혀끝으로 가볍게 말아올릴 쯤이면 이미 서로의 옷을 벗기고, 가쁜 숨을 쉬기 위해 잠시 입을 멈췄을 때는 진작 허리를 겹치고 있을 것이다.

"...하고싶다."

뭉게진 발음에 목소리가 물흐르는 소리에 뭍혔다.

수진은 황급히 고개를 돌려 수현을 처다봤다.

'들었나?'

다행이 수현은 듣지 못했는지 가만히 눈을 맞춰왔다.

"...나가."

수진은 아무말이나 던지고 고개를 돌렸다.

수현은 수진을 가볍에 들어올렸다.
수진은 다시 허벅지 위에 앉게 됐지만.

"빼!"

뜨거운 물 사이에서도 그것의 온도만은 확실히 느껴졌다.

"...이상은 안 할께."

수현이 살며시 어깨에 얼굴을 올려놨다. 한숨 같은 숨소리가 귀를 간지렸다.
뭐가 이리 조심스러울까. 방금 전까지 죽일 듯 달려들었으면서 지금은 건드리지도 못해 혼자 벌벌 떠는 꼴이라니. 수현은 아직도 자신을 신성한 존재로 여기는 것인지, 아니면 욕정 풀이 도구로 여기는 것인지 분간이 안 갔다.

'차라리. 그냥...'

차라리 자신의 본 모습을 전부 보여줘 버리면 환멸을 느끼고 떠나 버릴까.

자신은 처녀 같은 상대를 원한다며 떠나버린 연인도 있었다. 고작 안기는 상대보다 먼저 절정에 달했던 게 창피한 건지, 아니면 섹스에서도 교양을 찾는 건지. 수진은 굳이 침대 위 매너도 없는 연인들에게 매달리지 않았다.
매스컴에 입만 다물고 있으면 상관없다.

수진은 몸을 완전히 돌려 수현을 바라봤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광경은 꽤 맘에 들었다.
그의 어깨에 양팔을 올려 깍지를 꼈다. 물에 젖은 머리카락이 손가락에 감겨왔다.
팔을 굽히자 둘의 거리는 코앞까지 좁혀졌다.
서로의 숨소리가 섞여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수진은 굽히고 있던 다리를 풀고 완전히 허벅지 위에 앉았다. 체중이 온전히 쏠리자 수현은 작게 신음했다.

수현은 몸을 앞으로 숙여 덮치듯 수진을 껴안았다. 수진은 익숙한 듯 허리에 다리를 감았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그 말을 끝으로 욕실에선 찰방거리는 물소리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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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4-11 22:52 | 조회 : 1,612 목록
작가의 말
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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