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너는 꽃 같다.

“여름방학이 되서 나랑 같이 식물원에 가자고?” “응! 재밌을 것 같지 않아?” “근데 놀이공원같은 데가 더 재밌지 않아?” “그래서…안 가줄거야…?” 한명이는 울먹이며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알았어, 알겠다니까? 같이 가 줄게.” “후훗, 넘어왔군.” 음흉한 얼굴로 웃고 있다. “에?” “크큭, 네 얼빠진 얼굴 보는 것도 재밌다니까?” “에?! 내가 그런 얼굴이었어…?!” 황급히 얼굴을 손으로 가렸지만 한 방 먹은 듯 했다. “내 아파트 앞버스정류장으로 와.” “흥, 안가.” 나는 삐진 척이라도 해 보았지만 이미 다 안다는 표정으로 깔깔거리며 한명이는 갔다. ‘기분 나쁘네…쳇.’ 그리고 다음 날.
‘삐진 척 하긴 했어도 일단 왔는데…왜 없어?!’ 버스정류장은 고요만 감돌고 있었다. ‘한명이 걔, 나 약올리려고 거짓말 한 거 아냐?’ “왁!” “으악, 깜짝아!!” 메롱거리는 이 녀석은, 날 놀래키려고 숨어있었던 모양이다. “하핫, 역시 넌 단순하다니까?” “뭐~?” “야!” 버스에 날아가듯 타서 버스카드를 찍었다. ‘빨리 타!’ 그런 느낌이었다. 나도 버스에 올랐더니 사람이 생각보다 없었다. 맨뒤쪽으로 가서 앉아 나를 보란 듯 앉으라고 손짓했다. 뭔가 한명이의 계획대로 되는 것 같아 찜찜했지만 일단 앉았다. 한명이는 휴대폰 메모를 열어 열심히 쓰기 시작했다. ‘너 버스 처음 타봐?’ “응, 그렇지. 보기만 했으니까. 타는 건 처음이야.” “아, 근데 네가 식물원에 가고 싶어하는 이유를 알려줄 수 있을까?” 그리고 한명이는 ‘내가 식물을 좋아하거든. 특히 꽃을 좋아하는데 하얀 안개꽃, 예쁘지 않아?’ “음…안 봐서 잘 모르겠어.” ‘그렇구나, 근데 안개처럼 예쁜 꽃이야.’ “안개…? 안개가 예쁘진 않는데?” ‘헉, 투명이 감성 없어.’ 심각한 얼굴로 날 쳐다봤다. “하하, 안개. 예쁘지.” ‘로봇같아.’ “그럼 어떡해… .” 나는 식물원에 가기도 전에 지쳐 버렸다. 저 녀석, 웃겨 죽는다. ‘나 놀리는 게 그렇게 좋냐, 이 녀석아.’ 그러고 있는데 식물원에 도착했다. “으, 벌레.” 벌레가 생각보다 많았다. “투명아, 벌레도 너 못 봐?” “그렇지.” “그건 좀 부럽네. 나는 벌레가 내 몸에 들러 붙는 건 좀 별로거든.” 그러면서 자신의 옷 위에 붙은 파리를 털어냈다. 여기 청소년 한명이요. “얘야, 네 부모님은?” “곧 오실거에요.” 그러고는 바로 뛰어가 버렸다. “빨리 오라고!” “야아!” 잠시 한명이는 자판기에서 물을 뽑아 마시고 있었다. “헉헉, 너무 힘들어….” “겨우 그정도 가지고~?” “쳇, 안 힘들거든.” “그래? 저기 온실 있다!” 그러고는 잽싸게 뛰어가 버렸다. “야 뛰지 말라니까?!” 들어가자 열대지방에 사는 여러 식물들이 있었다. “우와아—.” “어우, 후끈후끈하다.” “뭐야, 너 힘들었어?” 나는 키득키득 웃으며 물었다. “그럼요~ 너무 대단하신 투명이보다 못 뛰어서 그래요오~.” “야, 너 자꾸 비아냥거릴래?!” “네에~? 저는 모르는 일인데요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우리는 온실에서 나와 꽃밭으로 갔다.
찰칵찰칵, 한명이는 열심히 꽃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름 잘 찍네.” “그럼! 난 사진찍는게 좋거든.” 찰칵! “에에?! 나 찍은거야, 방금?” “응! 어디보자…오오, 잘 찍혔어!” “역시 그것도 너만 보이니?” “그럴 것 같은데?” “근데 이 꽃은 무슨 꽃이야?” “이 꽃? 카사블랑카라고 하는 꽃이야. 이 꽃은 영화로 나와서 유명한 꽃이지.” “그럼 이 꽃의 꽃말은 뭐야?” “꽃말? 카사블랑카의 꽃말은 ‘웅대한 사랑, 당신을 진정 사랑하기에 떠나보내겠습니다.’ 야.” “뭔가 새드엔딩같아.” “그렇지? 참 뭔가…아쉬운 꽃말이네….” “응?” “아무말도 아니야, 우리 사진찍을래?” “좋지!” 우리는 사진을 아주 많이 찍었다. “야…한명아…그만 찍자…지친다….” “한 장만 더 찍지…쳇.” 잔디밭 위에 들어누워서 말했다. “우리 처음 만났을때도 이랬지?” “그치.” ‘밝다, 그 미소 아마 태양같다 느낀거겠지. 하지만 역시 팬지같이 예쁜 꽃도 너랑은 어울리는 것 같다….’ “왜 그래?” “아냐, 네가 꽃같아서.” 그렇게 하루는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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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4-04 22:59 | 조회 : 675 목록
작가의 말
냐옹이와 야옹이

예쁜 삼색 팬지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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