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만남이란 운명은 갑자기 찾아온다.

푸른 잎들이 나무에서 자라나 활기가 넘치는 여름이다. 매미와 곤충들은 울고, 수풀은 우거지며 나비가 나풀나풀 날아오르는 때이다. 잔디가 넓게 펼쳐져 있는 공원 들판에 누워 나는 언제나 살랑이는 바람 소리를 듣고있다. 손을 하늘로 쭉 뻗고 생각해본다. ‘나는 인간일까?’ 나는 목청을 올리며 소리쳐도 손을 열심히 흔들어 봐도 내 눈물이 땅에 스며들때조차 아무도 나를 바라본 적이 없다. 언제 어디에서태어났는지 이름은 무엇이었는지 부모님은 누구셨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아니, 이런 나에게 부모님이란 존재는 있었을까? 기억 한줌조차 없는 나에게 소원이 하나 있다면 바로 ‘보이는 것’ 이다. 분명 보이는 것대로 문제가 있겠지만 안 보이는 것은 더욱 가혹하다, 고독의 늪에 빠진 것처럼. 그러던 나에게 갑자기 만남이 찾아왔다. “넌 누구니?” 나와 똑 닮은 사람, 한 중학생...정도로 보인다. 그래도 나는 일단 너무 당황했다. “내...내가 보여?!” 그리고 해처럼 밝은 미소로 답해주었다. “응!”
우리는 언덕에 걸터앉아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니까...다른 사람 눈에는 네가 안 보인다고?” 열심히 끄덕였다. “목소리조차 안 들렸다고, 그런데 너는 참 이상하다.” 볼을 잡아 늘려보았다. “오, 만져지네.” “근데...지금까지 네가 말한 걸 보면 너는 투명인간이야?” “글쎄...귀신이나 유령, 악령같은건가?” “갑자기 서늘해졌어, 하하.” “내가 악령같은거라도 너를 저주하거나 잡아먹진 않을껄~? 너는 나와 대화한 처음이자 유일한 사람이거든.” “기억이 없어?” “응, 이제 한 한달쯤...? 지난 것 같아.” “뭐뭐! 이렇게 만난것도 운명이니까! 우리 친구할래?” 나는 갑자기 얼굴이 붉어졌다. “진...짜로?” “그럼~! 나도 친구 없어서 외롭다고~.” “...그래! 이름은 뭐야?” “나? 이한명, 너는? 아 기억이 없다고 했지...? 이름도 없으려나...?” “으응...괜찮다면 내 이름, 지어줄래?” “그래, 너하고 닮은 것 같으니까 명자 돌림을 해서...투명하니까 이투명으로 하자!” “큭큭, 너 작명솜씨가 별론데?” “뭐야~? 그럼 이 이름, 안 쓸거야?” “아니, 고맙게 잘 쓸게. 근데 진짜 너하고 나, 닮았다.” “그치~, 헛! 도플갱어끼리 눈이 마주치면 죽는다던데?!” “에? 그거 헛소문 아니었어?!” “아냐! 실제로 사건이 일어났었다고~ 일란성 쌍둥이가 세상에 거의 없는 이유 중 하나야! 아예, 부모님들이 안보게 하기도 해서 키운다고도 한다고!” “야, 무서운 이야기 하지마~.” “그래도, 우린 아닌가봐.” “왜? 왜 그렇게 확신하는건데에~?!” 두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데, 한명이는 그 손은 잡아떼고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있었다. 우리는 눈 한 번 안 깜박이며 있었다. “봐바, 우린 괜찮다고~?” 얼굴이 빨개져버렸다. “하...하긴! 아까 이미 눈을 마주쳤는걸...안그래?!?!?!” “하핫, 그렇지.” 재밌다듯이 웃으며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야 근데 자세가 좀...그렇다? 어쨌든 사람들에겐 내가 안 보인다 치지만 약간...덮친 느낌이다...?” 두 팔을 내 머리 양옆에 두고서 나를 응시하고 있는데, 오해하기 아주아주 쉬운 상황이다. 내가 안 보여서 다행이지, 이렇게 생각한 것도 처음이다. “안 보이잖아~? 그럼 상관없지!” 저 밝은 웃음이 내 에너지원이 되는 느낌이다. 태양의 빛은 아마 한명이의 미소같은 게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뭐...그럴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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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3-27 23:56 | 조회 : 1,155 목록
작가의 말
냐옹이와 야옹이

자세한 표현을 넣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재밌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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