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여왕

"오늘도 바로 집에 가는거야?"
"집 말고 어디에 가야하지?."
"그래도 말야, 이맘때쯤에는 청춘을 즐겨야한다구~? 제대로 친구들하고 놀고! 너무 공부만 하는것도 좋은건 아니니까~"
"나의 청춘은 네가 다 잡아먹고 있잖아. 그리고 그런걸 바란적도 없어."
"하하, 잡아먹는다니....너무한 표현이네....."
"......."

탐스러운 흑발을 가진 소녀의 뒤를 검은 요정이 쫄래쫄래 따라간다. 그 소녀는 눈동자도, 머리카락도, 의복도, 심지어 풍기는 아우라조차도 전부 어둠뿐이라 또래들 사이에서 줄곧 밤의 여왕이라 불린다. 중2병스러운 단어지만 그녀를 한번이라도 보았다면 결코 이 별명에 토를 달 수 없을 것이다. 다른 의미로도, 그녀에게 이 별명은 정말 어울리니까.

  그녀의 미모에 반해 고백해오는 사람들도 적진 않았다. 심지어 그녀는 시험 기간이였던 저번주에도 러브레터를 받았다. 다만 그녀의 반응이 어땠는지는 물 보듯 뻔하니 일단 용기를 낸 사람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

  몇시에 어떤 곳으로 와달라는 말은 들은채도 않했다. 직접 찾아오는 고백도 언제나 똑같은 말로 거절했다. 꽤나 정중한 말투로 거절을 해도 포기할줄 모르는 사람들에겐 가차없는 매도를 보여주었다.
한번은 옆학교의 질 나쁜 선배에게 걸려 괴롭힘과 다름없는 스토킹을 당한적이 있었는데 악명 높다는 소문과는 다르게 3일만에 막을 내렸다고 한다. 어째선진 아무도 모른다.

말투나 평소행실을 나쁘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그녀를 좋게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나이와 성별을 만무하고 모두에게 차가우며, 타인과 일상적인 의사소통을 나누는 모습도 일체 보여주지 않는다. 이게 그녀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

"벌써 다 끝낸거야?"
"어렵진 않았으니까. 자, 오늘도 가야지."
"그럼 오늘도 잘 부탁해, 투나!"

잿빛의 요정의 소녀와 동화되어간다. 투나가 입고 있던 옷은 화려한한 원피스와 로브로 변하고 머리와 눈동자의 색도 판타지 캐릭터처럼 바뀌었다. 원래도 충분히 아름다웠지만, 페투스에 의해 변신된 지금은 완전히 만화를 찢고 나온 주인공이였다.

"오늘은 얼마나 느껴져?"
"음....악감만 따지자면....8마리...정도려나. 오늘은 꽤 빨리 끝날 것 같네~! 끝나고 놀지 않을래~?"
"빨리 가자, 어디야?"
"엑....무시라니....크흠, 우선 가까운 곳에 한 놈 있어! 저기 뒤편이야!"

밤의 여왕은 반짝이는 별이 되어 밤하늘을 자유로이 누비고 다닌다. 야경을 무대로 삼아, 그녀는 오늘도 괴로워하는 도시의 사람들을 위하여 쉴새없이 거리를 날아다닌다. 악감의 요정들은 피해가 되므로 계약자인 그녀가 정화해주어야 한다. 저번의 페투스첨럼 통째로 삼켜버리면 그 마음의 주인은 얼마간 감정을 잃고 멍해지게 되기 때문에 그런 일도 방지하고 도시도 지키려면 계약자가 필수불가결하다. 그래도 대부분의 인간들은 금방 마음을 회복한다.

*

"제발, 떠나가지 말아줘! 내가 잘못했어....제발....한번만...다시...."
"후회와 슬픔이 섞인건가..투나."
"지금 정화해줄게."

얼마나 가슴아픈 이별이였기에 이렇게나 완전한 요정이 만들어진걸까. 저 사람의 마음도 존중해야 하지만 더이상의 피해를 두고볼 수만은 없기에, 투나는 손을 뻗었다.

정화는 간단했다. 투나가 동화로 얻은 힘을 이용하여 알맞은 만큼의 감정만 흡수하면 되는것이다. 실제론 훨씬 고도의 마법을 실현할 수 있지만 딱히 사용할 일이 없어서 사용하지 않는다. 에너지를 잃은 요정은 불안정한 상태로 변하고 그 주인도 이성을 되찾는다.

"오늘은 이걸로 끝이지?"
"더는 느껴지지 않네~ 세상이 좋아지고 있는걸까나~"
"그렇다기엔 호감의 수가 현저히 적잖아."
"그럼 말나온김에 보러갈래? 좀처럼 오지않는 기회라구!"
"그래....오늘은 빨리 끝나기도 했고...."
"좋아! 꽤 근처에 있어!"

  그들이 찾아간 곳은 근처의 산 속이였다. 귀신이나 나올듯한 으스스한 장소에 노래를 부르고 있는 작은 요정이 보였다. 방금까지 바왔던 요정들과는 다르게 맑고 깨끗한 빛을 내뿜었으며 노랫소리도 정말 아름다웠다.

호감의 요정들은 세상을 행복하게 만든다. 희망, 행복, 성취감, 사랑, 신뢰같은 감정이 세상에 퍼져서 조금이나마 악감을 정화시킨다. 어떻게보면 투나의 동료와 다름없었다.

"안녕?"

노래가 멈추고, 요정이 투나와 페투스에게 인사를 해왔다.

"안녕."
"만나서 반가워!! 얼마만에보는 행복의 요정이야! 요즘 악감들만 잔뜩 만났더니 온 몸에 부정타는줄 알았다니까~"
"하핫. 네가 할 말은 아닌것 같은데~ 그래도 고마워하고 있어. 너희가 이 도시를 지켜주고 있는거잖아?"
"별말씀을!"

요정이 웃었다. 같은 요정인것이 불합리할 정도로 달랐다. 마치 천사와 악마. 그녀의 웃음마저 악을 정화시키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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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1-28 02:41 | 조회 : 129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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