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편] 사랑의 조각, 그녀의 흔적, 마지막 희망


"싫어....제니트.....제발....나를....혼자...두지말아줘......제발...."

작은 무덤을 껴안고 마왕은 그렇게 흐느꼈다. 육체가 흘릴 수 있는 눈물은 이미 바닥난지라 아무리 슬퍼도 이슬은 맺히지 않았다. 간절한 소망이 흐른다고 해서 죽은 사람이 살아나는 기적도 일어나지 않았다. 자신의 부모를 죽게 만든 신이 너무나 증오스러웠지만 지금만큼은 그도 신의 용서를 염원했다.

그의 주위는 참혹했다. 수많은 인간들의 시채가 나돌았으며 생명력을 잃은 동식물들이 기이하게 변색되어 있었다. 신의 선물이라 불리는 세계수마저도 그 황홀한 빛깔을 잊고 마력에 오염되고 말았다.

  초심자가 만든 것 같은 엉성한 무덤은 거의 무너져가고 있었으며 그래서 속에 있던 시체가 조금 형상을 드러냈다.

"내....탓이야....?....제니트....알려줘....나에게...."

반쭘 미친 소년은 허공을 바라보며 그렇개 중얼거렸다. 죽은 소녀에게 모든 걸 의지하던 아이는 정신의 버팀목을 잃고, 무너졌다.

무력한 소년은 소녀를 위해 그저 울 수 밖에 없었다. 너무나 약해서, 무능해서, 어리석어서, 순진해서, 게을러서. 그동안의 과오에 벌을 받듯이, 마왕은 모든 걸 빼앗겼다.

소녀의 머리카락이 밖으로 노출되었다. 주변의 시신들은 모두 썩어 문드러져 가고 있었지만, 그녀의 신체만은 멀쩡했다. 허나,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미 그미는 죽은 사람인 것을.

"난....뭐하나...너에게...해준것이....없구나....넌....나를...."

행복했던 과거를 회상한다. 처음엔 그저 자신과 비슷한 외형을 찾았다는 호기심으로 다가갔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 호기심은 사랑으로 변했다. 그것은 소년이 스스로 찾아낸 단 하나의 희망이였다

"넌 나를......구원해주었는데....난...아무것도...."


*

"프레이야.....? 어째서.....어째서....어째서....이렇게..."

진정했을때는 이미 늦었다. 그가 사랑하는 단 한명의 존재는 이미 그의 안에서 마나로 분해되어버렸다. 그것은 끝까지 자애하지 못한 어리석은 신의 운명이였다.

아, 기뻐라. 혼란과 전쟁이 가득하던 우주에 초대의 뒤를 이을 두 번째 유일신이 탄생했다. 이 방대한 에너지는 모두 유일신의 것......

『아름다움, 아름다움, 아름다움, 아름다움, 아름다움......』

"싫어..!!!!!!! 어째서.....프레이야!....."

현실을 지각했다. 그러나 지각했을때는 이미 늦었다.

『아름다움, 아름다움, 아름다움, 아름다움, 아름다움......』

자신을 사랑해주던, 자신이 사랑하던 그 존재는 이미 사라졌다. 조금의 흔적도, 희망도 남기지 않고.

분노에, 증오에, 사랑에, 그 어리석음에 권능은 이제서야 깨어났다. 그 방대한 힘은 눈 깜짝할 사이에 신계와 모든 신들을 집어삼켰다.

"아.....아아....아아.....아....."

유일신은 무의식적으로 지구에 흘러갔다.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처지가 되어서 그녀를 따라갈 수도 없었다. 그저 아무것도 남지 않은 이 우주가 멸망하길 바랐다.

『싫어....제니트.....제발....나를....혼자...두지말아줘......제발....』

".....!....."

잠깐이지만 지구의 작은 존재에게서 프레이야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 존재는 사랑의 여신이 축복했던 희망의 아이, 그녀가 남긴 흔적이었다.

『분명 저 아이가 지구를 바꿔줄 거야』

"뭐야.....프레이야.....있었잖아....."

  신은 그 울음을 듣고 조금은 제정신을 찾았다. 그녀가 줄곧 무엇을 바라왔는지 잊고 있었다. 사랑의 여신은 이 세계에, 이 우주에 사랑과 평화를 바랐다.

사랑의 여신은 아름다움을 바랐다.

"넌....미래를....알고...있었어...?"

이제 존재하지 않는 사랑에게 그렇게 물었다. 당연하게도 답은 들려오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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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1-30 22:58 | 조회 : 113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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