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편] 비는 아직 내리지 않았어



의미없이 허공에 흔들리던 내 팔이 떨어졌다. 생사를 고민하던 방금전이 무안하게, 정말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다만, 이따금 이별을 맞이한 나를 위로라도 하듯, 부드러운 바람이 스쳐왔다.

"뭐야....정말.....울면...안되는데...."

눈치도 없이 눈물이 계속 흐른다. 울어선 안되지만, 울지 않을 수가 없기에. 더이상 강한 척 하는 것도 무리라는 것을 알기에. 괜한 자존심을 버리고, 소녀는 통곡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 흐윽, 으아아아아! 아스터어! 제발!!!!"

바닥에 주저 앉았다. 무릎을 꿇고, 흙뿐인 운동장 바닥에 엎드린채로 한 시간을 그렇게 울었다. 사랑을 빼앗아간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며, 그러면서도 감히 기적을 바라며.

"이제야...겨우 만났는데!!! 이제야....겨우....너의...모습을....흑..으흑...아스터!!! 으아아아아아아! "

  날아갔다. 생명의 흔적이 갈갈이 찢겨가는 모습은 영원토록 소녀를 박해할 것이다. 복수조차 하지 못한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으니까. 조그마한 흔적조차도.

*

마침내 소녀의 몸에서 흘러나올 눈물이 바닥났을때, 그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바라봤다. 평화로운 학교의 풍경만이 쓸쓸히 남아있었다. 하늘은 한가을처럼 푸르고, 학교는 생채기 하나 없이 강건한 것이 어린아이의 마음을 더욱 옥죄었다.

"전부....네가....지켜주었구나....아스터..."

그의 목숨에 대한 대가는 고작 이 장소와 수많은 학생들의 안전, 그리고 어린 여자아이의 생존이였다. 정말....수지가 맞지 않잖아......

"신에게 선택받은 아이들이라......"

조금은 제정신이 돌아오자, 소녀는 과거를 돌아볼 수 있었다. 자신을 배신한 작은 외계인이 올곧은 얼굴로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래 아스터, 신이 우리에게 기회를 주셨던거야. 우리를 가엽게 여겨주신거야. 새 삶을 부여해 주신거야...."

넋이 나간듯이 하늘을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울음이 증거인 붉은 눈이 똑바로 태양을 향했다.

"하하....그래...우린...신에게 선택받았어. 신에게 선택받은 우리의 인연이 고작 여기서....끝날리가 없잖아..? 그렇지...아스터..?"

그녀는 다시 한번 높은 곳을 향해 팔을 뻗었다.

"반드시 살려줄게."

네가 그래주었던 것처럼. 내가 받아온 그 곧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하겠어.

"고마워, 아스터. 날 사랑해 주어서."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 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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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1-25 22:43 | 조회 : 780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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